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유정천리, ‘광복 80주년 기념: 해방의 노래’ 제작·보급

“조선의 대중들아 들어 보아라/ 우렁차게 들려오는 해방의 날을/ 시위자가 울리는 발굽 소리와/ 미래를 고하는 아우성 소리/ 노동자와 농민들은 힘을 합하여/ 놈들에게 빼앗겼던 토지와 공장/ 정의의 손으로 탈환하여라…”(임화 작사·김순남 작곡 ‘해방의 노래’)
광복 80돌을 맞아 1940년대 해방의 감격을 담아 작곡되고 널리 불리던 노래들이 음반으로 새롭게 제작됐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옛가요사랑모임 ‘유정천리’는 ‘광복 80주년 기념: 해방의 노래’ 음반을 제작해 보급한다고 11일 밝혔다.
시디(CD)와 유에스비(USB)에 담긴 음원은 총 37곡으로, 해방 직후부터 1940년대 말까지 발매되었던 에스피(SP·축음기용) 음반을 복각한 20곡과 지금까지 남아있는 악보를 바탕으로 재연한 17곡을 수록했다. 1945년부터 1940년대 말까지 ‘해방 공간’에서 널리 불린 이른바 ‘해방 가요’를 다수 만든 월북 작곡가 김순남의 ‘농민가’ ‘독립의 아침’ ‘해방의 노래’ 등도 포함됐다. 분단 이후 좌익 계열의 해방 가요는 전승이 끊겼다가 해금 이후 조금씩 재조명됐다.

이 음반에 실린 노래를 연주하거나 창작한 음악인 56명 중 14명은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랐다.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를 비롯해 ‘희망 삼천리’를 부른 가수 남인수, 작곡가 박시춘·김해송 등이다. 일제 통치 아래 제국주의의 나팔수로 군국가요를 연주하거나 곡을 만들던 이들이 해방 뒤 애국자로 변신해 작사·작곡·연주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항일음악을 발굴한 학자들의 땀방울도 숨어있다. ‘자유의 노래’와 ‘농민의 노래’는 음악학자 고 노동은 교수가 수집한 악보를 토대로 새로 연주하고 녹음했다. 노 교수는 친일음악인들의 문제를 제기하고, 안중근 의사가 작사·작곡한 ‘옥중가’ 같은 항일음악 발굴에도 힘썼다. 이번에 수록된 월북 음악가 김순남, 박찬모, 박아지, 박태원 등의 노래는 분단 이후 금지곡이 되었다. 그럼에도 “어둡고 괴로워라 밤이 길더니/ 삼천리 이 강산에 먼동이 튼다”로 시작하는 박태원의 곡 ‘독립행진곡’ 같은 몇몇 노래들은 1960년 4·19 혁명이나 1980년대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널리 불렸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유정천리는 2017년 1월 ‘군국가요 40선: 일장기 그려놓고 성수만세 부르고’를 출시한 바 있다. 군국가요 음반에 이어 이번에도 복원을 주도한 이준희 유정천리 회장은 “1년여 준비 기간 동안 소장처를 확인하고도 결국 수록하지 못한 곡들이 더러 있어 아쉽다. 상하기 쉬운 에스피 음반 음원을 복원한 데 의의가 있으나, 음악가들의 이력을 정리하면서 심란한 역사의 흔적을 많이 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오는 22일 오후 2시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 세미나실에서 제작 과정에 대한 보고와 함께 주요 수록 작품을 들어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이유진 선임기자
<2025-08-11>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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