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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내일을 여는 역사』 2017년 여름 통권 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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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내일을여는역사재단·민족문제연구소 l 출판사: 민연 l 15,000원 ㅣ268page l 발행일: 2017.06.01. l ISSN 1228-8802 l 97712288802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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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여는 역사>는 2000년 창간해 현재까지 17년 동안 역사대중화를 위해 힘써온 잡지입니다. 2016년부터 ‘내일을여는역사재단’과 ‘민족문제연구소’가 함께 힘을 합치고 있습니다. 친일·독재 비호세력들이 어줍지 않게 국민들의 일상과 정신세계마저 지배하려는 이때, 우리들은 힘을 합쳐 관제 역사의 전파를 막는 데 앞장서고자 합니다.

<내일을 여는 역사>가 역사의 진실을 알리고 사회의 정의를 지키는 데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면서, 우리 역사를 사랑하는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21세기 ‘촛불혁명’은 20세기의 혁명과 다르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이 한 마디로 결코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박근혜정권이 무너졌습니다. 석 달 전 가슴 조리며 방송을 듣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박근혜는 삼성동 자택으로 쫓겨났고 3월 31일 구속되었습니다. 그리고 5월 9일 선거를 통해 드디어 문재인 대통령이 탄생하였습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압살하고 소수 재벌과 정치가의 이익에 복무하던 국가 권력이 평화적인 집회·시위와 헌법적 절차에 의해 붕괴한 일은 세계적으로 드문 일입니다. 한국 국민은 작년 10월 29일부터 4월 말까지 총 23회, 연인원 1700만 명이 참석하여 권력을 끌어 내렸습니다.

이같은 평화 혁명은 촛불집회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가까이는 경찰의 물대포에 의한 백남기 농민의 피살, 세월호 304명의 억울한 죽음, 기업의 노조 탄압과 가혹한 노동 속에 죽어간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었습니다. 멀리는 친위 군사 쿠데타를 엄두도 못 내게 만든 민주화운동의 저력이 있었습니다. 1960년 4.19, 1980년 광주항쟁, 1987년 6월항쟁기에 투쟁하다가 스러져 간 넋들이 없었다면 박근혜는 자기 부친 박정희처럼 거리낌 없이 군부를 동원했을지도 모릅니다.

시민들의 평화적 집회를 통해 정치권력을 장악했기에 우리는 이를 ‘촛불혁명’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혁명은 과거의 혁명과는 성질을 달리 합니다. 과거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에서 일어난 혁명은 국민을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고 적군에 대한 무차별한 처단과 숙청, 혁명 진영 내부에서의 권력투쟁과 숙청을 반복했습니다. 피의 공포 속에서 민주주의는 압살되고 혁명적 독재가 사회 위에 군림했습니다. 거침없는 혁명 입법과 혁명의 대의 속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자칫하면 무시되기 일쑤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비해 새로운 세상을 창출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이러한 혁명은 역사가들이 찬미하는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017년 6월을 관통하고 있는 ‘촛불혁명’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경제 틀 안에서 진행되어야 합니다. 혁명을 위한 어떠한 정책과 법률도 의회정치의 룰과 사법부의 견제를 받으며 진행되어야 합니다. 행정부는 혁명적 열망 속에 탄생했지만 의회권력은 수구반동적 정치가들이 상대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의회 권력 뿐이겠습니까? 선출되지 않은 또 하나의 권력 사법부 역시 혁명적 열망을 언제든지 기존 법률의 한계 속에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이명박근혜 정권 10년간 권력과 자본에 봉사해온 일군의 언론집단이 혁명을 비방하고 방해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아직까지 바뀐 것은 없습니다. 청와대 구성원과 장관들이 교체된 것일 뿐, 자본과 권력에 기울어진 시스템은 여전합니다. 북핵과 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국과 북한, 중국 사이의 갈등도 여전합니다. 방대한 비리 투성이 4대강 사업, 자원외교, 방위산업, 자기 행위에 책임지지 않는 공무원사회 역시 그대로입니다. 일제 강점기 이래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쥐고 흔들었던 검찰 권력은 어떻습니까? 기존 시스템 속에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 혁명은 이전의 혁명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4.19혁명이 민주당 권력과 박정희 군부 세력에 의해 왜곡되었듯이, 6.10 민주화투쟁이 전두환·노태우 세력에 의해 왜곡되었듯이 촛불혁명 또한 어떻게 왜곡될지 모릅니다. 다만, 앞의 두 사건과 다른 가장 큰 차이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민이 주권자임을 자임하고 수동적 ‘신민’이 아니라 언제든지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는 ‘시민’으로 바뀌었다는 점, 그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으로서의 SNS와 팟캐스트 같은 수많은 대안 언론이 등장한 점입니다. 정치권력과 자본, 언론에 의해 기울어진 한국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혁명적 열망으로 가득찬 시민들의 감시와 참여가 필수적입니다.

그런 점에서 <쟁점으로 보는 역사>에서 혁명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지를 지난 100년간의 러시아혁명 연구사를 통해 보여주는 박원용의 글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제 혁명을 마르크스주의적으로 사회경제적 조건 중심, 전위 정당 중심으로 분석하는 연구는 쇠퇴했습니다. 계급 갈등보다 언어, 성, 문화 등 그간 소홀히 여겨졌던 개념을 동원하여 러시아혁명을 서술하는 연구가 부쩍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술과 현실의 소통> 코너에 실린 이나바 마이의 글은 촛불혁명 과정에서 예술의 힘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광화문 텐트 예술가촌을 만들어낸 송경동, 이윤엽, 노순택 등 예술가들이 2006년 대추리 주한미군 부지를 둘러싼 투쟁 단계부터 연대해온 관계였고 그들 덕분에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대중이 참여하는 투쟁이 가능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내일을 여는 책> 코너에서 강신준은 마르크스의 『자본』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회주의 진영이 현실적으로 붕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인간의 자유를 억압하는 체제라는 점은 여전히 변함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자본주의 하에서 이루어지는 강제 노동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유를 향한 인간의 의지와 의식적 실천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정엽은 <지금 우리는?>에서 한국의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를 문화적 상징 체계를 중심으로 비교 분석하였습니다. 사회운동가들 중심의 일방적 동원은 사라지고 음악과 설치미술, 공연 등을 통해 시민들의 다양한 감수성을 불러오는 방식을 취했다는 점에서 촛불집회가 태극기 집회를 압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사회운동의 패러다임 변화를 요구하는 역사적 사례는 문익환의 통일운동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인물로 보는 역사>의 이유나의 글입니다. 문익환은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을 각각 별개의 범주로 파악하던 1970년대의 한국사회에서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 나아가 인권운동까지 모두 본질적으로 동일한 문제의 여러 측면에 불과하다고 주장함으로써 한국 사회운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였다고 합니다.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 또한 대결과 갈등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때는 지났습니다. 정욱식은 <통일 에세이>에서 군사적 억제를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핵미사일을 ‘못’ 쏘게 하고,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안’ 쏘게 하며, 협상을 통해 ‘쏠’ 것을 줄여나가 궁극적으로는 핵을 폐기하도록 하는 방향을 주장합니다. 물론 이는 1990년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추진되어 오다가 이명박근혜 정권기에 폐기된 노선을 되살리는 의미가 있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는 진보와 보수라는 개념의 용례 변화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 체크>에 실린 이나미의 글에 의하면, 박정희 정권기까지 금지어가 되어 있던 ‘진보’라는 용어는 광주항쟁 이후 한국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어로 등장하였습니다. 이제는 자본과 정권 지배블록이 스스로 자신을 보수라고 부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진보 개념의 위력이 커졌습니다. 그리하여 진보는 보수진영이 아무리 낙인을 찍으려 해도 난공불락이 된 사회 민주화의 상징이 되었다고 합니다.

박근혜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운동이 전국민적으로 전개되었지만, 이를 계속 추동하고 지탱해준 힘의 근원은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1966년 임종국의 『친일문학론』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의해 친일파의 반민족성, 반민주성이 지적되었습니다. <내일을 여는 책>에서 이건제는 그의 저서가 서구나 고급 문화 중심의 사유에서 벗어나고자 한 측면, ‘국민국가 만들기’로의 근대적 지향성을 가지면서도 근대성으로부터 벗어나 ‘비서구 및 대중문화’를 지향하는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고 새롭게 해석하였습니다.

이번 호에는 소중한 증언도 있습니다. <체험과 증언>에서 이희자는 김대중 정부 시기에 시작된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게 한 힘이 김대중 정부라기보다는 수십 년 동안 가족의 생사 규명과 보상을 위해 투쟁해온 희생자 유가족들에 있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독자마당>에서는 평범한 시민으로 살아가던 최풍만이 2009년의 용산 철거현장 화재 사건과 2014년 송파 세 모녀 자살사건 등을 접하면서 한국 근현대사를 몽양 여운형 중심으로 해석할 만큼 의식 변화를 겪었다는 고백을 볼 수 있습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선진국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무역장벽 설치, 유럽연합 탈퇴, 보호무역주의 등 자국민 중심의 정책으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사의 현장>에는 이를 추동하게 한 것이 이들 국가의 실업과 긴축 정책으로 소외당한 노동자, 농민들이며 이것이 프랑스·독일 등에서 극우 정당의 출현을 설명해준다고 하는 최인숙의 프랑스 대선 결과 분석을 실었습니다.

<인물로 보는 역사>에서는 구만옥이 조선후기에 서양의 지구설, 행성구조론 등을 수용하여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론을 부정하고 전혀 새로운 우주론을 전개한 김석문을 소개합니다. <사료의 재발견>에서는 요즘 고대사의 사료 부족을 메꾸어주는 중요한 사료 목간이 의사소통 또는 기록 관리 수단으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설명해 주는 김재홍의 글을 실었습니다. <역사와 공간>에서는 신동훈·김창회가 경포대를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기억하게 만든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강릉시의 문화 유산을 설명하고 있어 일독을 권합니다. <예인열전>에서는 최열이 지난호에 이어 조희룡의 작품 세계를 설명합니다. 그는 조희열이 김정희의 아류가 아니라 산수화와 사군자에서 회화사를 일변시킬 불후의 걸작을 산출한 거장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명박근혜 정권 하에서 많은 지식인들이 권력의 탄압 속에서도 지조를 지킨 반면, 어떤 이는 여러 가지 변명을 달아 정권에 야합하는 변절의 길을 걷기도 했습니다. <인물로 보는 역사>에 실린 류시현의 글은 근대 국민국가 건설 과정에 대들보가 될 수 있었던 신채호와 최남선이 일제 강점 이후 민족 해방 운동과 친일 협력으로 엇갈려 간 삶을 조명하였습니다. ‘촛불혁명’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 우리가 되새겨 보아야 할 적절한 인물 이야기라고 생각하여 꼭 한 번 읽어보시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편집위원 도면회


< 목 차 >

1. 여는 글 / 도면회
 

2. 통일 에세이
-사드(THAAD)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 정욱식
 

3. 쟁점으로 보는 역사
-러시아 혁명 100주년, 어떻게 보아 왔고 어떻게 볼 것인가 / 박원용

4. 지금 우리는?
-문화 투쟁과 투쟁의 문화: ‘촛불’과 ‘태극기’의 문화정치 / 이정엽
 

5. 인물으로 보는 역사
 
-[반독재민주화열전] 늦봄 문익환, 더 큰 하나 된 나라를 꿈꾸다 / 이유나
 -[조선의 사상가 열전] 김석문, 동서(東西)우주론의 회통을 지향한 담대한 시도 / 구만옥
 -[식민지 지식인의 엇갈린 선택] 신채호와 최남선 / 류시현

6. 사실(史實) 체크
 -한국의 진보·보수 개념 변천사 / 이나미

7. 내일을 여는 책
 
-임종국의 『친일문학론』에 대하여 / 이건제
 -자본주의 운명의 불편한 진실, 마르크스의 『자본』 발간 150주년/ 강신준

8. 사료의 재발견
 
-고대 목간(木簡), 동아시아의 문자 정보 시스템 / 김재홍

9. 사료 발굴 특집
-아무도 몰랐던 동아일보의 근정전 일장기 말소사건

10. 역사와 공간
 
-조희룡, 19세기 묵장의 영수 (2)

11. 체험과 증언
아버지 죽음의 흔적을 찾아서
–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의 기록 찾기 여정 – / 이희자
 

12. 예술과 현실의 소통
광장이 가르쳐 준 것 – 촛불 시위와 광화문 텐트촌 예술가들 – / 이나바(후지무라) 마이

13. 세계사의 현장
 
-유럽의 극우 등장 -프랑스 대선을 중심으로 –

14. 역사와 공간
 
-안렴사를 울린 감동 대작, 경포를 수놓은 뮤지컬 – 조선 초기 강릉대도호부를 찾아서 – / 신동훈, 김창회

15. 독자마당 : 내가 쓰는 역사
-몽양 여운형을 통해 본 근현대사


* 문의) 내일을여는역사재단 : 02)76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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