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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영 교수 연구소 3대 소장에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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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활동기간 연장에 따라 업무공백이 길어져 사임을 표명한 한상범 소장(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 후임으로 임헌영 현 부소장이 임명됐다. 지난 15일 재단과 연구소 통합 이사회는 3/4분기 이사회를 열고 연구소 운영위원회가 추천한 임헌영 현 부소장의 소장 임명을 의결했다.
신임 임 소장(중앙대 국문과 겸임교수)은 민주화운동으로 1974년과 79년 두 차례 투옥된 전력이 있으며, 현재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을 필두로,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지도위원 등으로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연구소와는 초기부터 지도위원으로 인연을 맺었고, 2001년 2월부터 부소장으로 재직해왔다.


민족문제硏 소장 취임 임헌영교수,”일제 청산 없인 온전한 통일도 없다”    
   
“옴짝 못하는 심부름꾼이 된 기분입니다. 선배 한 분이 악수를 청하며 ‘축하할 일은 아니고
그렇다고 안할 수도 없고…’라며 말꼬리를 흐렸는데, 바로 제 심경이 그렇습니다”


지난주 민족문제연구소 3대 소장으로 취임한 문학평론가 임헌영(任軒永.62.중앙대 겸임교수)
씨는 취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사업에 대해 박수와 격려
보다는 책임추궁과 질책의 목소리가 높은 사회 일각의 분위기를 의식한 대답이다.
그러면서도 임소장은 “해방 50년이 지나고 사회 민주화가 진척된 지금이야말로 일제 잔재를
떨어낼 적기”라고 말했다. “최소한 독립운동가에 대한 대접이 매국노보다 못한 사회가 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때에는 민족의 자존심이 배어 나왔다.


-문학평론가가 민족문제를 다루는 연구소의 수장이 됐다는 데 의아해 할 사람도 있겠는데
요.


“친일파 청산 문제는 어느 특정 분야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의 문제입니다. 저는
그저 심부름꾼에 불과하지만 문학뿐 아니라 역사.치.경제 등도 기웃거렸기 때문에 조금은 도
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창립 이념을 세운 임종국 선생도 문학평론
가였습니다. 더구나 민족문제연구소는 학문적 추구에만 전념하는 연구소가 아니라 민주화와
통일운동도 아우르는 실천적 운동단체입니다. 제가 소장을 맡은 것도 전공 분야보다는 이런
조직적 특성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친일파 청산이라는 당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해방 반세기가 지났
는데 굳이 청산해야 하느냐는 반대론에서, 청산해서 뭐하느냐는 무용론까지 제기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친일파와 일제잔재 청산은 민족의 운명을 좌우하는 쟁점입니다. 이걸 그
냥 두고는 어떤 개혁과 개방도, 바람직한 통일도 이뤄질 수 없습니다. 또 청산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청산의 절실성을 대변합니다. 왜 민족과 나라를 팔아먹은 행위
를 학자들이 정당하게 기록하고 평가하지 못합니까. 친일파 청산은 논쟁이나 시비의 대상이
아니라 주권국가의 기본 도리입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창립 12주년을 맞습니다. 그간의 성과를 든다면.


“창립 이후 일제잔재 청산뿐 아니라 전후 보상문제, 한.일불평등조약 개선, 일본내 한국인
편견문제 해소 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짧은 연륜
이지만 그간 많은 일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우선 교과서에서 극렬 친일파는 사라졌고, 친일
파 명의의 각종 기념사업이나 포상제도가 중단되거나 여론의 비판을 받게 됐습니다. 특히
국민다수가 친일파 청산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입니다”


-연구소의 가장 큰 사업은 친일인명사전 편찬이 아닌가 싶은데요. 어느 정도 진척되고 있나
요.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가 구성된 것이 2001년 말이니 채 2년도 못 됩니다. 왜 더디냐고
독촉입니다만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물론 앞길은 험난합니다. 사회 일각의 반대 움직
임이 거세고, 재정적으로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민족의 정기를 바로잡는 역사를 기록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출간할 것입니다. 그간 친일관련 자료수집과 인명록 정리 등을 차분하게 해
오고 있습니다. 내년부터는 연구 성과가 많은 분야부터 집필에 들어갑니다. 우선 문학, 음악,
미술 등이 먼저일 것 같습니다. 욕심 같아서는 광복 갑년이 되는 2005년에 사전이 나왔으면
합니다”


-민족문학 전공자가 소장으로 취임해 문학쪽에서 더 긴장할 것 같은데요.


“문학은 음악, 미술 등 다른 분야보다 친일 행적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논란의 여지가 별로
없지요. 최남선, 이광수, 김동인 같은 경우는 분명한 친일작가지만, 일제하에서 친일작품을
쓰다 해방 이후에 맨 먼저 반성하는 글을 발표했던 채만식 같은 경우는 조금 사례가 다릅니
다. 그러나 채만식도 친일에서 벗어날 순 없지요. 친일파를 단죄하자는 게 아니라 역사적으
로 청산하자는 것이니만큼 사실을 사실대로 객관적으로 기록해야 합니다”


-민족적인 사업인데 정부의 재정 지원은 어느 정도인가요.


“연구소 운영과 관련한 공식적 지원은 없습니다. 특히 친일인명사전 편찬과 관련해선 재정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요. 2,000여 회원들의 후원금이 연구소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재원이지요. 그러나 회비만으로 충당하기에는 턱없습니다.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정부에 친일
인명사전 편찬을 위해 지원을 요청할 생각입니다”


친일인명사전 편찬은 국민의 힘에 달려 있다는 임소장은 평소에는 잠잠하다 매년 3.1절과
광복절만 되면 친일을 청산해야 한다고 떠드는 언론에도 일침을 놓았다. “우리는 참 건망증
이 심한 민족이지요. 조용하다가 꼭 일본에서 이상한 사건이 발생하면 냄비처럼 끓어오르다
간 이내 꿀먹은 벙어리처럼 잠잠해지곤 합니다. 끈기 있게 우리 문제를 우리 시각으로 올바
르게 청산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조운찬.사진 김대진기자 sidol@kyunghyang.com


http://www.khan.co.kr/news/view.khn?artid=200310271823291&code=10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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