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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남인수, 정부 보고서에 빠졌다 해서 친일 없어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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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제 열겠다는 남인수기념사업회 “친일파 아냐” 주장… 민족문제연구소 즉각 반박

일제강점기 때 <강남의 나팔수> <그대와 나> <남쪽의 달밤> <낭자일기> <병원선> <혈서 지원> <이천오백만 감격>의 군국가요를 불렀던 가수 남인수(본명 강문수, 1918~1962)에 대해 남인수기념사업회가 “가황(가요황제) 남인수는 친일파가 아니다”라고 주장하자 그를 등재해 <친일인명사전>을 펴냈던 민족문제연구소가 반박했다.

남인수기념사업회는 26일 진주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남인수는 결코 친일인사가 아니다”라고 했고, 민족문제연구소는 반박 입장을 냈다.

남인수는 해방 이전 일제강점기 때 모두 7곡의 군국가요를 불렀다. <그대와 나>는 내선일체와 지원병을 선전하기 위해 제작한 영화의 주제가였고, <이천오백만 감격>과 <혈서지원>은 조선징병제 실시 축하 기념으로 만들어졌다. 남인수는 1944년 9월 부민관에서 조선연극문화협회 주최로 열린 <성난 아세아>에 출연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09년 11월 남인수를 포함한 친일파 4300여 명의 행적을 기록한 <친일인명사전>을 펴냈다. 남인수의 고향인 진주에서는 한때 그의 이름을 딴 ‘남인수가요제’를 진주시 지원금으로 열어오다가 친일행적이 드러나면서 ‘진주가요제’로 이름이 바뀌기도 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설립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아래 위원회)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를 내면서 1006명의 친일반민족행위자를 발표했는데, 이 명단에 남인수는 들어가 있지 않았다.

남인수기념사업회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심의과정에서 기각”

▲남인수기념사업회, 26일 진주시청 브리핑실 기자회견. ⓒ 윤성효

남인수기념사업회는 이날 회견문을 통해 “최근 정부의 공식 기구인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남인수 선생이 친일인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 국가문서를 확인했다”라며 “정부의 공식기관에서는 남인수 선생이 친일인사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위원회가 발표한 명단에 따르면, 대중가요 부분에서는 10명이 친일 명단에 포함됐지만 남인수 선생은 포함되지 않았다”라며 “위원회는 ‘남인수는 대중가수가 갖고 있던 당시의 사회적 위상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사실이 인정돼 결정 심의과정에서 기각했다’는 입장을 밝혔다”라고 했다.

이들은 “대중가수는 그 당시 지식층도 아니고 협박과 집요한 회유에 군국가요 몇 곡을 불렀다고는 하지만, 큰 파급효과도 적었으며, 생계형의 작은 친일로 간주해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이었다”라며 “하지만 언론의 철저한 외면 속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친일의 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남인수 선생의 이름 앞에 친일이라는 주홍글씨가 따라다니는 이해 못할 현실이 지속되고 있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남인수기념사업회는 “사단법인 단체에서 발생한 친일인명 사전 등재는 인정하면서도 국가가 운영한 위원회의 결정을 받아 들이지 않는다면 이는 크나큰 모순이자 공권력을 부정하는 형태에 다름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올해 남인수가요제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반박 나선 민족문제연구소 “그의 친일행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남인수기념사업회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정책실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2004년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설립됐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박근혜씨였다. 격론이 벌어졌지만, 박정희를 친일명단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기준을 상당히 높였던 것”이라며 “남인수가 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서 그의 친일행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 진주지회는 이날 낸 자료를 통해 “남인수기념사업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 남인수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를 원한다면 남인수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제시하면 된다”라며 “남인수가 “남인수가 친일하지 않았고 미약하게 했지만 일본제국주의자들의 강요로 했다는 근거를 제시하시면 되는 매우 간단한 일”이라고 했다. 이들은 “남인수는 위원회의 ‘친일인사 심사과정에서 (심사대상에서) 기각된 것’이지 ‘남인수는 친일인사가 아니다’라는 결정을 한 적이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부가 주도한 위원회의 친일파 1006명에는 박정희도 빠졌다. 위원회는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기구가 아니라 정치적 합의를 한 기구”라며 “법률가들을 중심으로 범죄행위 여부를 밝히는 기구였고 그 나름대로 의미는 있겠으나 위원회가 결정한 친일파 1006명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친일매국 행위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윤성효 기자]

<2025-06-26>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남인수, 정부 보고서에 빠졌다 해서 친일 없어지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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