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기사

[오마이뉴스] 상해와 남경으로 떠나는 아이들, 역사는 어떤 질문이 될까

37

임시정부 역사 현장 찾아 4박 5일… 민족문제연구소와 협력해 사전학습부터 현지 강연까지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들과 함께 떠날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 오는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 4박 5일, 성지송학중학교는 중국 상해와 남경에서 해외이동수업을 진행한다. 이번 배움의 주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 그리고 평화다.

여행을 앞두면 으레 무엇을 보고 올지부터 생각하게 된다. 교사인 나는 거기에 질문 하나를 더 보태게 된다. 아이들이 그곳에서 무엇을 궁금해할까. 다녀온 뒤에는 어떤 이야기를 자기 말로 들려줄까.

교실에서 역사적 사건의 이름과 연도를 익히는 일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헤아리기는 어렵다. 나라를 잃은 사람들이 낯선 땅에서 독립을 꿈꾸었다는 사실을 배우는 것과 그들이 머물렀던 도시를 직접 찾아가는 경험은 다를 것이다. 이번 수업이 아이들에게 그 사이를 조금이나마 이어 주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 2026. 해외이동수업 중국 상해로 떠나기 전 사전학습기간 학교 운동장에서 기념사진 ⓒ 성지송학중학교

2002년부터 이어 온, 교실 밖의 배움

성지송학중학교의 해외이동수업은 학교가 문을 연 2002년, 중국에서 시작됐다. 이후 일본과 러시아,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 등으로 배움의 장소를 넓혀 왔다. 해외의 역사 현장을 찾아가고 그곳의 문화를 배우는 일은 우리 학교가 개교 때부터 이어 온 교육의 한 부분이다.

최근의 여정에는 역사와 평화에 관한 질문이 함께했다. 2024년에는 중국 백두산과 집안 지역에서 고구려의 역사와 민족성을 배웠다. 2025년에는 일본 나가사키와 군함도를 찾아 징용의 역사와 평화를 공부했다. 올해는 상해와 남경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를 만난다.

방문하는 곳은 해마다 달라진다. 그때마다 아이들이 마주할 질문도 달라질 것이다. 교사로서는 아이들이 ‘어디에 다녀왔다’는 기억과 함께 ‘그곳에서 무엇을 생각했다’는 이야기도 간직하기를 바라게 된다.

이번에는 독립을 위해 애쓴 사람들의 삶을 조금 더 가까이 들여다보려 한다. 그들의 선택을 오늘의 우리가 쉽게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어떤 처지에서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 그 노력이 지금 우리의 삶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

▲ 2024. 중국편 장군총 앞에서 고구려의 역사를 기리며 ⓒ 성지송학중학교

아는 만큼 보고, 보고 나서 다시 묻기

이번 해외이동수업은 민족문제연구소와 맺은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준비하고 있다. 학교와 연구소는 사전학습부터 현지 강연까지 협력한다. 학생들이 역사적 배경을 이해하고 현장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장에 간다고 해서 배움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배경을 모른 채 지나치면 오래된 건물이나 낯선 거리로만 남을 수도 있다. 그곳에 얽힌 사연을 알고 나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올 수 있다.

그래서 떠나기 전의 공부가 중요하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어떤 상황에서 세워졌는지, 독립운동을 이어 가는 일이 왜 어려웠는지를 먼저 살펴보려 한다. 현지에서 듣게 될 강연은 사전학습에서 품었던 궁금증을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아이들이 준비한 질문에 모두 답을 얻고 돌아오지는 못할 수도 있다. 오히려 가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물음을 안고 돌아올 수도 있다. 나는 그것도 소중한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때의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지금 내가 누리는 일상은 누구의 노력에 기대고 있을까.’

‘평화를 지킨다는 것은 오늘을 사는 나에게 어떤 뜻일까.’

이것은 아이들에게 반드시 받아 적게 하고 싶은 질문이 아니다. 이번 여정을 준비하며 교사인 나부터 붙들어 보고 싶은 질문이다. 아이들에게 역사를 배우자고 말하려면, 나 역시 그 역사 앞에서 묻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 2025. 일본편 나가사키 평화 기념상 앞에서 평화를 생각하며 ⓒ 성지송학중학교

돌아온 뒤에도 수업은 계속된다

이번 수업은 귀국과 함께 끝나지 않는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배우고 느낀 내용을 정리해 학습 결과물을 만든다. 이후 학부모와 교육청 관계자를 초청해 그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떠나기 전에 공부하고, 현장에서 살펴보고, 돌아와 자기 언어로 정리해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과정이다. 그 모든 시간이 이번 해외이동수업에 포함돼 있다.

나는 돌아온 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기다려진다. 같은 장소에 함께 서 있어도 마음에 남는 것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독립운동가의 삶을 더 알아보고 싶어 할 수 있고, 누군가는 평화라는 말의 뜻을 오래 생각할 수 있다.

발표가 방문한 장소와 배운 사실을 빠짐없이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어떤 대목에서 궁금증이 생겼는지, 무엇을 더 찾아보고 싶은지까지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 매끄럽게 다듬어진 설명이 아니어도 괜찮다. 스스로 이해하려 애쓴 흔적이 담긴 말이라면 귀 기울일 이유가 충분하다.

아이들 곁에서 나도 배우려 한다

출발을 앞둔 지금, 아이들이 이번 수업을 통해 얼마나 달라질지 미리 말하고 싶지는 않다. 4박 5일의 경험만으로 역사를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다만 나중에 책이나 뉴스에서 상해와 남경,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다시 만났을 때 이번 여정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한때 자신이 찾아가 살펴보고 질문했던 역사라는 사실이, 한 번 더 읽고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독립과 평화는 큰 말이다. 그 말을 자신의 일상과 연결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교사가 서둘러 결론을 내리기보다 아이들이 생각을 키워 갈 여유를 주어야 한다는 마음도 든다.

이제 곧 아이들과 상해와 남경으로 떠난다. 가르칠 내용을 준비하는 일만큼,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어떤 질문을 하는지 잘 듣는 일도 준비하려 한다. 이번 길에서는 나 역시 배우는 사람이다.

강민구 기자

<2026-10-15>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상해와 남경으로 떠나는 아이들, 역사는 어떤 질문이 될까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