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체험기]
더 중요한 것은 제가 강제동원 활동가의
놀라운 헌신과 열정에 깊은 영감을 받은 것
서가온
안녕하세요, Williams College에서 비교문학과 미국학을 공부하는 서가온입니다. 지난 여름 동안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인턴으로 일했습니다. 처음에는 가족에게 들은 이야기를 통해 한국역사, 특히 일제 식민지시기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한국인이지만 저는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일본 식민지배는 한글학교에서 한국 속담, 한국어 문법을 배울 때 단편적으로 들은 것으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던 제게는 부당한 폭력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독학으로 한국역사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특히 미군 점령 시기와 한반도 분단에 대한 역사를 관심 깊게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제가 그 시대에 살지는 않았지만, 그 역사에 대한 깊은 상실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 역 사는 한글학교에서든 정규 교육에서든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두 점령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이 시기의 역사가 한국 근대 역사 전체와 미래를 정의하는 중요한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일제 식민시기의 역사가 한민족이 겪은 비극적 서사로만 이야기되고 가르쳐질 때, 미국의 한반도 남부 점령과 그 이후 한국 독재정권의 어두운 역사를 가리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일본 식민지배에 대해 배운 것들을 통해 한국역사와 현재 한국사회에 대한 저의 이해가 깊어졌음을 느낍니다.
지난해 여름 내내 상설 전시 설명문을 번역하고 외국 방문객을 위한 영어 안내 영상을 만드는 작업을 했는데, 새로 배운 모든 것들에 너무 압도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루하루가 특별했습니다. 한번은 〈안녕 사요나라〉를 보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강제동원의 희생자와 그 가족, 한국과 일본을 막론하고 지칠 줄 모르는 활동가들과 길고 격렬한 투쟁, 종종 너무 추워 보이는 세상에서 끊임없이 지연되는 정의.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가 그들의 놀라운 헌신과 열정에 깊은 영감을 받은 것과 올해 그들 중 일부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은 아름다운 경험이었습니다.
올여름 친구 최승우와 함께 이 박물관에서 다시 함께 일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습니다. 작년에는 과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면, 올해는 현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별 전시회 〈민주주의와 깃발〉을 번역했는데 정말 흥미진진했습니다. 여기에서의 투쟁, 그 활기차고 우여곡절이 많음에 감동받았고, 제가 겸손해짐을 느꼈습니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광장에 나온 많은 활동가들의 말을 영어로 번역할 때마다 머릿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이며 그들의 아름다운 말들이 최대한 정확히 전달되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승우와 저는 전 세계 식민지 역사를 다룬 다양한 박물관을 연구하기도 했습니다. 이 보고서를 통해 일본식민지배가 단순히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를 명확히 밝혔습니다. 일본제국의 정복전쟁은 단순히 한국의 침략으로 시작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최고 발전인 세계 제국주의 시대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저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도 광산을 생각하면 볼리비아의 포토시 광산이나 콩고의 키푸시 광산이 떠오릅니다.
무엇보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제게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다른 박물관들과 다르게, 일제 식민지배가 1945년에 갑작스럽게 끝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주기 때문입니다. 일제 식민지배 역사는 다른 곳, 다른 시기의 역사적 맥락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곳은 저를 아주 세심하게 돌봐주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덕분에 제 경험이 특별해졌어요. 제가 끝없이 질문을 드렸는데, 항상 성심껏 대답해 주셨어요. 여기서 웃고 울었고, 여기 계신 분들의 헌신과 힘, 치열한 지성, 그리고 그 이면의 유머와 연민에 여러 번 할 말을 잃었어요. 여러분 모두에게서 배우고 여러분 모두와 더 친해진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여기서 배운 것을 미국의 투쟁에 잘 활용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투쟁!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사회지향적 역사활동에 전념하는 박물관
최승우
제 이름은 최승우이고 UC 버클리에서 도시계획을 공부하고 있는 22살 재미교포입니다. 중학생 때 한국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지 8년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우리나라 역사, 사회, 정치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친척들을 만나러 지방을 여행하면서 이전에는 인식을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군산에 사는 이모를 뵈러 갔을 때 끊임없이 시끄러운 소리가 났는데 그것이 미군 전투기 소리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차렸습니다. 선거 포스터의 구호를 읽고 우연히 6·10민주항쟁 전북기념식에 참석했습니다. 분단의 현실과 작년 내란의 지속적인 유산을 실감하며 박물관에서 일하고 선생님께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인턴십에서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민주주의와 깃발〉 전시를 위해 기증받은 자료를 번역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광장에 나간 사람들의 증언과 박노해 선생의 아름답고 사려 깊은 시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연구소 상근자인 김현지 선생님과 함께 ‘세종호텔 투쟁승리 목요문화제’에 가서 이러한 투쟁을 직접 보고 연대할 수 있었습니다.
교포 인턴 친구 서가온과 함께 각 지역과 국가의 식민지 역사를 다루는 전 세계 여러 박물관들을 비교하고 대조하는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특히 이러한 박물관들이 오늘날 식민지 유산을 다루는 방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연구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사회지향적인 역사활동에 전념하는 박물관으로서 얼마나 독특하고 중요한 지를 깨달았습니다.
또한 외국인 관람객의 관점에서 상설 전시를 분석하고 전시 내용과 디자인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박물관이 얼마나 활발하고 살아있는 프로젝트인지 깨달았습니다. 모두가 박물관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떻게 본연의 사명을 더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제 의견을 듣고 싶어했는데, 이는 저에게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저는 많은 진보적인 재미교포 선배님들을 알게 되었는데, 그중 많은 분들이 운동권 출신이셨습니다. 그분들은 저에게 한국의 민중운동과 한반도의 전쟁과 분단 상황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이것은 저의 정치화와 연대활동 참여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박물관에서 일하면서 만난 선배님들은 학생운동에서의 경험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주셨고, 이를 통해 미국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에서 제 활동의 전략과 방향에 대해 심사숙고하게 되었습니다. 미국과 한국 간의 억압과 저항의 역사를 연결 짓는 것은 박물관이 하는 연대 활동의 중요성과 현재를 이해하는 데 있어 과거가 갖는 중요성을 이해하게 해주었습니다.
인턴십 경험을 통해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 모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미국으로 돌아가서도 훌륭한 활동가로서 계속 활동하며, 한국 동지들과의 연대를 더욱 강화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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