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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종식의 길, 가열차게 지치지 말자
한요나 〈민들레〉 시민기자
2024년 12월 3일 계엄의 밤, 국민들은 아직도 각자의 계엄에 대한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그날 밤, 대한민국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서울과 근교의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은 혹여 생명도 잘못될 각오를 하고 국회로 달려갔다. 한편, 먼곳에서는 수많은 국민들이 가슴을 졸이며 나라의 앞날과 그곳에 달려간 사람들의 안전을 걱정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가족들에게, 지인들에게 12·3 계엄사태에 대해 토로하고 무엇을 해야할 지를 생각해보았다. 일단, 여러 곳에 알리고 유튜브나 채팅방을
통해서 뜻을 모아야 했다. 미약한 목소리일지라도 더 크게 내야만 했다. 유혈사태가 발생한다거나, 유사시에 계엄이 해제되지 않을 경우를 마음을 졸이며 상정해보았다.
급박한 상황에서 머리가 더 빠르게 돌아갔다. 국가폭력에 저항해야 한다고 느꼈고 집회, 시위와 구호 외에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들이 나섰듯이 조직된 시민들의 연대로 싸워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연행, 구금, 의료, 의식주를 해결할 방법도 고민했다.
국민의힘의 이해할 수 없는 비협조로 계엄해제가 가까스로 가결된 이후에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 불안감은 윤석열이 계엄해제 가결 이후에도 지하 벙커에 장시간 틀어박혀서 해제를 발표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더욱 커졌다. 그 이후 우리는 각자의 일상을 각자가 할 수 있는 만큼 갈아넣어 투쟁했고, 내란범들의 온갖 권모술수와 비상식으로 말미암아 다섯 달이 넘도록 끝나지 않은 내란의 시대를 살아내고 있다.
여태까지 있었던 많은 일들을 생각해보면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고 매번 고비를 넘기면서 지금까지 왔다. 처음 계엄을 해제한 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벚꽃 대선을 이야기했으나 장미 대선도 지나 유월에 대선을 치루게 됐으니 말이다.
이 과정을 여러 번 복기하며 국민들이 각오를 더욱 단단히 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모두 앞으로도 내란범들을 몰아내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을 미리 각오하고 대응해야만 한다.
계엄이 있던 밤, 탄핵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애태우던 나날들을 온 국민이 잊지 말아야 한다. 길다면 긴 5개월 이상의 시간이 흘러갔다. 많이 지치고 연일 터지는 일들에 모두가 냉탕과 온탕을 오가고 있고 그 피로도는 극심한 상태다. 그러나 국민들이 내란의 완전 종식까지 생활 속 투쟁을 가열차게 지치지말고 일상화해서 연대와 화합으로 내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힘을 더 크게 모으면 좋겠다. 대선 과정도, 대선이 끝난 이후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답답하고 어려운 상황이 분명히 닥쳐올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극적으로 한방에 다 해결되지는 않을 거라는 각오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마치 내란 종식과 검찰, 사법부 개혁의 과정이 온몸에 진드기가 붙어있어도 앞으로 쟁기를 갈며 나아가는 소의 고행과도 같다고 생각하기로 하자.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쉬거나 앉아서 진드기를 뗄 시간조차 부족하다. 힘들더라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 몸에 붙은 진드기를 중간중간 떼어내며 가야만 하는 고난의 길을 다 함께 가야 한다.
새 정부는 무너진 나라 경제도 되살리면서 동시에 내란도 종식시켜야 한다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국민들은 새 정권에 바라는 성급한 욕심과 기대를 조금은 내려놓고 대의를 우선시해야 한다. 내란을 비판하는 국민들 모두가 서로 양보하고 연대하며, 이끌어주고 밀어주며 가장 합리적인 방식과 순서를 거쳐서 내란범들을 우선 단죄하도록 노력하자.
나라 곳곳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부디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누군가가 각자가 바라는 일을 해결해 주기만 기다리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스스로 행하며 성숙하고 깨어있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면 좋겠다.
• <민들레> 2025.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