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한의학이라는 용어, 그리고 민족의학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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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한의사입니다. 한의학이란는 용어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우연히 민족문제연구소의 게시판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이면 진보적인 역사학을 연구하는 단체로 알고 있었는데, 너무나 허접한 글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 단체에 대해서 잠시 실망했으나 다시 보니 자유게시판이군요.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는 있는 곳이니 민족문제연구소의 잘못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한의학에 대한 두 개의 글은 함량미달의 지극히 저급한 글임을 지적해야겠습니다. 그래도 한국의 양의사이면 지성인에 속할 수 있을 텐데 진영논리에 빠져서 이성마저 상실한 듯 합니다. 아래 두 글에 대한 의견을 간단히 적어봅니다.

1. 한(韓)의학인가 한(漢)의학인가

아래 인용한 두 명의 양의사 선생님들은 한의학이라는 용어는 그 실체도 기원도 없으며, 1986년 현대에 들어와서 ‘한(漢)의학’을 ‘한(韓)의학’으로 한자명만 바꾼다고 중국의 아류 의학이 민족의학이 되느냐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글을 쓰는 습관이 있군요. 더군다나 이분들은 서양의학이라는 존재가 우리 나라에 알려지기 전까지 우리 사회에서 ‘의학’이라고 하면 한의학을 가리켰다는 사실을 생각이나 해 본 적이 있을까요? 당연히 서양의학이 전래되기 전 조선시대에는 ‘한의학’이라는 용어는 없었고 그런 용어를 사용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한의학 용어와 관련하여 아래 인용한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1894년 갑오개혁 전까지 현재의 한의학은 그냥 ‘의학’이었고, 서양의학은 ‘태서의학’ 혹은 ‘서의'(西醫)로 불렸다. 갑오개혁 이후 서양의학이 제1의 공식 의학의 지위를 얻게 되자 한의학은 ‘의학’ 이라는 명칭을 서양의학에 내주게 된다. 당시 황성신문 등에서는 새로운 의학, 즉 ‘ 신의'(新醫)인 서양의학과 대비해 한의학에 대해 ‘구의'(舊醫)라는 표현을 썼다. 공식 국명에 ‘나라이름 한(韓)’자를 썼던 대한제국은 같은 글자를 써 ‘한약'(韓 藥), ‘한의'(韓醫) 등의 이름을 사용했다. 이것이 현재 한의학 명칭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이 ‘한'(韓)자가 ‘한'(漢)자로 바뀐 것은 일본이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가던 시점과 일치한다. 일본에서는 당시 전통의학에 대해 중국에서 전래됐다는 뜻을 담은 ‘한의학'(漢醫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한 후 우리나라에서도 ‘한방'(漢方)이 공식 명칭이 됐고, 이런 전통은 해방 후까지 이어져 공식적ㆍ법률적 용어로 여전히 한의학(漢醫學)이 쓰였다.

이러한 ‘일제의 잔재’ 명칭을 바꾸려는 시도는 1960년대 북한이 ‘동의학'(東醫 學)이라는 이름을 확정하며 시작됐다. 이는 북한이 전통의학의 주체성을 천명하고 한의학이라는 말에 묻어있는 낡은 이미지의 탈피를 위해서라고 신 교수는 분석하고 있다. 이 때부터 남한에서도 대한제국 때 쓰였던 한약(韓藥)과 한의(韓醫)의 사례를 들어 한의학(漢醫學)을 한의학(韓醫學)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본격화된다. 1960년대 중반 첫 제안이 나온 후 20여 년이 지난 1986년 한의학(韓醫學)으로의 변경이 확정 되면서 한의원, 한의사, 한약, 한의원 등의 ‘한'(漢)자가 ‘한'(韓)자로 바뀌게 됐다. 북한에서는 이후 ‘고려의학’으로 한번 더 이름을 바꿨다. 이는 ‘고려연방제’ 등 의 용어에서 볼 수 있듯, 고려와 고구려를 계승했다며 역사적 정통성을 주장하는 것 과 관련이 깊다고 할 수 있다
(출처 [한(韓)의학과 한(漢)의학])

https://www.mk.co.kr/news/home/view/2005/12/471068/

위 인용글에서 보듯 한의학(韓醫學)아니라  한의학(漢醫學)은 일제의 잔재가 맞습니다. 중국은 자신들의 의학을 중의학이라고 부릅니다.

 

2. 한국의 한의학은 중국 한의학에서 유래했음은 역사적 사실이고 이 사실을 한국 한의사들은 숨길 이유가 없습니다.

아래 인용한 두분의 양의사는 한의학이 중국에서 유래하였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아주 고소해 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이 중국에서 전래된 것이 뭐가 문제인가요? 한의학이 중국에서 발달하여 한국에 전해졌다는 것을 굳이 십수개의 사전을 나열하여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까요? 현대서양의학이 한국에 전해지면 한국에서는 아무런 발전도 없이 그냥 전래받은 의학만 답습하나요? 어느 시기에 전래된 서양의술만을 답습할까요? 일제시대 들여온 현대서양의술을 지금까지 바꾸지 않고 사용하고 있나요? 아니면 70년대에 들여온 의학이론과 의술을 하나도 바꾸지 않고 한국적인 요소는 전혀 가미하지 않고 지금도 기계처럼 답습하고 있나요?

한의학 역시 삼국시대에도 들어왔고, 고려시대에도 들어왔고, 조선시대 동의보감 출판 이전에도 들어왔습니다. 청나라 중후반 즉 동의보감 완성기 이후에는 중국 한의학이 한국 한의학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지요. 현대 양의학이 그런 것처럼 각 시대마다 한국의 한의사들은 기계처럼 중국한의학을 답습하는데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 발전시켰을 것이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3. 일본은 급격한 서구화를 추구하는 과정 중 명치유신헌법을 제정하면서 전통의학제도를 폐기합니다.

아래 두 분들은, 한동안 일본에서 전통의학은 쇠퇴기를 겪지만 현재 일본의사협회 한방분과 회원이 한국의 한의사 수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까요? 일본 의사의 80% 이상이 한약 엑스제를 1회 이상 처방한 경험이 있다는 통계를 아래 두 분들은 본 적이나 있을까요? 일본에서 한의학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일본의사협회 회원이이므로 한국의 양의사들처럼 그렇게 저급하게 한의학을 공격하지는 않는 것 같더군요. 아래 두 분은 이런 사실을 알까요?

일본 군국주의자들은 식민지 지배 기간 동안 한국의 전통의학을 급격하게 파괴되고 왜곡하였습니다. 아무리 진영논리에 눈이 멀어도 그렇지 그런 일본제국주의자들의 행위가 보이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한의학이 싫다고 하여 일본 군국주의자들이 전통의학에 가했던 논리를 비판없이 이용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참고> 해당 글 링크와 일부 글 발췌

일제의 잔재는 (현대)의학일까? 한(漢)의학일까?

일제의 잔재는 (현대)의학일까? 한(漢)의학일까?

“중의학의 아류로서 중국을 사대하면 따르던 조선의 ‘한(漢)의학’이 1986년 ‘한(韓)의학’으로 한자명만 바꾼다고하여, ‘일제식민의 잔재로서 조선에서 연명하게된 중의학의 아류인 ‘한(漢)의학’이 민족의학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현대의학이 일제에 의하여 들어온 부분이 있다하여 ‘양의학’이라고 21세기에도 부르는 것은 수치스러운 언행입니다. 아니, 사고의 수준이 지극히 천박한 것입니다. ”

 

한의학이 ‘우리 고유의 유산’이라는 오해와 진실

한의학이 ‘우리 고유의 유산’이라는 오해와 진실

“실상을 따져보면 한의학이 우리 고유의 것이라는 의식은 고작 30년 전에 만들어진 착각이다.”

“일본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서양의학이 도입되기 전에는 중국에서 전래된 한의학(漢方, 캄포)을 사용해왔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의료의 틀을 자연과학을 배경으로 하는 서양의학으로 옮기면서 한방 치료를 하는 전통요법사를 더 이상 의사로 인정하지 않았고 일본에서 한의학은 명맥을 잃게 되었다. 일본은 이미 스스로 한의학이 쓸모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폐기한 것이지 한의학이 중국이나 조선의 것이라 여겨서 폐기한 것이 아니다. 일본은 현재도 한의사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

“1938년부터 1991년까지 사전에서는 한결같이 ‘한방(韓方)’이 중국에서 전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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