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기자회견] 한국문인협회의 최남선·이광수 문학상 제정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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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한국문인협회의 최남선·이광수 문학상 제정을 규탄한다

 


밝은 대낮에 온갖 망령들이 도처에서 부활하고 있다. 친일 망령, 독재 망령, 유신 망령. 이승만 박정희 우상화도 모자라 이제 갖가지 이해관계에 얽힌 집단들이 역사의 죄인들을 위인으로 변조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문인협회는 지난 7월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문효치 이사장이 제안한 ‘육당문학상’ 과 ‘춘원문학상’ 제정안을 가결했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이광수가 쓴 소설 ‘무정’ 발표 100년을 기념해 심포지엄도 열겠다고 했다.


▲ 한국문인협회의 육당·춘원 문학상 제정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는 역사정의실천연대 소속 시민단체 회원들 (2016.8.4.)

 

 

이는 한국문인협회가 한국 문학의 정신사적 역사적 기반마저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1939년에 설립된 최대의 친일문인단체인 조선문인협회를 계승하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대표적인 친일문인을 기리는 상을 제정한다는 발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찌 감히 최남선과 이광수를 기념하려 하는가? 최남선과 이광수는 친일 행적만 모아도 따로 전집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의심의 여지없는 ‘민족의 죄인’이다.


누가 최남선을 조선 역사와 문화의 공로자라 일컫는가.
처음에는 민족사의 정체성을 탐구하기 위해 역사와 전통문화를 연구했으나, 1920년대 후반부터 그는 친일 반민족의 길로 나아갔다. 1928년부터 1943년까지 조선사편수회 위원으로서 일제의 역사왜곡과 식민사학 수립에 협력했고, “조선 문화의 일본화야말로 당면한 문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역설하여 민족문화를 말살하는 일에 앞장섰다.

1931년 일제의 만주침략을 ‘도의(道義)를 위한 것’으로 찬양한 그는 일제의 괴뢰국인 만주국에 대해 “일본제국의 용기와 총명과 정의가 마침내 오늘날의 만주국을 만들었다”고 미화하며 ‘낙토’라 찬양했다. 1938년부터 5년간 만주국의 건국대학 교수로 있으면서 친일 고위관리를 양성했으며, 1940년 조선인 항일무장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만든 동남지구특별공작후원회의 고문직을 맡아 자신의 이름을 항일세력 말살에 기꺼이 보탰다.


또한 그는 조선인들을 일제의 동아시아 침략전쟁의 총알받이로 내보내는데 앞장선 제국의 나팔수이자, 동아시아 민중의 적이기도 했다. 1941년 국민총력조선연맹 문화부 문화위원을 시작으로 임전대책협의회 등 각종 친일단체의 주요 임원으로 참여했으며, 이도 모자라 조선 학생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일에 협력했다. 여기에 도대체 무슨 문학적 공로가 있으며 문학정신이 있단 말인가.


단언컨대 이광수는 일제 강점기 조선의 괴벨스이다.

일찍부터 불안한 민족의식을 내재했던 그는 1938년부터 본격적으로 친일에 나섰다. 1939년 친일단체인 조선문인협회 회장에 취임하여 〈내선일체와 조선문학〉〈황민화와 조선문학〉을 쓰는 등 조선 문학을 일제의 선전도구로 만드는 데 복무했다. 각종 친일 단체의 주요 간부에만 머물지 않고 자신의 재주인 글로써 천황제와 황국신민화 찬양, 일제의 침략전쟁 정당화와 전시동원 독려, 그리고 문학을 통한 보국 등을 적극 선전했다.

“네가 만일 민족주의자일진댄 금후의 조선의 민족운동은 황민화운동임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하루라도 속히 황민화가 될수록 조선민족에게는 행복이 오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민족주의자들에게 백기 투항을 요구했다. 1940년 창씨개명이 실시되자 가야마 미쓰로(香山光郞)로 이름을 바꾸면서 “나는 천황의 신민이다. 내 자손도 천황의 신민으로 살 것이다. 이광수라는 씨명으로도 천황의 신민이 못 될 것이 아니다. 그러나 향산광랑(香山光郞)이 조금 더 천황의 신민답다고 나는 믿기 때문”이라고 기염을 토한 자 또한 이광수였다.

1943년 징병제 실시가 공포되자 그는 일본으로 건너가 유학생들에게 학도병으로 출진할 것을 권유했으며, 〈지원병장행가〉〈징병제의 감격과 용의〉등을 기고하여 조선청년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그는 단순한 친일파를 넘어서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번역하고 보급하는 데 앞장 선 파시스트이자 파시즘의 전파자였다. 히틀러와 차이가 있다면 히틀러는 조국 독일과 독일 민족을 내세웠다면 이광수는 대일본제국과 천황을 내세운 것이다.


실로 최남선과 이광수의 일제 강점기 친일 행적은 문학만이 아니라 전 분야에 걸쳐 가득 차 있다. 이들은 문필의 재능으로 각각 3·1독립선언서와 2·8독립선언서를 기초했으며, 바로 그 재능으로 일제가 요구한 문필보국(文筆報國)에 최선을 다한 인물들이었다. 양대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사람이 친일반역의 길로 들어선 것 자체만으로도 그 죄를 엄히 추궁해야 할 것인데 어찌 그 죄악의 재주거리인 문필을 기리고자 문학상을 제정하려 하는가.


최남선과 이광수를 기리는 문학상을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가 충격적일 뿐 아니라, 이 제안자인 문이사장이 정작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를 증조부로 둔 이라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선대의 친일에 대한 반성의 뜻을 밝힌 적이 있는 사람이 자숙하기는커녕 앞장서서 천황에 충성한 식민지 괴벨스들을 기념하는 사업을 제안한단 말인가. 그동안 한국문인협회가 시대의 모순에 애써 눈귀를 닫고 침묵한 일에 대해 성찰하고 과오를 바로잡으려 노력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느닷없이 대표적인 친일 문인들을 기념하겠다고 나서니 망발이 아닐 수 없다.


▲ 반민특위 특경대에 끌려나와 무릎 꿇은 이광수와 최남선 (재연 퍼포먼스)


이제라도 한국문인협회는 제정신을 차리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참된 문인단체로 거듭나기를 강력히 촉구하며 아래와 같이 우리들의 요구를 밝힌다.


– 한국문인협회는 ‘친일 문학상’ 제정을 즉각 철회하라!

– 문협은 시대착오적 친일 미화를 중단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

– 국회는 친일파 기념사업 금지법을 즉시 제정하라!

 

2016년 8월 4일

역사정의실천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월혁명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465개 시민사회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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