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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기원’ 김판수씨, 김학순평화비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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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할머니 지원활동 계속해와…박물관은 내년 8월 완공 목표로 모금중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경술국치 106년을 맞은 29일 민족문제연구소(이하 민문연)에서 뜻깊은 기증식이 열렸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지원 활동을 펼쳐온 김판수(77)씨는 이날 자신이 직접 제작한 ‘김학순님을 기리는 평화비’를 민문연이 건립을 추진하는 ‘식민지역사박물관’에 기증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1997년 작고)씨는 1991년 위안부로서 받은 고통을 공개적으로 증언해 위안부 문제를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렸다.

김씨는 “이 박물관이 한국과 일본이 함께 과거를 기억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디딤돌이 됐으면 한다”고 기증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2010년 10월 ‘평화의 소녀상’ 제작을 제안하고 직접 성금을 모아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하게 하는 등 위안부 관련 다양한 지원 활동을 해온 인물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8일 체결된 양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안을 보고 위안부 문제 하나만을 쫓아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식민지 시대의 모든 아픔이 녹아있는 식민지역사박물관을 짓는 데 힘을 모으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김씨는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은 일본의 만행 및 범죄를 기록해 불의한 역사는 절대 지울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우리의 굳건한 다짐”이라며 “아픈 과거를 기억하고 화해와 평화로 가는 디딤돌을 놓자는 평화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직접 전주 한옥마을과 여러 학교들을 방문해 시민들로부터 건립 성금 모금 릴레이를 하고 있다. 손수 만든 서명지를 돌리며 발로 뛴 결과 3천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550만원 가량의 정성을 모아줬다.

김씨는 “일본인 관광객이 설명을 듣고는 5천원을 기부하고, 우즈베키스탄 판사들이 연수를 왔다가 1천원씩 모아 성금을 내기도 했다”며 “‘착한 일을 서로 권유하자는 뜻에서 릴레이’라고 설명하면 다른 사람을 꼭 데리고 오더라”고 고마워했다.

김씨가 제작하는 ‘김학순님을 기리는 평화비’는 이미 전주 유일여고와 풍남문, 정대협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 설치돼 있다.

다른 곳에 설치된 평화비는 기다란 나무비 형태로 제작했으나, 식민지역사박물관에 기증한 것은 병풍 형식으로 돼 있다.

김학순 할머니 얼굴 동상은 최춘근·장석수 작가가 제작했고, 평화비에 새긴 김학순 할머니의 어록과 나비 인두화는 3개월간 김씨가 직접 작업했다.

‘우리가 강요에 못 이겨 했던 그 일을 역사에 남겨 두어야 한다’며 일제 만행을 고발했던 김학순 할머니의 말을 깊숙이 새겨넣었다.

김씨는 “이 나라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한 사람으로서 과거사 청산에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식민지역사박물관이 무사히 건립됐으면 하는 바람을 평화비에 담았다”고 전했다.

김씨의 바람은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서울뿐만 아니라 평양에도 세워지는 것이다.

한민족이 공통된 역사를 기반으로 과거사를 청산해야 진정한 평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는 것이 김씨의 생각이다.

그는 “5번째 평화비는 직접 지고 평양까지 걸어가 그곳에 설치하려 한다”며 “남북이 아픈 역사를 함께 되새김으로써 분단을 극복하고 동아시아 평화의 주춧돌을 놨으면 한다”고 바랐다.

민문연은 내년 8월 개관을 목표로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에 막바지 시민 모금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학순 할머니를 기리는 평화비 기증식

kamja@yna.co.kr

연합뉴스 20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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