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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봄’ 그 뿌리는 민중…남북 역사학계 교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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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전봉준 장군 동상 건립 주도
ㆍ재야 역사학자 이이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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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이이화 전봉준장군동상건립위원회 이사장이 전봉준 장군 동상 앞에서 동상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여기가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일으킨 전봉준 장군이 수감된 전옥서가 있던 자리예요. 이곳에서 만민공동회가 열렸고, 곧이어 3·1운동이 일어났지요.”

지난 2일 역사학자 이이화씨(81)가 전봉준 동상이 세워진 서울 종로 네거리에 서서 생각에 잠겼다. (사)전봉준장군동상건립위원회 이사장으로 최근 동상 제막을 주도한 그는 120여년 전의 민중운동에서 ‘오늘’을 읽어냈다.

“해방 후에는 반독재 민주주의 운동 4·19, 신군부 폭정에 항거한 5·18과 6월항쟁이 차례로 일어났고, 이런 흐름이 촛불혁명으로까지 연결된 거예요. 근현대사의 여러 혁명을 지나 마침내 통일의 길목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동학에서 ‘통일의 길목’까지, 그가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하나로 풀어낸 것은 역시나 남북정상회담 때문이다. 역사학계 원로이자 전쟁을 겪은 세대의 일원으로서 그에게 정상회담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학자로서 나는 자주의 역사, 민중의 역사를 강조해왔습니다. 과격한 민족주의자는 아니지만, 우리가 외세에 시달리며 식민과 분단을 겪어야 했던 현실이 늘 안타까웠어요.”

그가 줄곧 평화협정을 체결해 한반도에서 갈등을 종식할 것을 주장하고, 북한 역사학자들과의 교류에 적극 참여했던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판문점에서 지난달 27일 만난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고 ‘전쟁 없는 한반도’를 선언하면서 남북관계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원로 역사학자는 보수정부 9년을 지나며 단절됐던 남북 역사학계 교류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했다가 중단된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사업을 재개해야 한다”며 “남북이 공동으로 연구하고 대응할 문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40여년 동안 동학을 연구해 온 그는 다시 ‘녹두장군’의 이름을 불러냈다. “전봉준이 하나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동학이 반봉건·반침략 운동이었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남북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거의 없거든요. 또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중국 동북공정 등의 현안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하면 힘이 실릴 것입니다.” 역사학계도 남북 교류에 서서히 시동을 걸고 있다. 개성 만월대 발굴사업을 주도한 남북역사학자협의회에 이어 얼마 전에는 남북공동유적발굴사업, 공동 역사토론 추진 등을 내건 남북역사문화교류협회(이사장 이만열)도 출범했다.

올해는 고려 건국 1100년이 되는 해다. 그는 고려의 역사가 분단된 한반도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언급했다. “삼국통일을 한 신라의 경계는 대동강-원산만 이남이었지만, 고려는 압록강, 두만강까지 사실상 현대의 국경을 만들었어요. 분단된 우리가 지향하는 통일의 의미를 고려에서 찾을 수 있는 셈이죠.”

그는 2004~2005년 금강산과 개성 등을 찾아 북한 학자들과 함께 공동 학술대회와 유적 답사를 진행했다. 북한 역사학계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민족이라는 개념을 굉장히 중시한다는 점에서 우리와 공통점이 많습니다. 항일운동, 친일파 청산 작업도 높이 평가해야 합니다. 그러나 김일성 주체사상은 북한 역사학에서 수정해야 할 부분입니다. 주체사상의 관점에서 근현대사를 왜곡하고 있어요.”

‘김일성 우상화’는 분단 70년을 거치며 남과 북 사이에 자라난 간극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는 “교류가 진전되면 김일성 우상화도 단계적으로 정리될 것으로 본다”며 “표준시를 바꾼 것처럼 철자법 등 어문정책도 서서히 통일하면서 공통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관계 개선에서 ‘민중’의 역할에 주목했다. “오늘날의 민중은 벼슬을 하지 않거나 못사는 사람을 뜻하지 않습니다. 투표권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나 민중이며, 이들이 먼저 깨어 있어야 합니다.”

보수층 사이에서도 남북 화해에 대한 지지가 높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를 필두로 한 일부 보수 정치인들은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어느 사회고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라면서도 “아직까지 냉전 반공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극단적 보수들의 행태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재야 역사학자인 그는 최근 촛불집회 참가기 등을 담은 에세이집 <위대한 봄을 만났다>(교유서가)를 펴냈다. ‘한반도의 봄’을 바라보는 그는 ‘작은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작은 일부터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아나가기를 바란다. 아이들에게 주는 우유나 이유식은 되고 쌀은 안된다는 발상은 그만두어야 한다. 이제는 통 크게 접근해 남과 북이 마음을 터놓고 하나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2018-05-10>경향신문

☞기사원문: ‘한반도의 봄’ 그 뿌리는 민중…남북 역사학계 교류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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