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

[제2차 ‘야스쿠니무단합사 철폐소송’ 판결에 대한 성명] 도쿄지방재판소의 부당판결을 규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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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야스쿠니무단합사 철폐소송’ 판결에 대한 성명] 

-도쿄지방재판소의 부당판결을 규탄한다. –

오늘 도쿄지방재판소는 일본 제국주의에 동원되어 태평양전쟁에서 사망한 한국인 군인, 군속의 유족들이 야스쿠니신사와 일본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무단합사철폐 소송에서 원고청구 기각판결을 했다. 우리는 일본 사법부의 부당한 판결을 강력히 규탄하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또한 해방 74년이 지난 오늘까지 일본 제국주의가 일으킨 전쟁에서 억울하게 죽어 간 희생자들이 침략신사 야스쿠니에 전쟁범죄자들과 함께 합사되어 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다.

1945년 8월 식민지 조선은 해방되었지만 일제에 의해 군인, 군속으로 끌려간 수 많은 조선인들은 돌아오지 못했다. 끌려간 사람이 돌아오기 만을 기다리던 한국의 많은 유족들이 오늘날 까지도 가족의 생사에 대한 소식조차 듣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1959년 부터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신사는 한국의 유족들에게는 알리지도 않고 ‘식민지 조선인’들을 야스쿠니신사의 군신으로 합사해 왔다. 2006년 11월에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1959년 부터 1976년까지 6차례에 걸쳐 무단으로 합사한 한국인 사망자가 2만1000여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1990년대 말에 들어서야 야스쿠니신사의 무단합사 사실을 알게 된 한국의 유족들은 침략신사 야스쿠니에서 아버지, 남편, 오빠의 이름을 뺄 것을 요구하며 줄기차게 싸워왔다. 이번 판결은 2001년 6월의 재한군인군속 소송, 2007년 2월의 제1차 합사철회 소송에 이어 2013년 10월에 한국인 유족 27명이 합사철폐를 요구하며 제기한 제2차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이다.

일본의 침략전쟁에 아버지를 빼앗겨 아버지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한 번도 ‘아버지!’라고 불러보지 못한 원고들은 일본의 법정에서 가해자들의 전쟁범죄를 엄중히 묻고 ‘민족적 인격권’과 ‘평화적 생존권’의 침해에 대해 통한의 마음으로 침략신사 야스쿠니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오늘 도쿄지방재판소는 이러한 원고들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한 채 부당한 판결을 되풀이했다. 일본 사법부마저 침략전쟁과 식민지배의 잘못을 부정하며 전쟁국가로 회귀하고자 하는 아베 정권과 역사인식을 함께하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주저없이 상급재판소에 항소할 것이며, 한국인 피해자들이 당하고 있는 인권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유엔 인권기구 등 국제사회에 호소해 갈 것이다.

피해자들은 침략전쟁과 일본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신사가 가족의 이름을 이용하고 그 명예와 자존을 짖밟고 있는 현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 야스쿠니신사와 일본정부의 무단합사로 인해 유족들의 피해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인류가 발견하고 가꿔온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밝힌다.

2019년 5월 28일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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