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역사를 입다, 진실을 외치다 —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의 목소리를 알리는 시민 긴급행동’ 이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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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역사를 입다, 진실을 외치다 —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의 목소리를 알리는 시민 긴급행동’ 이후에 부쳐

2024년, 일본 정부는 에도시대 금 채굴 기술만을 앞세워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그러나 사도광산은 결코 화려한 산업유산으로만 포장될 수 없다. 일제강점기 1,500여 명에 달하는 조선인들이 끌려가, 일제의 침략전쟁을 위해 굶주림과 사투를 벌이며 혹독한 강제노동을 견뎌낸 비극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지하 갱도에서 목숨을 잃었고, 해방 후 고향에 돌아와서 진폐증과 광산노동 후유증에 시달리며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했다. 이 같은 참담한 역사가 배제된 채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의 반열에 오른 배경에는 윤석열 정부의 굴종적 대일외교가 있었다. ‘한일관계 개선’이라는 미명 아래, 당시 정부는 조선인 강제동원의 역사를 은폐하고 왜곡하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에 사실상 동조하며 외교적 항의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일본 정부가 약속했던 ‘전체 역사’ 기록은 흐릿해졌고, 피해자의 목소리는 세계유산 회의장 문밖으로 내몰렸다.

2026년 7월 21일 화요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린 부산 벡스코(BEXCO) 현장에서 민족문제연구소와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봄 등 여러 시민단체와 시민들은 ‘사도광산 강제동원 피해자의 목소리를 알리는 시민 긴급행동’을 펼쳤다. 참여한 시민들은 일제의 광풍 속에 끌려가야 했던 강제노동 피해자들의 이름과, 2022년 민족문제연구소와 강제동원진상규명네트워크가 함께 펴낸 『사도광산과 조선인 강제노동 – 한일공동조사보고서』에서 발췌한 피해자 증언이 앞뒤(국문‧영문)로가득 새겨진 대자보(몸자보)를 직접 입고 거리에 섰다. 하얀 대자보를 입은 시민들이 벡스코 주변을 행진하고 퍼포먼스를 벌이자, 유네스코 관계자들과 지나가던 시민들의 발걸음이 멈추어 섰다. 한 시민은 나눠준 자료를 들여다보며 “엄연한 역사적 사실을 일본이 회피하고 있다”며 강력한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벡스코 앞 빌딩 숲 사이로 울려 퍼진 인디밴드 ‘두 번째 달’의 김현보 씨의 연주와 노래는 현장의 숙연함을 더했다. 그는 가수 정태춘 씨가 홋카이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기리며 만든 ‘징용자 아리랑’을 나지막이 불러 나갔다. 이어진 노래는 홋카이도 강제동원 피해자인 故 강삼술 옹이 남긴 피맺힌 증언을 가사로 김현보 씨가 작곡한 ‘북해도 고락가’였다. 그의 덤덤한 목소리는 차디찬 이역만리 갱도에서 스러져간 청춘들의 넋을 기리는 듯 했다. 피해자들의 구술 인터뷰 영상과 시민들의 증언 낭독, 그리고 가슴을 울리는 노랫소리가 어우러진 긴급행동 현장은 사도광산이 인권 침해와 강제노동의 현장이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는 장이었다.

긴급행동이 펼쳐진 이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사도광산과 관련해 의미 있는 결정문을 채택했다. 일본이 등재 당시 ‘전체 역사’를 반영하기로 했던 것에 대해 그 수준이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하고, 조선인 강제노동을 포함한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룰 것을 다시금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유네스코의 이번 결정은 역사 은폐를 시도하는 일본 정부에 최소한의 제동을 걸었을 뿐, 결코 끝이 아니다. 일본 정부는 내년 12월로 예정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권고 이행 보고 시점까지 또다시 반쪽짜리 전시와 꼼수로 국제사회를 기만하려 들 것이다. 일본의 불성실한 태도가 명백한 상황에서, 당사국인 우리 정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과연 한국 정부는 지금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일본 정부에 당당히 ‘전체 역사’의 기록과 조선인 명부 공개를 촉구하고 있는가? 역사는 지우고 싶은 부분을 골라 삭제하는 작업이 아니라,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을 온전히 기억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에 강제동원의 진실을 올바르게 기록할 때까지, 그리고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로 외교적 목소리를 낼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입었던 그 대자보처럼, 앞으로도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몸에 새기고 끊임없이 기록하며 진실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 나가자.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행동만이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 대외협력실 활동가 한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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