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굿바이 활란’ 대학 내 친일청산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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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역적2 녹화장에서 김광진 전 의원과 함께 찍은 셀카 사진. 왼쪽이 정어진 단장, 오른쪽이 김예원 대외협력팀장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박사이자 이화여대 초대 총장으로 유명한 김활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김활란은 1919년 3・1혁명기에는 비밀결사에 참여했지만 전시체제기에 들어서서 국민총력조선연맹 이사 등 각종 관변단체 간부로 재직하였고 해방 직전까지 열렬히 친일활동을 전개한 대표적인 교육계 친일인사다. 그럼에도 김활란의 동상이 그의 살아생전인 1958년에 세워져 지금까지 이화여대의 상징으로 버젓이 서 있다.

마땅히 철거해야 될 동상이지만 친일문제는 감추고 외면한다고 해서 해결될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요즘은 동상 철거보다는 안내문을 설치하는 추세다. 김활란 동상 옆에 친일행위를 기록한 팻말을 세운 ‘개념 있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있다고 하여 인터뷰를 나눴다.

Q : 안녕하세요. 정말 용기 있고 뜻깊은 일을 하신 것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연구소 회원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A : (정어진) 안녕하세요. 저는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세우기 프로젝트’ 기획단장 정어진(역사교육과 2학년)입니다. 

A : (김예원) 안녕하세요. 저는 대외협력팀장 김예원(언론홍보영상학부 2학년)이라고 합니다.

Q : 지금 김활란 친일행적 알림팻말 세우기 프로젝트는 끝난 상태인가요?

A : (정어진) 일단 친일행적을 알리는 팻말을 세우기 위한 기획단이기 때문에 팻말 설치를 완료해서 일차적으로는 끝났지만 지금은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Q : 기획단이라고 하셨는데 단원이 총 몇 명인가요? 또 어떤 방법으로 단원을 모집하게 됐나요?

A : (정어진) 저희는 굉장히 소규모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곱 명이에요. 처음에 프로젝트를 기획하자고 결심한 후 단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학교 커뮤니티에 웹자보를 올렸어요. 처음에는 많은 분들이 연락해왔어요. 첫 오리엔테이션 때 구체적인 계획서를 보여주니 너무 힘들 것 같다며 하나둘씩 나갔고, 결국에는 소수 정예로 활동하게 됐어요. 옆에 있는 김예원 학우가 그 중 한 명이에요. 그 전에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고요.(웃음)

A : (원) 네. 저보다 제 친구들이 더 김활란에 관심을 갖고 얘기를 많이 했어요. 너희 학교는 친일 파 동상을 왜 세웠어? 언제 치워? 이런 말을 듣다보니까 저도 학교에서 왜 동상을 철거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늘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감이 안왔어요.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온 정어진 학우의 계획을 보고 참여하게 됐어요.

Q : 예전부터 김활란 동상 철거 운동이 몇 차례 있었는데 팻말 설치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A : (정어진) 학교를 다니면서 항상 김활란 동상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어요. 제가 또 역사교육을  전공하고 있어서 그런 부분들이 더 잘 보이더라고요. 이 동상을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배들도 예전부터 김활란 동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어요. 그러나 학교측에서는 늘 침묵으로 일관했죠. 어떻게 하면 학교측을 논의의 자리로 끌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고, 시각적으로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이 뭘까 고심하던 끝에 생각해낸 것이 팻말을 세우는 거였어요.

Q : 팻말을 설치하겠다고 했을 때 이화여대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어요?

A : (김예원)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저희가 SNS와 학교 커뮤니티에 홍보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럴 때마다 학우들이 댓글을 남겨주었는데 ‘옳은 일을 하고 있다’ ‘응원한다’는 내용이 많았어요.

Q : 기획단원은 7명이라고 했는데 기사를 보니 실제 팻말을 만들 때 1,000명의 학생들이 동참했 다고 하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참여했나요?

A : (김예원) 정확히 1,022명이에요.

A : (정어진) 기획단 참여에 조금 부담을 느낄까봐 뜻을 같이하는 학우들을 참가단으로 모집했어요. 1,000명이 1,000원씩 모아서 팻말을 만드는 거죠. 기획단끼리 몇십만 원을 모아서 할 수도 있었는데… 어쩌면 그게 더 쉬운 방법이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그것보다는 많은 학우들이 동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학교측에 알리고 싶어서 1,000명을 모집하게 됐어요.

Q : 중간에 팻말 설치가 연기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이유가 있었나요?

A : (김예원) 학교측에서 반대해서 늦어진 건 아니에요. 그때만 해도 학교와 대화하진 않았거든요. 팻말 제작업체와 진행하다 보니 추석 연휴가 있는 걸 생각하지 못했어요. 또 중간고사 기간이 겹치기도 해서 조금 늦어지게 됐어요. 그래서 딱 한 달 연기해서 2017년 11월 13일에 팻말 제막식을 하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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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그러면 제막식 이후에 학교측과 논의하게 됐나요?

A : (김예원) 저희가 처음에 학교 정문에서 참가단 모집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기자분들이 학교측에 캠페인에 대해 물어보면 ‘잘 모르는 일이다’라는 식으로 아무 대응이 없었어요.

1,000명의 참가단을 모집하고 나서 팻말 제막식이 진행된다는 기사가 나가자 학교측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연락해왔어요. 약속 장소에 나가보니 학교측이 그 자리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노골적으로 김활란의 입장을 옹호하는 거예요. ‘김활란 자서전을 읽어보라’는 둥 ‘김활란이 마음에서 우러나서 그랬겠느냐’고요. 그때 느꼈어요. 학교측은 팻말을 세우기 위해 어떤 도움도 줄 의지가 없음을 확인했죠. 제막식 전까지 팻말 설치에 대해 인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더 이상의 대화는 소용없겠다 싶어서 11월 13일 팻말 제막식 행사를 단행한 거예요.

Q : 그 후 학교 반응은 어땠나요?

A : (정어진) 팻말 설치 직후에는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된 상태여서 그런지 한동안은 팻말을 그대로 뒀어요. 그러나 팻말을 설치한 지 일주일이 지나자 우리에게 팻말을 자진 철거하라는 공문을 보내왔어요. 그래서 우리는 자진 철거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죠. 그런데 어느 날 말도 없이 팻말이 사라져 버렸어요. 당사자인 저희한테 치운다는 말도 없이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려놨더라고요. 절차상의 문제로 철거하겠다고요. 그래서 항의 방문을 했어요. 최소한의 통보도 없이 철거하는 것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1,000명의 학우들의 마음을 무시하는 거라고요.

*이화여대측은 기획처장, 학생처장 명의의 입장문을 내어 “영구 공공물의 교내 설치는 ‘건물 등의 명칭 부여에 관한 규정’이 정한 절차를 따라야 하고 학교 당국은 이를 준수하지 않은 설치물을 철거해야 한다”며 철거 사유를 밝혔다. 학교는 팻말 설치 당시 “팻말이 건축물은 아니지만, 영구적인 시설물이므로 교내 ‘건축물 명칭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없었으므로 불허한다”는 방침을 학생들에게 통보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정어진 학생의 말대로 이화여대측은 팻말 제막식 이전에 팻말 설치를 불허하는 방침을 말해준 적도 없었고, 철거과정에서도 자진 철거하라는 공문만 달랑 보낸 것으로 보아 이 문제에 대해 학생들과 대화로 해결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Q : 그러면 팻말은 지금 어디에 있나요?

A : (김예원) 처음에는 학교 지하창고에 가림막이 씌워진 채 방치되어 있었어요. 지금은 저희가 찾아와서 학생문화관에 전시해놨어요.

Q : 불이익 받으신 건 없으신가요? 징계라던지…

A : (김예원 / 정어진) 그런 건 없었어요(웃음)

Q : 팻말에 관해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 (정어진) 원래 기획단은 한 학기만 활동하기로 하고 만들어진 거였는데 일정이 길어져서 1년이나 활동했어요. 팻말을 세우고 활동을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팻말이 철거되는 변수가 생기면서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 동참해준 학우들의 마음도 있고 방학 동안 재정비한 다음에 팻말 재설치를 위해 노력할 거예요. 기존 팻말의 학교건물 순회 전시도 계획 중입니다. 학우들과 협의하여 좀 더 나은 방안이 있는지 찾아야지요.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A : (김예원) 그동안 여러모로 도움들을 받아서 감사드릴 분이 많아요. 많은 후원과 지지를 보내준 1,022명의 이화인들에게 정말 감사하고요. 팻말 내용을 정할 때 자문해주신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인 소감은 친일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활동한건 처음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친일청산이 이루는 게 정말 힘들구나 하는 것을 느꼈어요. 친일문제가 앞으로도 금기시되고 잊히길 친일파들은 바랄 겁니다. 비록 뜻대로는 안 되었지만 저희들이 한 문제제기를 계기로 시민들도 친일청산 문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친일청산 문제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A : (정어진) 네.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단장으로서 소수의 기획단원들이 너무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어요. 저희가 한 일이 정말 작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활동을 시작으로 대학 내 친일청산을 위한 바람이 계속 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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