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의 히,스토리] 곳곳에서 드러난 문제적 정치 인식·역사관… ‘국민통합’ 수행하기에도 안 맞는 인물

지난 21일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의 정치·역사 인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크게 논란이 됐다. 결국 그는 22일 오전에 자진 사퇴했다.
언론들은 금년 3월 발행된 그의 저서 <야만의 민주주의>의 대목들을 소개하거나,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서 사라진 과거의 글들을 찾아내 문제적 발언들을 소개했다. 또 역사단체들은 반역사적인 그의 발언들을 지적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으로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 등이 추천했다고 알려진 강준욱 전 비서관은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IBM 등에서 20여 년간 근무하다가 LA 소재 여성 의류 도매업체인 보국유에스에이(Bokuk Usa Inc)에서 대표이사로 근무했다. 동국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교수가 된 것은 2018년이다.
윤석열 비상계엄 옹호하고,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 부정까지
언론들이 전한 그의 정치인식을 보면, 그가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 참모, 그것도 하필이면 국민통합비서관에 기용된 일을 의아하게 만든다. 21일 자 <한겨레>는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올해 펴낸 저서에서 12·3 비상계엄을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저항’이라 옹호하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선 ‘국민에게 상황의 답답함과 막막함을 알리는 방식으로 계엄을 선택한 것’이라고 두둔한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책 속의 관련 부분들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강 전 비서관은 “나는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야당의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저항이라고 정의한다”라며 “정부가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으로 손발을 묶는 의회의 다수당의 횡포를 참을 수 없어 실행한 체계적 행동이었다”라고 책에 썼다.
그는 12·3 내란의 본질이 계몽령이라고 강변했다. “계몽령이라는 주장은 보통 사람들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그는 실제로 국민에게 당시 상황의 답답함과 막막함을 알리는 방식으로 계엄을 선택한 것”이라고 쓴 것이다.
‘야당의 횡포에 항거한 체계적 대응이었다’는 말은 윤석열이 계엄을 통해 그 횡포를 제거하고 새로운 체계를 만들고자 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런 말을 하게 되면, ‘국민에게 호소하고자 계몽령을 발포했을 뿐’이라는 주장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강 전 비서관이 논리적 문제점에 개의치 않고 이런 강변들을 했다는 것은 그가 상황을 합리적으로 관찰하기보다는 윤석열을 옹호하는 데 기울었음을 의미한다.
정의기억연대·민족문제연구소·민변 등의 611개 단체가 발족시킨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21일자 공동보도자료에서 “차마 사실일까 귀를 의심할 정도”라며 강 전 비서관의 역사인식에 경악을 표했다. 다음은 성명서 일부다.
“강준욱은 과거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을 부정하며 ‘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믿으며 강제징용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위안부도 마찬가지지만 길거리에서 아무나 무작정 잡아간 것으로 여기기에는 일본인들의 태도가 너무도 존경스러운 수준’이라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역사인식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중략)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끊어내도 모자란 상황에서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의 임명은 오히려 국민통합이 아니라 친일 극우세력의 손을 들며 국민을 분열시키는 모습에 가깝다.”
미국은 한일 역사문제로 인해 한미일 삼각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압력을 가한다. 이 삼각관계에서는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미국은 역사문제에서 일본 쪽에 훨씬 기울어 있다. 한국 정부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는 데는 미국의 편파적 태도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런데 미국이 일본을 편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강압과 감언이설이 동원됐다는 부분만큼은 일본이 부정하지 못하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
역대 최장수 총리인 아베 신조가 근 9년간인 3188일 동안 재임하면서도 끝내 파기하지 못한 것은 위안부 강제연행을 시인하는 1993년 고노담화다. 일본 정부의 공식 성명인 이것만큼은 부정하지 못하게 하는 미국의 압력이 낳은 결과다.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것도 모자라 “일본인들의 태도가 너무도 존경스러운”이라고 감탄한 강 전 비서관의 태도는 그가 이 같은 객관적 사실관계를 외면했음을 드러낸다.
위안부와 강제징용은 역사문제인 동시에 사회문제다. 주로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이 피해자가 됐다. 그래서 위안부와 징용에 대한 인식은 지금의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과도 맞닿는다. 위안부와 징용 피해자를 응원하는 사람이 오늘날의 사회적 강자를 옹호하는 예는 드물다. 위안부 및 징용에 대한 강 전 비서관의 인식도 현재 문제에 대한 그의 인식과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22일 자 <이데일리> 보도다. 이 매체는 최저임금과 양극화에 대한 문제적 발언들을 소개했다. <이데일리>는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올해 펴낸 저서에서 헌법이 시행의무를 규정한 최저임금법에 대해 ‘노동자의 탐욕’, ‘하위 노동자들에 대한 상위 노동자들의 약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양극화 목소리엔 ‘부자들에 대한 질투심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했다”는 점을 보도했다.
최저임금제가 하위 노동자에 대한 상위 노동자의 약탈이라는 명제에 대한 그의 근거는 부실하다. 책에서 그는 “‘하위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야 하는 것이어야 한다’와 같이 따뜻한 감성으로 포장돼 관철하면, 그 위 노동자의 임금은 바로 그 최저임금에 의해 함께 높아지고 또 그보다 더 위의 노동자로 도미노처럼 영향을 준다”라고 썼다.
그는 ‘나보다 못 버는 사람의 최저임금을 높여야 나의 임금도 높아진다’는 생각이 노동자들에게 있다면서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제를 ‘상위 노동자의 약탈’로 규정했다. 제대로 된 근거도 없이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투쟁을 비판한 것은 그가 사회적 약자를 비판하는 일에 대해 조급증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역사를 바라보는 태도도 문제이지만, 지금의 사회를 대하는 이 같은 태도도 국민통합·사회통합에 도움이 되기는 힘들다.
“학생들에게 세뇌”… 이런 사람이 어떻게 국민통합비서관을 하나

21일 자 <주간조선> 보도는 그가 자신과 이념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참고가 된다. 이 매체는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2020년 한 강연에서 ‘교양 필수 과목에서 학생들에게 (우파 사상을) 세뇌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그가 자신의 정치 이념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킨 방식을 소개한다.
<주간조선>은 “(강 비서관은) 시험문제를 통해 학생들의 사상검증을 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라며 유튜브 동영상을 근거로 그가 학생들의 이념을 검증하고 그것에 영향을 미친 방법을 정리했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동국대 학생들에게 주관식 시험문제를 낼 때 “사회주의적 경향이 세졌다”는 내용을 지문에 넣었다. 그는 이에 대한 반응을 근거로 학생들의 성향을 분석했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그는 “대부분은 제가 원하는 답을 썼다. 점수 잘 받으려고 제 의도에 맞게 답을 준 학생들도 있겠지만”이라고 발언했다. 그의 출제 의도에 분개하는 학생도 있었다. <주간조선>은 동영상 속의 강준욱이 “그렇지 않은 학생은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한 학생은 답안지에 ‘너 같은 놈도 교수냐’라고 적었더라. 아마 그런 서클에 있는 학생들 같다”라고 말한 일을 전했다.
강준욱 당시 교수는 자신의 출제 의도에 맞춰 답안지를 쓴 학생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간조선>에 따르면, 그는 “(이러한 수업을 들었을 때) 저희 20대 같았으면 전부 수업 안 듣고, 저같이 이야기하는 교수에게 농성하고 그랬을 거다”라며 “그런데 지금의 20대들은 그렇지 않아서 희망적이다. 가능성이 있다”라고 발언했다.
이는 강 비서관이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는 인물이라는 느낌을 갖기 힘들게 만든다. 상대방의 의견을 청취하고 존중해야 화합이든 통합이든 이룰 수 있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가 국민통합비서관 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회 곳곳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강 비서관은 윤석열 내란 이후의 국민통합 과제와 충돌하는 역사관과 세계관의 소유자다. 그가 국민통합비서관에 임명됐다가 급히 사퇴한 것은, 그를 기용하는 과정에서 인사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2025-07-22> MBC: 사퇴한 강준욱의 충격적인 발언들… 정부 인사검증 시스템 왜 이럴까

지난 3월 발간한 자신의 저서에서 12.3 비상계엄을 옹호해 논란을 빚었던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이 오늘 자진사퇴했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강 비서관이 오늘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사퇴를 통해 자신의 과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국민께 전달하겠다는 취지”라 설명했습니다.
이어 “후임 국민통합비서관은 이재명 정부의 정치 철학을 이해하고 통합의 가치에 걸맞은 인물로 보수계 인사로 임명할 계획”이라 덧붙였습니다.
당초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도 포용하겠다는 취지로 강 비서관을 임명했지만, 12.3 계엄을 옹호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폭도’라 표현한 과거 전력이 드러나 큰 논란을 빚었습니다.
<2025-07-22> MBC: 계엄옹호 논란 강준욱 대통령실 비서관, 자진사퇴
※관련기사
☞프레시안: 비상계엄 옹호한 강준욱 비서관, 친일까지? 강제동원 불법성 인정 않으며 “일본인 존경”
☞연합뉴스: 계엄 옹호하고 5·18에 ‘폭도’…강준욱, 이틀만에 자진 사퇴
☞kbc뉴스: 李대통령, ‘계엄 옹호’ 강준욱 비서관 사의 수용
☞SBS 뉴스: ’12·3 계엄·법원 폭동 옹호’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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