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상이다. 친일청산에 공로가 깊은 분들에게 주는 상을 일본인이 받고 있다니. 그는 공식직함이 ‘강제병합 100년 공동행동 일본실행위원회’사무국장이었다.
그러나 그가 몸 바쳐 온 지난 세월을 생각하자면 고개를 갸웃거릴 일이 아니었다. 15년이 넘게 그는 한·일 과거사의 올곧은 정립을 위해 온몸을 던져온 일본인이었다. 여러 과거사 문제를 위한 모금운동이나 변론 지원에서부터 일제 강점기의 피해와 참상을 알리고 그 반성의 길을 열기 위한 자리에는 언제나 그가 중심에 서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는 일본 우익으로부터 ‘반일 인물’로 지목되는 사람이다. 그러나 짧은 머리에 단정한 몸매를 한 수상식장의 그는 투사로서의 이미지와는 먼 한 사람의 예의 바른 일본인이었다.
지난여름이었다. 간 나오토 일본총리의 ‘한·일병합 100년과 관련한 담화’를 들은 것은 일본 후쿠오카에서였다. 나가사키에서 조선인 피폭자 추모모임과 청소년 교류회를 마치고 다음 강연지로 향하는 나에게 한 젊은 일본 언론인이 다가와서 물었다. 오늘 발표된 총리의 담화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강제병합 100년을 이야기해야 할 일본총리가 문화재 한두 점의 반환을 언급한 담화는 과거사 문제 해결이라는 본질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나름대로 한·일 과거사에 관심을 기울여 왔던 나로서는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의미에서 더욱 그랬다. 국치 100년, 강제병합 100년을 맞으며 일본이 ‘선언적 의미의 반성’이라도 하기를 바랐던 원망(願望)을 뒤로한 채, 일본은 그렇게 ‘2010’이라는 중요한 매듭을 짓지 못한 채 보냈다.
일본의 전후 처리는, 처음 대두되었던 천황의 전쟁책임을 군부의 책임으로 넘겨 버리고 이것을 다시 전 국민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일억 총참회’로 호도하면서 여기까지 와 버렸다. 그 일본이 근자에 와서는 원폭투하에 대하여 미국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여론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대한 반성은커녕, 전쟁 중에 ‘그때 왜 우리에게 그런 폭탄을 썼느냐’고 사과를 받아내자는 발상, 이것이 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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