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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방은 합법적… 과거사 올인 옳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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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shyoo) 기자   


 


과거사 논쟁으로 정치권이 쑥대밭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일자 <문화일보>에는 재미난 과거사 찬반 논쟁이 실렸다. <태백산맥>, <한강> 등 민족 소설을 주로 써온 작가 조정래씨와 <영웅시대>, <변경> 등으로 동시대를 달리 해석하는 작가 이문열씨가 정치권에서 격렬하게 전개되고 있는 과거사 논쟁에 찬반 논객으로 뛰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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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두 밀리언셀러 작가의 과거사 진상 규명에 대한 찬반 논쟁은 과거사라는 주제보다 보혁을 대변하는 작가라는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기사다. 그러나 이번 찬반 논쟁은 주제 의식에 대한 밀도 있는 접근보다 기존의 자기 주장에서 한치도 물러섬이 없는 것이어서 다소 맥빠지는 것이었다.

때문에 독자들의 시선을 단박에 끌지는 못했지만 한편으론 정치권에서 무차별적으로 치고 받는 정쟁보다는 읽는 재미를 쏠쏠히 느끼게 했다. 특히 보수 논객의 대표주자로 자처해 온 이문열씨의 인터뷰는 독자들과 네티즌의 공분을 자아냈다.

“36년간 국제법상 합법적 합방”

이문열씨는 인터뷰에서 “우리는 36년간 국제법상으로 합법적으로 합방됐다. 합방 당시 태어난 아이는 36살이 되도록 식민지 지배를 받고 살았다. 프랑스와 똑같이 비교하는 건 우습다. 시기상으로도 현재 국회가 위원회를 만들어 올인하듯 이 문제에 전부 쏟아 붓는 게 옳으냐”며 친일 과거사 논쟁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또 “과거사 조사의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방법과 내용 기준 시기 등에서 다 문제가 있다고 본다. 친일의 내용이 뭐냐. 기준이 없다. 프랑스와 비교하는데 말도 안된다. 프랑스는 4년8개월이고, 우리는 36년간이다. 단순히 시기상의 문제만이 아니다. 프랑스는 전시점령이다. 괴뢰정부가 있었지만 바깥에 자유 프랑스 정부가 존재했다. 결국 전시부역한 사람의 문제다. 전시부역은 용서하기 어렵다”며 과거사 규명에 대해 이중적인 잣대를 보이고 있다.

과거사 진상 규명이라는 원론에는 동조하고 있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합법적 합병’이라는 이유로 ‘과거사’ 자체가 없기 때문에 프랑스와는 달리 전시부역 등 청산할 과거가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인 것이다.

한일합방은 합법적인 것인가?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1910년 한일합방까지 일본이 한반도에 저지른 행적을 보면 합방이라는 결과만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과정 상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청일·러일전쟁을 치르면서 일본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수탈의 목적성을 체험하게 된다.

이에 따라 순차적으로 합방의 전 단계를 실현했으며 합병조약과 선언문에도 한반도를 ‘영구적’으로 일본 제국에 편입시킨다고 천명하는 등 국제법 절차와는 관계없이 일방적인 강제 합방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는 이완용 등 을사오적이 권력과 치부의 목적으로 깊숙이 개입함으로써 이문열씨가 주장하는 ‘합법적’ 틀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이문열씨 주장대로라면 현재의 국사 교과서는 전면 수정되어야 하고 을사오적과 그들의 후손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나 재산에 대해서는 아무런 하자가 없어야 한다. 이러한 한일합방의 망령은 박정희 정권 때 부활하지만 정부의 원조금을 받기 위한 저자세 외교로 유야무야 되고 만다.

원조금을 받아내기 위해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에서 일본측은 합법적 합방을 주장했고 우리 측은 강제 합방을 주장,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are already null and void'(이미 무효)라는 한일기본조약의 제2조를 놓고 양국이 편의대로 해석하면서 이 문제를 덮는 데 급급했다.

제2조는 ‘1910년 8월 22일 및 그 이전에 대한제국과 일본제국간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이 이미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돼 있지만 ‘이미 무효’의 구체적인 시점이 언제인가를 둘러싸고 한일간 명백한 합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합병조약의 체결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법에 의해 강요된 것이므로 애초부터 이미 무효였다고 해석하고 있다.

“수구도 모자라 매국으로 가나?”

이문열씨의 한일합방의 합법성 주장은 일본의 주장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동일하다. 1995년 10월 참의원 본회의에서 당시 무라야마 수상은 “일한 병합조약은 당시의 국제관계 등의 역사적 사정 가운데에서 법적으로 유효하게 체결되었다”고 주장했다. 일국의 수상 입에서 나온 말이니 정부의 공식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같은 일본 정부의 입장은 조약 체결 후 40여년이 지난 오늘에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무라야마 수상은 당시 한국과의 외교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일한 병합조약은 형식적으로는 합의로서 성립하였지만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로서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 있으며 조약체결에 있어서는 쌍방의 입장이 평등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런 역사적 상황에서 이문열씨의 이번 주장은 일본 정부의 주장을 넘어서는 망언과 다를 바 없고 이는 곧 ‘매국’이라는 것이 네티즌들의 반응이다.

이같은 이문열씨의 망언 내용을 담은 기사가 인터넷에 소개되면서 네티즌들 사이에 ‘안티 이문열’이 확산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기사를 자신의 블로그에 옮겨 싣거나 댓글을 달아서 다른 네티즌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특히 이문열씨의 망언에 대해 진보 언론을 자처하는 매체들이 함구하고 있다며 싸잡아서 신랄하게 비판했다. 네티즌들은 “이번 망언은 보혁 구도로 해석해서는 안되며 이문열 개인의 매국 행위로 한정해서 응징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작가 이문열의 생존 방식

이미 알려진 대로 이문열씨는 부친의 월북으로 어려서부터 연좌제의 고통을 감내하고 살아야했다. 때문에 그에게는 좌경용공과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벽을 쌓아야만 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보수우익으로 편향된 시각을 갖게 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이같은 그의 부친 행적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한 그에게 과거사 규명에 대한 반대 논리를 정당화시키기 위해선 정치권에서 입에 오르내리는 논리로는 부족했을까 “36년은 국제법상 합법적 합방”이라는 그의 망언은 어쩌면 그의 생존 방식인지도 모르겠다.(오마이뉴스 04.08.24)


 






관련 기사 1

과거청산은 민간차원이 아닌 국가적 책무이다
(오마이뉴스 04.08.25)
[주장] 소설가 이문열씨의 주장에 대한 반론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합방은 국제법상 합법이었다”는 소설가 이문열씨의 주장을 뒤늦게 접했다. 관련기사에 따르면 그는 ‘바쁜 의원’님들에게 “과거사에 올인 할 것이 아니라 문화와 역사에 맡겨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고 한다.


너무도 당연한 과거청산 문제가 정치판의 쟁점이 된 이 마당에 왜 이런 이야기가 안 나올까도 싶었지만 막상 접하고 나니 참으로 씁쓸하기만 하다. 숨길 것은 숨겨야 하는 노련함(?)도 없이 지나칠 정도로 속내를 드러낸 그의 순박한 어리석음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이내 어이가 없어지고 만다. 상대하기조차 싫은 그런 어이없는 기분 말이다.


솔직히 한일합방이 합법이라고 하는 그에게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있겠는가? 개천이래 그토록 부당하고 원통한 일이 또 있을까 싶은 ‘을사늑약(勒約, 억눌러서 이루어진 조약)’에 의해 한낱 식민지로 전락한 조국과 그 암울한 조국의 현실 때문에 수십 년간 억압받고 죽어가야 했던 민족을 위해 생목숨을 바친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해주어야 할까? 아니면 일본제국주의의 조국강점에 피로써 항거했던 그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전문을 설명이라도 해주어야 할까?


소설가 이문열씨가 믿는 것이 무엇인지를 떠나 그는 분명 실언을 하였다. 설령 한일합방이 합법이었다고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독립투사들은 한일합방이 합법이 아니어서 저항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며 그것은 지금의 우리들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언제 한일합방이 합법이 아니어서 분노했는가 말이다.


실언은 ‘누워 뱉은 침’ 마냥 고스란히 그에게 돌아갈 것이지만 그가 진정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실언을 하면서까지 그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바로 ‘과거청산을 하지 말자’는 말이었을 것이다. 도대체 왜 하지 말자는 것일까?


비단 이문열씨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서 과거청산을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사람들은 과거청산을 단순히 ‘지나간 과거를 되새김질하는 소모적인 일’인 것처럼 묘사하면서 ‘민생경제’나 ‘미래지향’을 운운하고 있으며, 따라서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민간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청산 활동은 분명 민간차원에서도 이루어져야 하지만, ‘과거청산’이라는 말 자체는 이미 정치적이고 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우리가 광주학살의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었고, 이후에 놀랍게도 유엔을 통하여 그 주요내용이 국제법적으로도 확립된 바 있는 ‘과거청산의 원칙’을 보면 알 수 있다. 즉, ‘진상규명, 사법처리, 명예회복, 피해배상, 정신계승’이 그것이다.


“과거사청산 민간차원에서 해결하라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것”


다시 말해, 부당하고 잘못된 과거는 왜곡과 은폐가 있으므로 진실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하고, 가해자는 반드시 응당한 처벌을 해야 하며, 피해자는 명예회복과 피해를 배상해야 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로 ‘과거청산’인 것이다. 이는 바로 과거청산 그 자체가 정치적이고 법적인 해결을 의미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이것을 민간차원에서 해결하라는 것은 곧 과거청산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과거청산의 대상 가운데 하나인 친일행위에 있어서는 ‘사법처리’가 문제될 수는 있다. 해방직후 반민족행위자를 처단하기 위한 ‘반민특위’가 독재정권과 친일파에 의해 이루지 못했던 그 ‘사법처리’를 지금에 와서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과거청산이 단순히 민간차원에서 ‘문화적, 역사적’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시기를 놓쳐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과거청산은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준엄하게 실행해야 될, 국가적 사업이며 책무이다.


소설가 이문열씨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과거청산을 민간차원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설득력이 없다. 지금까지 그나마 과거청산을 주장하고 준비해 온 쪽은 어디까지나 민간차원이었지 국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십 년 동안이나 국가를 향해 국가가 당연히 해야 할 과거청산을 하라고 그토록 외쳐 왔는데 생뚱맞게 민간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겠는가.


최근에 과거청산을 추진하려는 ‘열린우리당’이 과거청산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거청산은 반드시 추진돼야만 한다. ‘열린우리당’이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청산해야 될 과거’에 연루돼 본능적으로 반대할 수밖에 없는 ‘한나라당’이 과거청산을 적극 찬성할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것은 ‘열린우리당’의 정략적 속셈보다도 ‘친북용공 활동’도 과거사에 포함해야 한다거나, 과거청산을 위한 기구를 민간기구로 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수구적 저항이다.


이는 몇 년 전에 ‘국가인권위원회’를 유명무실한 기구로 만들기 위하여 ‘민간기구’로 설립하려고 했던 바 있는 한나라당의 모습 그대로이며, 더불어 수십 년 전에 ‘반민특위’를 무너뜨리기 위해 ‘반공주의’를 써먹었던 자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바로 그 모습이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2
                                   
“한일병합 합법” 이문열 발언 일파만파(굿데이 04.08.25)


“한·일병합이 국제법상 ‘합법적’이라니?


친일진상규명법 제정을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최근 소설가 이문열씨(56)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한일병합 합법’ 발언이 네티즌에게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이씨의 이번 발언은 일부 정치인들의 과거사 청산을 위한 양심선언, 중국의 고구려 역사왜곡, 올림픽 등으로 애국심과 우리 역사 바로알기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일어난 일이라 여론의 비판과 파장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논쟁은 지난 20일자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친일진상규명법 규정을 둘러싸고 이문열씨가 내뱉은 말이 불씨가 됐다. 평소 보수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잘 알려진 이문열씨는 인터뷰에서 “과거사 조사의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방법과 내용, 기준, 시기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지금 시기에 ‘올인하듯’ 과거사 조사에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이 과거사나 조사할 때냐, 역사에 맡겨라. 한나라당은 (여권의) 바람몰이에 밀려간 느낌이다”라고 정부의 친일진상규명에 강한 반대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대목은 친일 과거사 논쟁에 거부감을 표명하며 주장한 내용이었다. “친일의 내용과 기준이 없다. 결국 전시부역한 사람의 문제다. 그러나 우리는 36년간 국제법상 ‘합법적’으로 병합됐다”고 보도된 발언이 인터넷을 타고 널리 퍼지면서 이문열씨의 역사관에 대한 공방과 비난의 글이 빗발쳤다.


관련기사에 하루사이 5,000여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가 하면, 각종 포털사이트의 토론장과 게시판, 블로그 및 동호회 게시판 등에서도 논란이 빚어졌다.


네티즌 ‘ssawlabi’는 “어머니가 일제시대 때 정신대에 끌려 갔더라면 한일병합이 합법적이었다고 이야기할 자신이 있는가?”라고 반문했고 “나라 좀 바로 잡겠다는데, 왜 이리 태클을 거는지 한심하다”(ID ufo7hong), “현대판 이광수를 보는 듯하다”(ID bergotte)를 비롯해 “오늘 애장했던 이문열씨의 책을 태워버렸다”(ID 백세주)라는 글도 눈에 띄었다. 반면 “왜 이리 소란을 피우는지 모르겠다”며 이문열씨를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강시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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