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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수학여행 중 당한 ‘4·3 혐오’…검정교과서 편향 기술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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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변 제주 A여고 교사, 지난해 “유전자 흘러”물의
반복되는 혐오, 징후를 외면한 결과
‘특별법’ 외면한 검인정 교과서 폐해
지금도 “남로당” “좌익” “무장 봉기”
역사교육 전면적 쇄신 필요한 이유

민족문제연구소 제주지부 만평

수학여행으로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제주 A 여고 학생들이 인천 B 여고 학생 일부로부터 “빨갱이” 소리를 듣는 봉변을 당했다. 철 모르는 아이들의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 민족문제연구소 제주지부의 판단이다. 제주지부는 학생끼리의 다툼을 넘어 공교육 현장의 왜곡된 역사 서술과 방치된 혐오 표현이 지역 차별의 근거로 악용되는 실태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B 여고 일부 학생은 특정 색상의 옷을 입은 A여고 학생을 지목해 조롱하기 시작했으며, 상대 학생이 제주 지역 고교생임을 인지한 뒤에는 “4·3인가? 그거 빨갱이 아냐?“, ”교과서에도 빨갱이 비슷하게 써 있었다“고 모욕의 수위를 한층 높였다.

A 여고 학생들이 제지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B여고 인솔 교사는 상황을 모르고 있었던지 A 여고 교사를 향해 “빨갱이들 교육이나 잘 시키라”는 취지의 폭언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피해 여학생이 재학한 A 여고 교사가 제주 4·3 문제로 물의를 빚은 일이 있었다. 이 학교의 한 선생은 수업 중에 제주 4·3 사건을 “폭도들의 반란”이라거나 “유전자가 흐른 때문”이라고 비하해 제주 지역사회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학교 측은 파문이 일자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이번에는 수학여행을 온 A여고 학생들이 봉변을 당한 것이다. 학교 차원의 역사 인식 교정과 인권교육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역사 교육 현 주소를 알려주는 교과서들

이런 파문의 근저에는 국가 법령조차 무시한 교과서의 편향된 서술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4종(천재, 동아, 미래엔, 비상)은 제주 4·3 사태를 기술하며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이라는 본질 대신 ‘남로당 세력 중심’, ‘좌익 세력의 무장봉기’라는 표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 교육 현 주소를 알려주는 교과서들

천재교과서: “남로당 세력을 중심으로… 무장봉기가 일어났다.”

동아출판/미래엔: “제주도의 좌익 세력이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비상교육: “좌익 세력과 일부 주민들이 무장봉기하였다.”

이는 “무력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한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교과서가 법적 정의를 따르지 않고 이념적 대립만을 강조한 결과, 학생들에게 특정 지역에 대한 적대감을 정당화하는 ‘반지성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역사 교육 현 주소를 알려주는 교과서들

역사 교육의 목적은 비극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배우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 현장은 오히려 과거의 상처를 헤집어 혐오를 재생산하는 장으로 전락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제주지부는 “인천 B 여고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다”며 “교육 당국은 혐오의 씨앗이 된 편향된 교과서 서술을 즉각 바로잡고, 학생들이 국가 폭력의 진실과 화해의 가치를 온전히 배울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요나 시민기자

<2026-04-08> 민들레

☞기사원문: 수학여행 중 당한 ‘4·3 혐오’…검정교과서 편향 기술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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