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진주 죽이기 – 김경현의 역사·문화·논개 비평
김경현 저 | 곰단지
김경현 작가가 2024년 1월 『김경현의 진주이야기 100선』을 펴낸 지 10개월 만인 11월에 후속편인 『진주 죽이기』를 출간하였다. 단기간에 500여 쪽의 두툼한 책을 완성한 저자의 치열한 노력과 성실함에 경탄해 마지않는다. 전자가 수백여 년의 진주 역사 속에서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길어올린 것이라면, 후자는 저널리스트로서 2000년대의 진주 사회 현실을 직시하고 그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 비평집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진주 죽이기’라는 도발적인 제목과 ‘김경현의 역사·문화·논개 비평’이라는 부제를 단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렇게 하여 이 책의 제목이 『진주 죽이기』로 정해졌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책 제목은 진주 역사와 문화에 대해 적의감(敵意感)이 넘치는 ‘죽이기의 절망’을 넘어서 과거를 치유하고 상생하는 ‘살리기의 희망’을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붙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제목은 ‘죽이기’이지만 ‘진주역사 살리기’와 ‘진주문화 살리기’ 및 ‘논개 살리기’를 의미하고 그런 뜻에서 『진주 죽이기』의 부제로 ‘김경현의 역사·문화·논개 비평’이라고 붙이게 되었다. 어차피 죽고 사는 문제는 얼마나 서로를 잘 이해하고 생각하느냐, 앞으로 역사와 문화를 얼마나 공유하며 얼마나 공동체 정신을 갖고 살아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진주 죽이기』는 제1부 진주역사 죽이기, 제2부 진주문화 살리기, 제3부 논개를 위한 변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진주역사 죽이기는 『경남도민일보』에 연재한 칼럼 중에 역사와 문화와 관련된 글이다. 여기서 다룬 주제는 진주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안으로 논개와 의암별제(義巖別祭), 기생과 교방문화가 가장 많다. 이 밖에도 형평운동가 강상호 선생의 독립운동가 서훈문제, 지역유지와 지자체 단체장의 입김에 좌우되는 향토지 발간 문제, 진주아리랑과 명석면의 노리랑 노래 이야기, 진주 출신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보도연맹 학살 보도의 사실관계 등 2000년대 진주 사회에서 이슈화되었던 주제들이다. 특히 옛 『진주신문』 기자에서 퇴사한 후 ‘친일문제 전문가’로서 새 출발하게 된 저자가 2005년에 기고한 ‘『친일인명사전』과 진주정신’, ‘『일제강점기 인명록』 발간과 『친일인명사전』 편찬’, ‘신(新)시일야방성대곡’ 등 세 편의 글에서는 친일문제 연구자로서 새롭게 출발하는 굳센 결기가 느껴진다. 그 결과 그해 11월,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일제강점기인명록Ⅰ-진주지역 관공리·유력자』 등 일련의 연구 성과로, 김경현 씨에게 제1회 임종국상 학술부문 수상자라는 커다란 영예가 돌아갔다.
제2부 진주문화 살리기는 『경상대신문』에 연재한 <김경현의 진주문화 엿보기>에 실린 문화칼럼이다. 진주난봉가, 색향의 고장, 애수의 소야곡, 진주검무, 논개시, 형평운동, 동편제의 명창, 배따라기, 진주기생, 의암별제 등 진주문화를 대표하는 ‘열쇠 말(키워드)’ 10가지를 골라 그 역사적 맥락과 민중 생활 속에 녹아든 편린을 상세히 기술하였다. 이 칼럼과 주해 글을 통해 저자가 진주의 문화적 자산에 대해 무한한 연민과 애정을 갖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3부 논개를 위한 변명은 진주의 의기(義妓) 논개 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는데 저자가 가장 심혈을 기울여 수정 보완한 글이다. 원래 논개 담론이 시작된 것은 2000년 초 진주의 아무개 인사가 장수군수에게 보낸 진정서의 주된 질문 7가지에서 시작되었다. 그 당시 저자가 진주민속예술보존회 사무국장을 맡아 의암별제를 준비 기획하면서 논개를 나름대로 연구하고 있었다. 진정서가 의암별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오자 이에 답변을 단 것이 이 글의 토대 가 되었다. 이후 저자는 논개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를 위해 <제3부에 소개된 논개 관련 자료>(본문 498~511쪽)에서 보듯이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김구의 『백범일지』에서부터 변영로와 한용운의 시뿐만 아니라 최근의 『한겨레』(2019.3.8) 기사로 이숙인의 <의로운 기생, 논개>까지 관련 문헌과 작품, 신문잡지 등 방대한 자료를 샅샅이 섭렵하였다.
저자는 논개에 대한 쟁점을 ①의암을 폐기하라니!( 호칭문제), ②논개의 성씨는 무엇입니까?(성씨와 신분문제), ③논개의 남자는 누구입니까?(사실관계), ④논개의 죽음을 부정하다니!(왜장의 존재와 촉석루 전승연), ⑤논개의 부활(결론) 등 5장으로 나누어 논개에 대한 근거 없는 풍설과 마타도어를 문헌 자료를 활용해 하나하나 반박하였다. 더 나아가 논개의 서사와 충절을 현재의 시점에서 재조명하자고 역설하였다. 논개 이야기를 한 고장의 이야기로 묶어두지 말고 우리 민족 고유의 자산으로 보존, 발전시켜야 한다는 저자의 제언은 오늘을 사는 우리 마음속에 더욱 깊이 와닿는다.
• 박광종 특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