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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엔 굴곡이 있다, 그 굴곡을 견뎌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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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창비 사이트 – 보도자료]

역사학자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평생 저서·글 모아 저작집 출간
“남북관계 상당히 진전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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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강만길ㅣ출판사:창비ㅣ강만길 저작집 세트 (전18권)ㅣ 출간일 : 2018년 12월 05일ㅣISBN : 9788936469849ㅣ판형: 신국판 양장(153*224)ㅣ값:500,000원

강만길 저작집(전18권)
강만길 지음/창비·세트가 50만원

1978년 세상에 나온 한 저서는 우리가 사는 시대에 이름을 붙여줬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이제 그 이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름을 얻을 날이 머지않았음을 직감한다.

강만길(85)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진보적 역사학자이자 민주화 운동가이며 통일 운동가다. 강 교수는 박정희 유신정부 시절 독재정권을 비판했다가 고초를 겪었고, 전두환 정부에서 해직당해 4년 만에 복직했다. 정년 퇴임한 이후 상지대학교 총장을 맡아 학원 민주화를,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으로 역사 바로세우기를 이끌었다. 그는 2007년 위원장을 그만둔 뒤 강원도 양양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매일 아침 만보를 걷는 게 가장 중요한 일과다. 나머지 시간은 책을 읽거나 추천사 같은 짧은 글을 써주는 일을 하면서 보낸다”고 말했다.

강 교수의 저작집이 최근 창비에서 나왔다. 1978년 출간돼 2만부 이상 팔린 첫 사론집 <분단시대의 역사인식>부터 조선 후기 자본주의 맹아론 연구, <고쳐 쓴 한국현대사> 등 역사 대중서와 자서전 <역사가의 시간> 등 40년 넘게 써온 글과 책, 인터뷰 들이 전 18권 분량의 저작집으로 묶였다. 강 교수를 5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청명문화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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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 청명문화재단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40년 동안 써온 글이 하나로 묶여나온 걸 봤을 때 심정이 궁금하다.

“공부하는 사람이 글 쓰는 거야 당연하다. 근현대사 개설서 같은 교양책을 많이 쓰다 보니 양이 많아졌다. 순수 연구논문은 별로 많지 않다.”

-본인의 저작들이 역사학계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보나.

“이전까지 1945년 이후를 ‘해방 이후 시대’라고 말해왔는데, 나는 그 시대를 ‘분단시대’라고 부르자고 제안했고 지금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말이 됐다. 분단시대란 말 자체에 이 시대를 언젠가 청산하고 ‘통일시대’로 가야 한다는 의지가 들어 있다.”
강 교수는 통일을 학문의 중심에 두었을 뿐 아니라, 실제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진력해왔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10년간 통일고문을 역임했고,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민간수행원을 시작으로 남북역사학자협의회의 남측위원장을 맡아 북한을 20차례 오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분단시대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역사가 직선으로 가면 얼마나 좋겠나. 역사는 굴곡이 있다. 그 굴곡을 잘 견뎌내야 한다. ‘역사는 가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만큼 간다’는 소신을 가지고 글도 쓰고 가르쳐왔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상당히 진행될 거라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방해받지 않고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강 교수는 지난해 문 대통령의 여름휴가 때 대통령 부부와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과 함께 식사를 한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문 대통령에게 “취임 직후에 미국, 중국, 일본 등에 특사를 보냈는데, 북한에도 보냈어야 한다. 북한에서 그런 격식을 많이 따지고, 그렇게 했다면 아주 좋아했을 거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만약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김정은 위원장이 의젓하고, 폭이 넓다. 아버지(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단 할아버지(김일성 주석)를 많이 닮았다. 만약 기회가 있다면, ‘세계가 평화주의를 지향해가고 있는데, 분단된 민족은 우리밖에 없다. 얼마나 창피한 노릇이냐. 빨리 해결해야 한다. 정치 하는 사람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나’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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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가 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낙원동 청명문화재단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한 높은 지지에 비하면 경제 정책의 지지는 낮다.

“남북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고 우리 사회가 더 민주적으로 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경제적 문제가 생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곧 극복할 것이라 생각한다. 민주화 과정에서 그런 진통은 있을 수밖에 없다. 잘 견뎌 나가야 한다.”

-내년에 한국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역시 제일 중요한 게 남북문제다. 그다음으로 정치·사회·경제·문화 모든 방향에서 민주주의가 진전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도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상황인데, 시민들이 너무 급하다. 정부를 너무 성급하게 재촉하지 말고, 국민 전체가 민족문제를 먼저 생각해줘야 하는 시기다. 참을성을 발휘해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역사인식이 필요하다고 하는 거다.”

-남북관계가 장기적으로 어떻게 풀려나갈까.

“그동안 여러 차례 말해왔듯이 분단은 3단계로 일어났다. 1945년 38선이 생기며 국토가 분단됐다. 1948년 남북에 각각 정부가 생기며 국가 분단이,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 동족이 적이 되는 민족 분단이 일어났다. 통일은 역순으로 진행돼야 한다. 주민들이 교류하고, 철도가 연결되고, 해주와 원산 같은 곳에 공단이 더 생기면서 점점 민족과 국토가 통일 되어 가는 거다. 국가 통일은 좀 늦게 해도 된다. 국가 통일은 6·25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들이 이 사회의 중심이 되고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인구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아졌을 때 이뤄질 것이라 본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2018-12-07> 한겨레

☞기사원문: “역사엔 굴곡이 있다, 그 굴곡을 견뎌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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