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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식민지배 불법성 인정 않는 아베 정부 비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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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반대 도쿄 촛불행동, ‘식민지 책임’ 심포지엄
“후기 식민주의 체제 반복…1965년 이전 인식으로 후퇴”
“강제동원자, 재판 없이 총살당한 사례도”
김세은 변호사 “국가 간 약속 때문에 피해자 침묵해야 하나”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지금 한일 관계에서 최대 문제는 아베 정부가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태평양전쟁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 촛불행동 일본실행위원회 등 한일 시민단체들이 참여하는 ‘야스쿠니 반대 도쿄 촛불행동’은 8.15 광복절을 닷새 앞둔 10일 도쿄 재일본 한국YMCA에서 ‘지금의 야스쿠니와 식민지 책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일본 지식인들과 한국의 시민운동가들은 일제의 한반도 식민지배와 강제동원, 위안부 문제 등을 살펴보고 해법을 강구하는 데 머리를 맞댔다.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도쿄대 교수는 ‘식민지주의의 중단’이란 발제를 통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근거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부인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현 일본 정부의 성격을 ‘포스트 콜로니얼니즘'(후기 식민주의)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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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연합뉴스) ‘야스쿠니 반대 도쿄 촛불행동’은 8.15 광복절을 닷새 앞둔 10일 도쿄 재일본 한국YMCA에서 ‘지금의 야스쿠니와 식민지 책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 다케우치 야스히토 역사연구가, 와타나베 미나 ‘여성·전쟁·평화자료관’ 관장, 김세은 변호사, 사회자인 야노 히데키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자 보상 입법을 목표로 하는 일한공동행동’ 사무국장.

다카하시 교수는 2013년 12월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하는 등 일제의 침략 전쟁을 인정하지 않는 행보를 보이는 아베 정부는 후기 식민주의적 체제의 반복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로 부각된 것이 바로 한국 및 조선 문제에 대한 아베 정부의 인식이라며 아베 정부는 한국의 식민지배를 사실상 정당화하고자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아베 정부의 행보는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 등 역대 일본 총리들이 한반도 식민지배에 대해 사과했던 것과 대비되는 것이라며 그런 연장에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전제로 한 한국 대법원판결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전후 70년 담화나 위안부 한일 합의에서도 “우리나라의 식민지 지배”라는 표현을 포함하지 않았다며 이는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의 일본 정부 인식으로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식민지배에 대한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것이 종래의 일본 정부 의견이었다며 개인청구권에 대한 해석을 변경하는 것은 국제법상이나 국제노동기구(ILO) 조약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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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연합뉴스) ‘야스쿠니 반대 도쿄 촛불행동’이 8.15 광복절을 닷새 앞둔 10일 도쿄 재일본 한국YMCA에서 ‘지금의 야스쿠니와 식민지 책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강제동원 진상규명네트워크에서 활동하는 역사연구가인 다케우치 야스히토(竹內康人) 씨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강제동원의 손해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전쟁피해자의 존엄을 회복하고 시민의 정의를 실현한 판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다케우치 씨는 청구권협정이 규정한 청구권 해결의 의미는 아베 정부가 해석하는 것과 달리 정부의 외교 보호권(외국에 있는 자국민을 보호하는 권리)을 서로 포기한다는 의미이지 개인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일제의 강제동원 실태를 설명하면서 인권유린은 물론이고 재판 없이 총살당한 사례도 있었다고 밝혔다.

다케우치 씨는 이런 사례는 징용이 단지 기업과의 고용 관계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불법성을 강조했다.

다케우치 씨는 강제동원 문제의 포괄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일본 정부가 한국 사법재판에 대한 비판을 중단하고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원고 측과 피고인 일본 기업 간의 협의에 개입하지 말고, 청구권협정이 피해자의 정의를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되면 그 장애를 극복할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한일 공동의 재단·배상기금 설립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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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연합뉴스) ‘야스쿠니 반대 도쿄 촛불행동’이 8.15 광복절을 닷새 앞둔 10일 도쿄 재일본 한국YMCA에서 ‘지금의 야스쿠니와 식민지 책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다케우치 씨는 독일기업이 강제노동 피해자들과의 화해를 위해 ‘기억·책임·미래’ 재단을 만든 것처럼 화해를 목적으로 한 재단·기금의 설립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본 측의 인식 변화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제철 강제동원 소송 원고 측 대리인인 김세은 변호사는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270여명의 일본인 방청객들을 상대로 대법원판결의 의의를 설명해 큰 호응을 얻었다.

김 변호사는 “야스쿠니, 위안부, 강제동원 등에 공통된 것은 국가의 행위로 고통받는 개인이 있다는 점”이라며 “인권 문제로 고통받는 개인들에게 눈길을 주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일본은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라고 하는데, 지금 목소리를 내는 쪽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과거에 고통받고 지금은 늙은 사람들”이라며 “국가 간 약속 때문에 피해자 개인이 어떤 주장도 못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이 일본과 한국 사회에서 펼쳐졌으면 한다”며 “대법원판결은 일본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해결 못 한 것을 제대로 얘기해 해결의 기회로 삼자는 것”이라고 이해를 호소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 참가한 한일 방청객들은 오후 7시부터 ‘평화의 촛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란 주제로 1.5㎞가량 떨어진 야스쿠니신사까지 행진하는 이벤트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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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연합뉴스) ‘야스쿠니 반대 도쿄 촛불행동’이 8.15 광복절을 닷새 앞둔 10일 도쿄 재일본 한국YMCA에서 ‘지금의 야스쿠니와 식민지 책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사진은 방청객들 모습.

parksj@yna.co.kr

<2019-08-10> 연합뉴스 

☞기사원문: 식민지배 불법성 인정 않는 아베 정부 비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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