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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내일을 여는 역사』 2019년 여름 통권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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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내일을여는역사재단·민족문제연구소ㅣ출판사: 민연ㅣ값 15,000원ㅣ367pageㅣ발행일: 2019.06.01.ㅣISSN 1228-8802ㅣ977122888020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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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여는 역사 2019년 여름호(통권75호)

차례

여는 글
촛불혁명과 우리 시대의 간절한 염원 / 김용흠

통일에세이
남북관계 30년을 회고하며 / 임동원

쟁점으로 보는 역사
역사용어에도 유효기한이 있다 – 신라 ‘삼국통일’의 균열 / 권순홍
한국전쟁 연구의 쟁점 : 발발에서 과정으로, 다시 결과로… / 김보영

지금 우리는?
양육 당사자가 바라본 사립유치원 문제의 현황과 미래 / 백운희
현행 역사 교육과정과 검정제도의 문제점 / 최병택
태봉국 철원도성 발굴조사 / 심정보
어떤 민주주의? / 류창욱

인물로 보는 역사
[식민지 지식인의 엇갈린 선택]
영웅주의의 몰락과 민족주의자의 비극 -김동인·조명희론 / 김학균

[독립운동가열전]
무정(武亭) / 안문석
‘시대의 경계를 넘어선 여성’ 독립운동가 윤희순 / 심옥주

[반독재민주화열전]
이종률, 반제·반봉건·반매판의 민족혁명운동에 일생을 바친 혁명가 / 장동표

사실 체크
식민과 냉전을 거친 ‘빨갱이’란 용어 / 최종길
남·북·러의 나선-녹둔도 이순신유적 발굴조사 / 백종오

내일을 여는 책
민족사 서술을 위한 새로운 이론 – 신채호의 「독사신론(讀史新論)」 / 류시현

북한의 이해
북한의 시장화와 젠더 변화 / 박영자

예인열전
겸재 정선, 동방산수의 화종(畵宗) – 정선, 실경산수화의 동국제일명가 1 / 최열

사료의 재발견
주목 받아 온 서울, 주목 받지 못한 지리지 – 유본예(柳本藝)의 『한경지략(漢京識略)』/ 김현정

예술과 현실의 소통
<보헤미안 랩소디>와 엔터테인먼트의 미래 / 이정엽

역사와 공간
교산 신도시의 개발과 광주(廣州) 천년 역사 유적의 복원 / 정요근
도성의 후보(後輔), 왕릉의 고장 – 조선 전기 양주목을 찾아서 / 김창회·신동훈

서평
일제시기 사회경제사 연구를 위한 공공재의 탄생 – 송규진,『통계로 보는 일제강점기 사회경제사』,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2018 / 조명근

책소개

2016년의 촛불혁명은 위대했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약 반년 남짓 기간 동안 연인원 1700여만 명이 시위에 참가하여 결국 정권은 교체되었고,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다수의 고위층 인사들이 구속되어 재판을 받게 되었다. 시위 과정은 질서정연했고, 처벌은 엄격했다. 이처럼 평화적으로 정당하게, 부패하고 타락한 정권을 응징한 사례가 역사적으로 존재한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박근혜 정권의 개성공단 폐쇄로 한반도에 몰아쳤던 전쟁에 대한 공포는 세 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열려서 화해와 타협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마주달리는 열차처럼 긴장이 고조되어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 촉각을 곤두세우다가 이제 겨우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지을 수 있게 된 것도 촛불혁명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여기, 우리들의 삶이 어려운 것은 아직도 마찬가지다. 전국 어딜 가나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도로에는 자동차가 넘쳐나고 있으며, 지역마다 들어선 다양한 대형 마트에는 수많은 상품들이 산같이 쌓여있지만 여전히 노동하는 대다수 국민의 삶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대외 무역량이 세계 6위인 것을 보면 우리가 필요한 것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막상 국민 개개인은 마음 놓고 물건을 구입하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유사 이래 초유의 물질적 풍요 속에서 대다수 국민은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서 일상이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여전히 자살률은 높고, 산업재해로 해마다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죽어나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청년들은 취직에 목을 매고, 노인들은 나날을 넘기는 것이 힘겹다.

촛불혁명의 열기 속에서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권은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 같은데, 현실의 삶이 나아지기는커녕, 그동안 잠재되었던 온갖 문제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의 저변에 깔려 있는 공통점이 바로 요즘 유행하는 ‘갑질’이라는 말이 아닐까 한다. 재벌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대해서, 고용주가 노동자에 대해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 대해서, 소비자가 판매원에 대해서, 남성이 여성에 대해서, 한국인이 외국인에 대해서, 교수와 선생이 학생에 대해서, 심지어는 가정 내에서 부모가 자식에 대해서까지…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어쩌면 이것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일 수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뒤 세계 자본주의를 주도했던 미국은 새롭게 경제적 2인자로 떠오른 중국을 의식하며 스스로 표방했던 자유, 평등, 평화, 정의의 가치를 내팽개치고 있다. 자본주의에 기초하여 작동하던 대의 민주주의도 그 원산지인 서양에서부터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려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정치‧경제적 주도권 쟁탈전은 이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니, 이것이야말로 국제적 갑질 아닐까?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강대국이었던 적이 없었으므로 이것은 새로운 일도 아니다. 원-명 교체기에 고려가, 명-청 교체기에 조선이 그러했고, 1876년 문호개방 이후에는 청과 일본이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조선의 운명을 두고 이 땅에서 전쟁까지 치렀으며, 1945년 해방 이후에는 미국과 소련의 개입으로 200여만 명이 사상당하는 참혹한 전쟁을 겪어야만 했다. 그렇다고 운명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중국 주변에서 수많은 소수 민족이 있었지만 상고시대 이래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한 민족은 우리가 거의 유일하다는 역사적 사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자유‧평등‧평화의 원칙에 의거하여 중국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각종 제재를 풀어서 북한을 자본주의 체제로 끌어들이는 것이 핵무기의 위협을 해소하고 북한 정권의 변화를 끌어내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이제 인정할 때도 되었다. 미국은 서양 근대 문명의 토대였던 자유‧평등‧평화의 가치를 견지하는 것이야말로 초강대국으로서의 수명을 연장하는 유일한 길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하여 이러한 논리의 합리성을 미국의 정책 당국자들에게 주지시켜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정부에만 맡겨둘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전세계 인민들이 미국 내에서도 소수의 배타적 탐욕을 추구하는 갑질을 멈추라고 요구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일본 제국주의 지배에 대항하여 독립운동을 할 때도 이러한 원칙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독립운동가들은 일본 제국주의는 부정하였지만 일본인 전체를 부정한 적은 없었다. 그것은 식민지 지배로부터의 민족 해방 운동이었지 다른 민족을 침범하고 지배하려는 운동은 아니었다. 그래서 국제주의자였던 다수의 사회주의자들마저 민족 독립 운동에 참여하여 철저하고 비타협적으로 투쟁했던 것이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법은 다 나와 있는지도 모른다. 돈과 권력으로 힘없는 사람이나 국가를 지배하려는 갑질을 근절하고 모든 국민, 나아가서 지구촌의 모든 국가와 민족이 모두 함께 열심히 일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역사의 흐름은 이미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본다. 단지 그 흐름에 저항하면서 기득권을 유지 고수하려는 사람이나 세력의 저항이 그것을 방해하고 있을 뿐이다.

촛불혁명은 바로 이러한 변화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표출한 것이었다. 단순히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만 문제 삼은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각종 억압과 차별을 제거하고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국적과 성별, 연령과 계층을 떠나서 더불어 함께 잘 살기를 간절하게 염원하였다. 북한에 대한 냉전적 적대의식을 극복하고 북한 주민 전체와 함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하였다. 미국, 중국과 같은 강대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아프리카의 다른 소수 민족과도 공존 공영하기를 간절히 염원하였다. 이것은 결국 서양 근대가 성취한 자유, 평등, 평화의 가치를 확장하고 심화하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염원이 이 시대에 돌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역사 속에서 확인하는 것이 본지에 주어진 역할일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우선 ‘인물로 보는 역사’에서 독립운동가와 소설가, 그리고 민주화 운동가의 삶과 활동을 통해서 그것을 확인해 보았다. ‘식민지 지식인의 엇갈린 선택’에서는 소설가 김동인과 조명희를 비교하였으며, ‘독립운동가열전’에서는 팔로군 포병단장 무정(武丁)과 여성 독립운동가 윤희순의 행적을 통해서, 그리고 ‘반독재민주화열전’에서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해방 정국에서 신국가 건설 운동, 그리고 이승만 박정희 독재정권 아래에서는 민주화 운동을 전개했던 이종률의 활동을 통해서 그러한 염원을 확인하려 하였다.

‘내일을 여는 책’에서 소개한 신채호의 『독사신론(讀史新論)』은 그러한 염원에 입각하여 새로운 민족사를 서술하려는 시도였음을 살폈고, ‘사실 체크’에서는 ‘빨갱이’라는 용어가 나온 역사적 맥락을 짚어서 그러한 염원을 짓밟으려는 세력에 의해 본래의 개념이 어떻게 왜곡되었는지를 드러냈다. 아직도 자신과 입장과 견해가 다른 사람을 ‘빨갱이’로 딱지 붙여서 차별하고 배제하는 일이 다반사인 현실에서 이러한 검토는 시의 적절하다고 할만하다.

‘통일에세이’에서는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그동안 남북한 사이에서 전개된 대화와 화해의 노력을 정리하고 미국의 결단을 촉구하였다. ‘지금 우리는?’에서 남북한이 공동으로 철원도성 발굴 사업을 전개하는 것의 당위성과 타당성을 상세하게 검토하고, ‘사실 체크’에서 북한의 나선-녹둔도에 있는 이순신 유적의 발굴조사 가능성을 타진한 것 역시 남북 협력 사업을 통해서 민족의식을 고양하고 상생의 공통분모를 역사 속에서 찾으려는 시도이다.

이번호에서는 이처럼 과거 역사를 통해서 모든 사람이 더불어 함께,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염원을 확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상황도 다양한 측면에서 점검하였다. ‘지금 우리는?’에서는 또 사립 유치원이 유아 교육을 볼모로 사리사욕을 채워 온 현실을 폭로하고 그 극복 방안을 제시하였으며, 박근혜 정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한 이후에도 교육과정과 검정제도의 문제로 인해 역사 교과서 편찬이 정상화되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그 개선 방안을 모색하였다. 그런가 하면 ‘예술과 현실의 소통’에서는 한국에서 “보혜미안 렙소디”라는 영화가 흥행한 여러 요인들을 분석하여 연예 산업의 미래를 전망하였다. ‘북한의 이해’에서는 현재 북한에서 확산되고 있는 장마당이 여성의 역할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흥미로운 현실을 전하기도 하였다. 앞으로 있을 교류와 협력에 대비하여 북한에 대한 정보는 더욱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의 간절한 염원의 역사적 원천에 대해서도 성찰하는 기회를 다양하게 마련하였다. ‘사료의 재발견’에서 유득공의 아들 유본예가 저술한 『한경지략(漢京識略)』을 소개한 것, ‘역사와 공간’에서 조선전기 양주목의 흔적을 답사한 것과 최근 신도시로 지정된 하남 교산에서 광주 천년의 역사를 찾아본 것 등은 유서 깊은 삶의 공간에 대한 기억을 오늘에 되살리려는 방안에 대한 모색이다. ‘예인열전’에서는 지난 호까지 김홍도에 대한 탐구를 마치고, 거슬러 올라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도하였다.

아울러서 현재의 역사 인식의 타당성을 재검토하는 계기를 마련해보기도 하였다. ‘쟁점으로 보는 역사’에서 신라의 ‘삼국통일’이라는 용어가 타당한가를 점검한 것이나 한국전쟁에 대한 그간의 연구 경향을 살펴 본 것, ‘서평’에서 통계를 통해서 일제 강점기 사회 현상을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신간을 소개한 것 등이 그에 해당된다.

촛불혁명의 간절한 염원은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쳐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혹 현실은 변화하고 있는데 조급한 마음이 앞서서 그것을 놓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럴수록 간절한 염원은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갖고 일상 속에서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는 자세가 필요할 수도 있다. 『내일을 여는 역사』에서 이번호에 마련한 것이 그 간절한 염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지만 일독한다면 투자한 시간이 아깝지 않은 내용이라고 자부하면서, 작은 일부터 묵묵히 수행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조금씩 앞으로 나가고자 한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날카로운 질정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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