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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정부·기업 재단 만들어 강제징용 피해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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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노 히데키 “강제병합 100년 공동행동일본실행위원회” 사무국장이 5월 28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과 관련, 한겨레신문 도쿄특파원과 인터뷰를 가지고 일본 정부와 기업이 재단을 만들어 강제징용 피해를 조속히 배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노 히데키 사무국장은 ‘한일 과거사 청산에 기여한 공로’로 2010년 제4회 ‘임종국상’을 수상한 바 있다. -편집자-


일 ‘강제동원·기업책임 추궁 네트워크’ , 야노 히데키 사무국장 인터뷰










미쓰비시 강제 징용 관련 일본 야노 히데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어떤 형태로든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시민단체 ‘강제연행·기업책임 추궁재판 전국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의 야노 히데키 사무국장(51·사진)은 28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지난 24일 한국 대법원의 판결 결과를 낙관했다. 한국 및 아시아 시장에서 사업을 계속해나가기 위해 두 회사가 징용피해자 9명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결코 무시하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이 단체가 벌이고 있는 강제노동 피해자 배상을 위한 공익재단 설립 입법운동은 일본 정부와 기업·법원이 모두 배상 책임을 부인하는 가운데 일본에서 유일하게 열려있는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신일본제철 한국 대법원 판결 수용할것”

– 네트워크가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27일 성명을 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진심으로 환영하고, 한국 대법원에 경의를 표한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 재판에서 논란이 되던 핵심쟁점에 대해 아주 명확한 답을 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한국의 하급심 재판부가 일본 법원 판결의 효력을 인정해 피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했는데, 대법원이 이를 물리쳤다. 대법원이 식민지주의를 비판하고 이를 청산해나가야 한다고 단호한 자세를 보인 것을 특히 환영한다.”

– 배상액이 확정되면 두 회사가 법원 판결에 따를 것이라고 보는가?

“이번에 한국의 아리랑 3호 위성을 미쓰비시중공업이 쏘아올렸다. 미쓰비시가 한국의 법을 어긴다면 앞으로 한국이 미쓰비시에 위성 발사를 발주하겠는가? 로켓은 미쓰비시의 핵심사업 가운데 하다다. 신일본제철은 얼마전 특허 문제로 포스코를 제소했지만 포스코와 전략적 협력관계는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다. 신일본제철이 대법원 판결을 거스른다면 포스코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두 회사 모두 한국시장, 아시아 시장을 무시할 수 없다. 강제집행이 이뤄지기 전에, 두 회사가 어떤 형태로는 판결을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일본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번 판결을 비난하는 글도 많이 올라와 있다.

“일부 우익의 목소리는 예상하던 것이다.”

– 소송에서 승소한 사람은 몇 명 안된다. 나머지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도 그렇게 소송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강제징용에 관련된 일본 기업이 200여곳이다. 일본 정부와 이들 기업이 돈을 모아 피해자와 그 유족에게 배상하기 위한 재단을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독일은 재단을 통해 강제노동 피해자 120만명에게 7400억엔 가량을 배상했다. ” (옛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기 위해 일본 정부 후원아래 민간이 돈을 내 만든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의 경우, 한국의 위안부 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위로금 수령을 대거 거부한 바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보다는 강제노동으로 이익을 본 해당 기업의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 그렇게 배상한다면 얼마나 재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신고한 피해자의 수가 14만명 가량이고, 1인당 200만엔을 배상한다면 대략 2800억엔이 든다. 물론 일본 정부와 기업이 각각 얼마씩 낼지, 피해자에 대한 배상액을 얼마로 할 지는 앞으로 더 협의해야 할 일이다.”

– 네트워크가 이미 입법운동을 시작했는데, 성과는 어떤가?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자 보상을 위한 재단 설립에 관한 법률’ 초안을 2010년 9월 만들었고, 지난해 5월부터 입법 청원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최근 1년간 개인 6만3000여명, 단체 2500곳이 서명했다. 이번 한국 대법원 판결이 입법 청원 운동을 더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직 일본 정부 관계자는 만나지 못했다.”

–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씻을 수 없다. 21세기 일본의 미래를 위해 꼭 청산해야 할 과거다.”

(네트워크는 1990년대 초반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법원에 낸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각 지역의 시민단체들이 더 효율적인 지원과 소송 외의 대안 마련을 위해 1996년 발족한 연합체다.) <한겨레,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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