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몽양여운형기념관 사태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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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10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광화문에 100만 촛불 열기로 뜨겁던 12월 초순, 몽양기념관의 장원석 학예사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양평군청이 몽양기념관 민간위탁운영자 모집 공고를 냈다는 것이다.

양평군청으로부터 2016년 한해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재계약 약속을 받았다고 들은 터라 재계약은 문제없을 거라고 안심하고 있었을 때였다. 몽양기념사업회가 지역주민과 함께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고 방문객수가 적다는 동네주민 다섯 명의 탄원서가 그동안 재계약하겠다는 약속을 파기한 이유였다. 불편한 접근성에도 매년 꾸준히 방문객이 늘고 있는데 갑자기 접수된 탄원서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했다.

0317-11몽양역사아카데미 회원들은 몽양의 뜻을 계승하며 꾸준히 몽양선양사업을 하고 있는 몽양기념사업회가 몽양기념관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양평군청 앞에서 집회를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양평군청은 신뢰를 저버리고 끝내 2016년 12월 29일 새로운 민간 위탁 운영자로 상명대학교 서울산학협력단과 신원1리 새마을회를 선정했다. 상명대 서울산학협력단과 신원1리 새마을회는 몽양 여운형 선생은 물론 독립운동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는 단체이다. 더구나 두 단체는 몽양 여운형 선생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과 관련된 곳이다. 상명대학교는 대표적 친일반민족행위자인 배상명이 설립한 학교이고, 새마을회는 만주군 중위 출신의 독재자 박정희가 남긴 유산이다. 이런 단체들에게 독립과 통일을 위해 일생을 바친 몽양 여운형 선생의 높은 뜻을 기리는 사업을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몽양 여운형 선생은 일제강점기 중국 상하이에서 3‧1운동의 불씨를 지핀 것을 시작으로 우리의 자주독립을 위해 싸웠고, 해방 후에는 건국준비위원회, 좌우합작활동 등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헌신한 민족지도자다. 1947년 7월 19일 혜화동 로터리에서 극우테러분자의 흉탄에 쓰러져 돌아가신 후에도 여운형 선생에 대한 이념적 왜곡과 폄훼는 끊이지 않았고 우리 역사 속에서 서서히 잊혀지고 있었다. 다행히 1980년대 민주화 움직임 속에서 선생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이 시작되었고 1991년 뜻있는 분들과 유족들이 힘을 합쳐 몽양여운형기념사업회가 설립되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념사업회가 꾸준히 추모사업을 전개한 결과 2008년 정부는 여운형 선생께 우리나라 최고 훈장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2011년에는 유족들이 토지를 기증하고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예산을 지원받아 몽양 선생의 고향인 양평군 양서면 신원리에 양평군이 기념관을 건립하고 몽양여운형기념사업회에 위탁운영을 맡겼다. 이처럼 몽양여운형기념관은 유족과 기념사업회, 양평군의 20년에 걸친 선양사업의 결과물이다.

2011년 개관 이래 몽양기념관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많은 성과와 발전을 이루어왔다. 2016년 국가보훈처가 실시한 전국 58개 현충시설에 대한 만족도 조사에서 8위를 차지하였다. 또한 어린이 역사교실을 통해 초등학교 3학년 사회 교육과정과 연계 운영으로 어린이들에게 몽양정신을 심어주고 있다. 청소년 역사교실 그리고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아카데미 강좌를 모범적으로 운영한 결과, 전국 곳곳에서 강좌를 듣기 위해 오는 회원들이 있어 다른 근현대사기념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양평군청은 유족의 진정서와 광복회의 추천사도 무시하며 몽양기념관을 향토박물관처럼 취급하고 있다. 민족지도자인 몽양선생의 기념관을 한 지역의 지역사업으로 국한해서는 안될 일이다. 신원1리 새마을회 회장은 한 도시의 규모면이나 인력면으로 비교가 안 되는 박물관을 거론하며 방문객수가 많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새마을회는 양평군과의 관계가 원활하여 양평군의 지원을 기대한다고도 한다. 현충시설에 대한 예산지원은 군과의 관계를 떠나 정당하게 받아야 할 곳에서 조건 없이 받아야 마땅하다.

최근 민간위탁자로 선정된 상명대 서울산학협력단은 위탁사업 계약을 포기했다는 소식이다. 늦게나마 위탁사업을 포기한 상명대 서울산학협력단의 결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양평군청은 상명대 측으로부터 공문을 받지 않아 기념관 운영 방향을 정한 바 없다고 한다. 상명대는 계약 포기를 공문화하여 그 행보를 명확하게 하길 바란다.

독립을 위해 일제에 맞서 싸우고 조국 통일을 위해 일생을 바친 민족지도자가 친일과 유신의 잔재에 수모를 겪는 것은 해방 후 바로 청산했어야 할 친일을 청산하지 않는 결과이다. 아직 박근혜 정부는 탄핵 중에 있고 몽양기념관은 어느 곳에도 계약이 되지 않은 채 표류하고 있다. 동장군의 기세가 등등한 지금도 몽양역사아카데미 회원들은 평일에는 양평군청, 토요일은 광화문광장에서 자격 없는 위탁운영자 선정을 철회하고 재계약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2017년 몽양선생의 70주기 추모사업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제라도 양평군청은 몽양기념관 운영 자격을 갖춘 몽양여운형기념사업회와 재계약하여 몽양기념관의 조속한 정상 운영과 70주기 국제학술회의, 추모전시회, 추모공연 등 뜻깊은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몽양선생을 지키려는 몽양역사아카데미 회원들의 간절한 바람이 받아들여져 올해도 4년동안 꾸준히 이어온 몽양역사아카데미 강좌가 개설되기를 바란다. 전국에 있는 회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몽양선생을 중심으로 한 근현대사 강의도 듣고 막걸리 한 잔으로 뒤풀이하며 몽양선생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울 날을 손꼽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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