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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ㆍ덕수궁 중화전은 아직도 일제소유?-헤럴드뉴스(0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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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ㆍ덕수궁 중화전은 아직도 일제소유?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조선왕조의 역사와 정신이 살아 숨쉬는 종묘와 덕수궁이 아직도 일제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사적 125호) 영녕전과 덕수궁 중화전(보물 819호)의 소유권이 일제강점기 이왕직(李王職)장관으로 70~80년째 등재돼 있음에도 문화재청이 이를 아직도 바로잡고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문광위 소속 손봉숙 의원(민주당)은 25일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국유재산인 종묘의 영녕전과 두 채의 전각, 덕수궁의 중화전이 등기부등본상 일제의 이왕직장관 소유로 돼 있다며 관련자료를 공개했다. 이왕직은 일제가 대한제국을 이왕가(李王家)로 격하시키고, 이왕가 재산을 관장하기 위해 세운 관청. 이왕직은 광복 후 구황실사무청으로 바뀌었고, 1961년 문화재관리국으로 개편됐다가 1999년 문화재청으로 승격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손봉숙 의원이 이날 공개한 종묘 등기부등본에 의하면 종묘 영녕전은 1928년 이왕직장관 소유로 등기된 후 네 차례에 걸쳐 직제가 개편되는 동안 한번도 소유권 변경이 이뤄지지 않았다. 덕수궁 중화전 역시 1935년 이왕직장관을 소유자로 등기한 뒤 72년간 고쳐지지 않았다. 손 의원은 “종묘와 덕수궁의 핵심 문화재인 중화전이 아직도 일제 이왕직장관 소유라는 것은 대단히 치욕스러운 일”이라며 문화재청을 질타했다.

이에 대해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두 건물이) 문화재청 소유인 줄 알았다. 문화재청 산하 국유재산이 방대해 소유권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 더러 있다”며 “조속히 변경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장이 주요 문화재가 아직도 일제 소유로 등기돼 있는 것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문화재청 고도보존과의 조송래 사무관은 “1920, 30년대 일제가 등기했던 국유재산을 1960년대 정부가 일괄 등기했고, 2000년 전산화했는데 이중등록이 돼 있는 종묘와 덕수궁 중화전의 일제 등기 부분을 말소하려면 1960년대 근거자료를 제시해야 하는데 이를 못 찾아 정리가 안 됐다”고 밝혔다. 또 “문화재청 국유재산이 4500건이나 돼 일일이 확인해 바로잡으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12월까지는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인 종묘와 덕수궁을 ‘자료 미비’를 이유로 바로잡지 못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문화재청은 종묘 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을 때 ‘전 국민이 자랑스러워할 쾌거’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번 국감의 지적으로 ‘건물 소유권은 일제 잔재로 남겨둔 채 치적 내세우기에 바빴던 것 아니냐’는 질책을 면키 어렵게 됐다. 게다가 문화재청은 감사원 감사에서 이미 등기부 이전 시정권고를 받았는 데도 주요 건축물의 소유권조차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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