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저희 뉴스룸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위조인감까지 만들어 제3자 변제안을 밀어붙인 정황을 보도해 드렸습니다. 왜 그런 일까지 벌였는지 윤곽이 드러났습니다. 그 배경에 대통령실의 재촉이 있었습니다. 2023년 당시 대통령의 일본 정상과의 일정을 비롯한 해외 순방을 앞두고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 등이 이유였습니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역사적 아픔이 리스크로 치부됐습니다. 그것을 해소하겠다며 벌인 속도전에 피해자 목소리는 사실상 배제됐습니다.
외교부 감사에서 드러난 지난 정부의 행태를 신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신진 기자]
2023년 3월 발표된 제3자 변제안은 행안부 산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기업 돈을 걷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대신 주는 해법입니다.
일부 피해자들은 “사과가 먼저”라며 반발했지만 절차는 속전속결로 진행됐습니다.
재단에 기금관리단이 만들어졌고, 15명 중 11명이 배상금을 수령했습니다.
수령을 거부한 4명의 배상금을 당시 정부는 법원에 맡기기로 했습니다.
재단과 외교부 관계자들은 위조인감을 만들고, 막도장을 파면서까지 공탁을 서둘렀습니다.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내부 회의/2023년 7월 14일 : {일본에서 이미 자꾸 예산 때문에 계속 질의가 들어오고 하니…} 좀 급하게 위임장들에 (도장을) 찍어야 하고… 그날 (도장) 여러 개 안 팠으면 불가능했습니다. 그날 공탁 신청은 불가능했어요.]
그런데 정부가 이렇게 서둘렀던 배경엔 당시 대통령실의 재촉이 있었던 걸로 감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당시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8월 광복절 및 다자외교 일정 이전에 공탁을 마무리 하라”는 취지의 지침이 있었던 겁니다.
“일본과의 외교 일정 수립에 유리하다”는 이유였습니다.
특히 당시 7월 나토 정상회의, 8월 한미일 정상회담 등 대통령의 순방 일정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외교관례 상 순방을 앞두고 민감 사안은 노출을 자제하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이슈와 분리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는 겁니다
외교부로부터 이런 지시를 전달받은 재단 심규선 이사장은 직원들의 위조도장 제작을 묵인했습니다.
[심규선/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 (2023년 7월 14일 / 내부 회의) : 문제는 우리 내부의 문제가 아니고, 내가 걱정되는 거는 나중에 그 효력이 없어져서 서류 낸 것 자체가 무효가 되거나 그런 건 없는 건가?]
[앵커]
이렇게 ‘제3자 변제’ 공탁 업무를 서두르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석연치 않은 개입으로 보이는 정황은 또 있습니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공탁업무를 맡은 법무법인을 갑자기 바꾸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당시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개입했다는 진술이 나왔습니다. 특히 새 법무법인 대표의 딸이 비서관실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청은 직권남용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김안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안수 기자]
행정안전부는 감사를 통해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2023년 ‘제3자 변제안’을 진행한 과정을 들여다봤습니다.
당시 정부 변제를 받아들이지 않은 피해자들에 대해 법원 공탁을 추진했는데 법원이 이를 모두 거부하자 재단은 돌연 담당 법무법인을 교체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 주진우 당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이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당시 주 비서관이 기존 법무법인 ‘세종’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며 외교부에 ‘바른’으로 계약 업체를 교체하라고 지시했다는 겁니다.
한 외교 소식통은 JTBC에 “‘외교부 전담사’로 알려진 법무법인 세종에서 ‘바른’으로 교체된 과정이 석연치 않았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바른’의 대표변호사 자녀 강모씨는 당시 법률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 중이었습니다.
행안부는 “계약권한을 가진 재단의 의사표시 없이 대통령실이 먼저 법무법인 교체를 요구한 점, 소속 직원의 가족이 대표로 있는 곳을 특정한 점” 을 들어 “법률비서관실의 직권남용 및 이해충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청탁금지법과 직권남용 위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최근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인영/더불어민주당 의원 : 국가재정법, 국가계약법, 국가지원금에 관련한 법 국가공무원법, 이런 것들의 위반 소지가 있는지 아주 샅샅이 이번 기회에 점검하고.]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측은 “법률비서관실은 법무법인 결정 부서가 아니며, 법무법인의 사정과 소송 상황에 따라 적법하게 교체된 것”이라며 “이해 충돌 소지가 전혀 없다, 억지에 불과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자료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
[영상취재 주수영 김상현 영상편집 류효정 영상디자인 유정배 신하경 이정회 이다경]
신진 기자
<2026-03-19> JTBC
☞기사원문: [단독] 주진우 개입 정황…국수본, 윤석열 ‘제3자 변제’ 수사 착수 / 풀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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