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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이승만기념관 건립 추진 세력, 과거 이승만보다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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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기념관 건립 시도는 반헌법적 행위… 오세훈 시장 선택에 경악 넘어 분노

이 글은 김종서 배재대학교 경찰법학과 명예교수(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원)가 이승만기념관 건립 반대를 위해 민족문제연구소에 보내온 것입니다.[기자말]

▲ 2018년 5월 3일, ‘이승만 동상철거 공동행동’ 회원들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에 죄상을 적은 종이를 붙이고 있다. ⓒ 공동행동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심공원으로 남아 있는 종로구 송현동 땅에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공언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다. 언어도단이고 반헌법적인 망언이요, 망동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배재대학교에 재직 중이던 2008년과 2018년에 교정에 설치되었던 이승만 동상 철거를 위한 행동에 나섰던 적이 있다. 두 번이나 철거되었던 이승만의 동상이 배재대학교에 세 번째로 기습 설치되던 2008년 6월 5일, 출근길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설치에 반대하는 1인 피켓시위에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동료교수와 학생 및 동문이 합류했으나 설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학교 홈페이지에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글을 게시하고, 총장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고,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청하기도 했지만 끝내 총장과 대학본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나의 이승만 동상 철거 투쟁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무력하게 끝났다.

그 후 10년 만에 나는 다시, 이번에는 대전지역의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을 결성하여 철거운동에 나섰다. 4.19혁명 58주년이던 2018년 4월 19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년을 1년 앞둔 시점에 우리는 배재대 교정의 이승만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약 2개월에 걸쳐서 나는 거의 매일, 때로는 공동행동 구성원과 함께 때로는 혼자서, 그 동상 앞에서 철거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이 싸움 역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공동행동의 계속된 철거 요구에도 어떤 대응도 하지 않은 배재대학교는 결국 이승만 동상이 설치된 전국 유일의 대학으로 남아 있다. 퇴직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끝내 이승만 동상을 철거하지 못한 것을 참으로 수치스럽고 후회스러운 일로 여기고 있다. 피켓시위가 아니라 밧줄을 걸어서라도 동상을 끌어내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나 자신의 나약함과 비겁함에 여전히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이승만의 과오,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배재대학교 안에 있는 이승만 동상 앞에서 1인 시위 중인 김종서 법학과 교수 ⓒ 민족문제연구소

그런데 이런 부끄러움을 조롱이라도 하듯 이번에는 서울시장이 도심 한 가운데에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나선 것을 보고 경악을 넘어 강한 분노를 느낀다. 앞서 두 번의 이승만 동상 철거 싸움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런 실패를 또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이 글을 통해서 왜 이승만 기념관 건립 기도가 반헌법적인 언어도단이요, 폭거인지를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2018년 4월 19일, 이승만 동상 철거를 요구하던 공동행동의 기자회견 때 나는 배재대학교 교수의 자격으로 이승만의 동상이 철거되어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이야기했다. 오늘 나는 다시 그 이야기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승만의 과오에 관하여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고,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승만이 최소한 세 가지의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했다고 생각한다. 아니, 과오라기보다는 차라리 범죄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첫째, 이승만은 자신의 정권 유지와 연장을 위하여 친일 경찰을 중용하여 반민특위를 와해시킴으로써 민족적 과제였던 친일파 및 일제 잔재의 청산을 무산시켰다. 이로 인하여 해방 후 8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제 잔재 청산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오히려 친일파와 그 후손들이 각계의 요직을 대물림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승만의 죄악은 민족반역자들의 죄악에 버금가는,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장기적인 것이었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함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을 가진 나라에서, 권력의 유지와 연장을 위하여 그 법통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친일파 중용마저 서슴지 않은 이승만을 우상화하는 기념관 건립이 언어도단이요, 반헌법적 망동이 될 수밖에 없는 첫번째 이유다.

둘째, 이승만은 한국전쟁기를 전후하여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민간인을 부역자, 빨갱이란 낙인을 찍어 대한민국 군대와 경찰 등에게 학살하도록 지시하였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이는 말 그대로 집단학살, 제노사이드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국제법상으로는 공소시효도 적용되지 않는 반인권적 범죄이다. 게다가 그는 전쟁 발발 이틀밖에 되지 않은 1950년 6월 27일 새벽에, 100만 서울시민을 속여서 고립시킨 채 누구보다 빨리 도망쳤을 뿐 아니라, 자신의 명령에 의해 한강철교를 폭파한 국군장교를 희생양으로 만들어 처형하기까지 했다.

어떤 민주국가가, 자국민을 대량 학살하고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자신의 명령을 따른 군인에게 누명을 씌워 처형한 ‘지도자’를 기리기 위한 기념관을 만드는가?

권력욕으로 헌법 유린한 이승만이 남긴 흔적

셋째, 이승만은 오로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집권 연장, 더 나아가 영구집권을 위해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인 개헌으로 헌법을 누더기로 만들어버렸다. 한국전쟁 중 임시수도로 피난가 있던 1952년에도 재선을 위한 위헌적 ‘발췌’개헌을 자행했고, 전쟁이 끝난 지 고작 2년 남짓 지나 여전히 전 국민이 폐허 속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에도 영구집권을 위한 개헌안을 세계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사오입’이란 억지를 통해 통과시켜버리는 파렴치함까지 서슴지 않았다.

권력욕을 위해서는 헌법조차 유린해 버린 이승만이 남긴 흔적은, 한국 헌정사에서 더 참혹한 비극이라 할 박정희 18년 독재의 모델이 되었다. 헌법을 공부하는 연구자인 내가 볼 때, 이승만은 어떤 이유로도 헌법파괴자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는 인물이다. 도대체 최고법으로서 헌법이 엄존하는 소위 민주헌정국가에서 어찌 이런 인물을 기념하고 우상화할 수 있겠는가? 기념관 건립이 언어도단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를 추가하자. 국가권력을 총동원하여 대규모의 부정선거를 자행함으로써 민주정치의 근간을 유린하는 범죄까지 저지른 끝에 4.19로 떨쳐 일어선 민중에 의해, 그나마 민중의 관용으로 쫓겨나는 데 그친 독재자,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 헌법 전문이 말하는 ‘불의’가 바로 이승만이었다. 따라서 부정선거의 주범이자 민주정치를 유린한 불의 자체였던 이승만을 기념하고 기리는 것은 그 자체가 4.19를 계승한 대한민국헌법의 부정이요,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이다. 기념관 건립이 용납될 수 없는 마지막 이유다.

이승만이 저지른 과오, 어떤 공으로도 덮을 수 없다

▲ 배재대 이승만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배재대 교수, 동문,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 민족문제연구소

혹자는 이승만의 공과를 이야기하지만, 그가 저지른 이런 과오들은 어떤 공으로도 덮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이승만의 과오가 어떤 공으로도 덮을 수 없는 것임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오세훈을 비롯한 세력들이 이 시점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강행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기념관 설립 등 이승만의 우상화, 그리고 이를 위한 재평가 주장에는 매우 위험한, 그리고 반헌법적인 배경이 있다고 생각한다. 10여 년 전 제작되었던 민족문제연구소의 <백년전쟁>이란 다큐멘터리가 그 핵심을 보여주었다. ‘친일 흔적의 영원한 삭제’를 위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부정’이 그것이다. 즉 그들이 이승만 재평가, 더 나아가 우상화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진정한 목표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의 의미를 지워버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건국은 오로지 해방 후의 일, 즉 1948년 이승만이 주도한 대한민국 단독정부의 수립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승만의 우상화에서 빠지지 않는 부분이 바로 ‘건국’ 대통령이고, 논란 속에 개봉되었던 이승만 영화의 제목이 ‘건국’전쟁인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내가 보기에는, 이승만의 재평가와 우상화, 그 일환으로서 기념관 건립을 기도하는 세력들은 과거의 이승만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이승만 자신은 권력의 공고화를 위하여 친일파를 중용하는 죄악을 저질렀지만 그 자신은 친일파가 아니라 독립운동가였고, 해방 후에도 국회의장이나 대통령으로서 여러 차례에 걸쳐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수립이 건국시점’임을 밝힌 바 있는(자기가 임시정부 대통령을 지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반면, 이승만을 재평가하자는 세력은 1948년 이승만의 대한민국정부 수립을 바로 ‘건국’으로 기정사실화함으로써 대한민국사에서 1948년 이전의 역사, 일제강점기와 친일의 역사를 지우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헌법, 역사에 대한 존중 있다면 이럴 순 없다

배재대가 2008년에 세 번째로 동상을 다시 세웠던 것이 이명박 정부가 취임 첫해에 야심차게 추진했던 ‘건국 60년’ 사업과 맞아떨어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당시 동상 재설치를 강행했던 배재대 총장은 ‘건국대통령리승만박사기념사업회’가 발족한 ‘우남연구회’의 초대회장이기도 했다. 대전의 시민사회단체들이 2018년에 배재대의 이승만 동상 철거 운동을 시작한 것은, 이런 점을 분명히 인식한 바탕 위에서 다음 해인 2019년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여 더 이상 동상 철거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이승만 우상화 추진 세력이 늘 앞세웠던 것은 이승만이 (도망친 대통령이 그랬을 리가 없음에도)’공산화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구해낸 영웅’이라는 것이었다. 이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점을 명시한 대한민국헌법의 전문 때문에, 이승만을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국’대통령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과감하게 ‘건국전쟁’이니 ‘이승만 기념관 건립’이니 하는 행보를 이어가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헌법 전문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설사 그들이 기린다는 이승만 자신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시점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는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끊임없이 퇴행시키고 있는 현 정권의 집권 기간이, 그들이 원하는 ‘건국’ 시점을 슬그머니 규정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세력들이 과연 헌법과 역사에 대한 존중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나는 2018년 이승만 동상 철거운동을 진행하던 당시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배재대가 어떤 마음과 판단으로 철거를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묻는 진행자에게 “매일 등교할 때마다 저 동상을 바라봐야 하는 학생들이 배재대학교를 자랑스러워할까요, 수치스러워할까요?”라고 반문하고는 진리탐구의 장인 대학에서는 모든 우상은 파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4년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하겠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사람들에게 마찬가지의 질문을 던지며 다시 한번 이승만 기념관 건립 추진을 즉각 중단 및 폐기할 것을 요구한다.

“이 곳을 지날 때마다 ‘친일청산을 무력화시키고 100만 민간인을 학살한 불의의 상징인 헌법파괴자’ 이승만을 떠올리게 될 서울시민, 아니 대한민국 사람들은 과연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할까요, 수치스러워할까요?”

김종서 기자

<2024-05-06> 오마이뉴스

☞기사원문: 이승만기념관 건립 추진 세력, 과거 이승만보다 더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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