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사랑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의 꿈을 함께 꿉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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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나베 사무국장

▲ 연대발언을 하고 있는 와타나베 사무국장 ⓒ 민족문제연구소

 

오늘(2016년 10월 11일)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을 실현하기 위해 애쓰시는 박한용 교육홍보실장님과 김승은 자료실장님의 발표, 그리고 영상을 통해서 박물관 건립의 진척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식민지역사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 일하시는 상근자 분들과 자료를 기증하신 분들, 그리고 모금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이시는 분들이 그 꿈을 이야기하는 표정, 많은 분들이 모으고 있는 마음이 실현되어 가는 상황을 보고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이 개관한 것은 11년 전인 2005년 8월이었습니다. 준비를 시작한 것은 2002년 12월, “여성들의 피해와 일본군의 가해를 전하는 활동의 거점을 만들어 달라”라는 유언을 남긴 마쓰이 야요리 씨(1934~2002, 전 아사히신문 기자, 여성인권활동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이었습니다. 여성국제전범법정(2000)에 참여한 이들이 건립위원회를 조직했고, 저도 건립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준비에 분주했습니다.

도쿄 한복판에 4층 건물을 세워 전시실, 회의실, 도서실, 그리고 지하 1층에는 상영실을 만들자는 꿈에 부풀었습니다. 그런데 도쿄의 현실은 냉엄했습니다. 건물보다 ‘활동의 거점을 만든다’는 목적을 우선시하여 2005년에 개관했습니다. 지금도 도쿄 신주쿠에 있는 빌딩 안의 작은 공간에서 뮤지엄 활동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같은 것과 다른 것

제가 민족문제연구소를 처음 방문한 것은 『친일인명사전』이 출간된 직후였을 겁니다. 사실은 ‘민족문제’라는 명칭만 봤으면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을 수도 있었는데,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보고, 저희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전하는 저희와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세우려고 하시는 여러분과 ‘같은 것’과 ‘다른 것’을 생각해봤습니다.

첫 번째는 ‘책임을 밝히는 의지’입니다. 저는 ‘책임을 밝힌다’는 것은 나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이 두 가지 부류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책임의 그러데이션gradation도 포함해서) 밝히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일본군 성노예제도의 책임자는 누구인가를 여성국제전범법정에서 밝혔고, 쇼와 천황 히로히토를 최고책임자로 재판했습니다. 위안소 건설 명령을 받고 거부하면 처벌받은 말단 병사의 책임과, 일본군 성노예제도라는 시스템을 만들어내라고 명령한 고관들의 책임은 그 무게가 분명히 다릅니다. 없었던 일로 하지도, 망각하지도 않고 사실 그대로 밝히고 전하는 노력 없이 재발방지는 불가능합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 하에서 위법행위나 폭력에 가담하여 이익을 챙긴 자신의 주변 사람들의 행위를 밝히는 힘든 작업을 이어가시는 여러분을 존경하고 또 공감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민중의 지지를 얻고 박물관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해 책임을 밝히는 활동은 많은 경우 권력으로부터 압력이나 공격을 받습니다. 그러한 공격이 가해지더라도 꺾이지 않고 권력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며 민중의 손과 지원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 또한 ‘의지’가 없으면 이어가기 어려운 일이지요. 『친일인명사전』이 좌절의 위기에 처했을 때도 수많은 한국 민중의 성원에 의해 실현해 나아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에도 감명을 받았습니다. 오늘 화면에서도 봤듯이 꾸준한 지원을 계속 하시는 ‘개미모금’의 김판수 회원님과 같은 분이 바로 민중의 역사를 만들어갈 초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쓰이 야요리 씨 또한 국가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며 민중에 의해 자료관을 운영하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남겼습니다. 일본군 성노예제도라는 가해의 역사를 전하는 박물관이 일본 정부나 행정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없지만, 만일 그러한 일이 일어났다 한들 저희는 받지 않을 것입니다. 국가에 의한 관리나 간섭을 받지 않고 민중의 손으로 운영하여 역사를 계속 전하려는 의지, 이것이 또 하나의 공통점입니다.

다음으로 ‘다른 것’입니다. 식민지 지배 책임을 전하는 박물관에는 역사자료가 있다는 것을 오늘 영상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약 5만 점에 달하는 다양한 기록이나 역사자료가 지금 민족문제연구소로 모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러웠습니다. 일본군 성노예제도의 피해나 가해를 전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자료나 유물이 굉장히 한정적이라는 것입니다.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정말 몸뚱이 하나로 간신히 전쟁터에서 돌아오셨습니다. 그래서 그 피해를 전하는 역사자료가 거의 없습니다. 피해가 새겨져 있는 것은 마음과 몸이며, 그것은 많은 경우 구술로 전해져 왔습니다. 피해를 입은 여성이 스스로 펜을 들어 써서 남긴다는 것도 지극히 드물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제도의 피해는 증언이나 다른 사람에 의해 기록된 말로 알리는 수밖에 없는 것에 비해, 제도화된 식민지 지배 시스템의 실태는 다양한 역사자료를 통해 전할 수 있다는 차이를 느꼈습니다.

세계 최초 식민지역사박물관

식민지역사박물관

▲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 홍보차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을 방문한 임헌영 소장과 연구소 상근자들(2015.11)ⓒ 민족문제연구소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는 독일 등 해외 박물관과의 네트워크도 확장하려 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홀로코스트의 역사를 전하는 독일이나 구미의 박물관뿐만 아니라, 전쟁 피해나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를 알리는 박물관은 세계적으로 착실하게 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독일은 자신들의 가해를 철저하게 전하는 역할을 다해왔습니다. 그런데 식민지 지배라는 장기간에 걸친 지배 시스템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사람들은 어떤 피해를 입었고 가담하게 되었는가 하는 식민지 지배의 역사 자체에 초점을 맞춘 박물관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것입니다.

영국박물관은 ‘도품(盜品) 박물관’이라고 불릴 만큼 과거 지배한 지역에서 강탈한 미술품을 모아서 만들어졌지만, 반성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한편, 유럽 각국으로부터 수백 년간 식민지 지배를 받은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의 나라에서 식민지 지배 시스템에 관한 증언을 기록하고 자료‧유품을 모아 박물관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이야기는 아직까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한국에서 건립될 식민지역사박물관은 식민지 지배란 무엇인가뿐 아니라 그 잔재가 현재까지 어떻게 이어오고 있는가를 전하는 중요한 역할을 짊어질 세계 최초의 박물관이며, 다른 나라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식민지 지배 역사를 마주보기 위해

일본에서 태어나 자란 저도 꼭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도 지적하셨지만, 다시는 동일한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원래는 가해국인 일본에도 있어야 할 박물관입니다. 하지만 WAM을 건립하여 계속 운영해온 경험을 통해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일본에도 건립하자!’고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우선 그 첫걸음으로 식민지 지배의 역사를 전하는 특별전시를 식민지역사박물관과 공동으로 주최하여 일본에서 개최하는 일을 추진하고 싶습니다. 작년 12월 한일 ‘합의’ 이후, 일본 정치인이나 언론의 반응을 보면서 긴 싸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못했습니다’라고 인정하는 일 없이는, 사죄도 돈도 의미가 없습니다. “식민지 지배나 침략전쟁 속에서 일본의 범죄행위를 기록하고 전하며, 자국의 가해행위를 마주볼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저는 일본에서 그 책임을 다할 생각입니다. 한국의 여러분과 같이 모든 이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폭력에 의한 해결을 거부하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함께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번역 : 노기 카오리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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