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모두에 짐이 된 비극의 현대사>

극단 물리 신작 ‘짐’
극단 물리 ‘짐’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일제 강점기는 피해자인 한국과 가해자 일본 모두에 상처가 됐다. 한국에는 씻을 수 없는 고통과 한(恨)을 줬다는 점에서, 가해자 일본에는 영혼을 갉아먹는 죄책감이라는 트라우마를 남겼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20-26일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공연되는 극단 물리의 신작 ‘짐'(정복근 작ㆍ한태숙 연출)은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을 소재로 한국과 일본 양쪽 모두에 짐이 된 양국 현대사를 조명하는 연극.
일본 군함 우키시마호는 2차대전 종전 직후인 1945년 8월24일 일제에 강제 징용됐던 조선인 노무자와 가족들을 태우고 부산항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폭음과 함께 두 동강이 나면서 침몰해 수천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40대의 정치인 김윤식이 어느 날 낯선 일본 여인으로부터 아주 오래된 짐보따리를 편지와 함께 전해받는 것으로 연극은 시작한다. 발신자는 요시코라는 일본 여인.
당신의 물건이 틀림없으니 소포를 받으라는 요시코와 자신의 물건이 아니니 받지 않겠다는 김윤식은 옥신각신하며 서로에게 짐을 떠넘긴다.
정체불명의 짐을 받느냐 마느냐를 두고 계속 공방전을 벌이던 두 사람은 차츰 낡은 짐보따리에 얽힌 과거의 유령들과 마주친다.
문제의 짐과 하등 연관이 없음을 주장하며 수령을 거부하던 김윤식은 어느날 그 짐의 주인일 지도 모를 자신의 고모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두 사람이 사생결단이라도 하듯 짐보따리를 밀어내는 까닭은 짐이 비단 물리적인 것만은 아니기 때문. 낡은 짐보따리는 죄책감, 책임감 등을 상징하기에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짐을 떠넘기려는 행위는 비단 김윤식과 요시코,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닐 것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기 몫의 짐을 지고 있는 존재인 까닭이다. 평생 인생을 괴롭히고 지배하는 그 짐은 하나의 사건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다.
이번 연극은 극작가 정복근과 연출가 한태숙의 6년만의 재회작으로도 관심을 끈다.
1997년 극단 물리를 공동 창단한 두 사람은 그동안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첼로’, ‘덕혜옹주’, ‘배장화, 배홍련’ 등 문제작에서 찰떡 궁합을 과시한 연극계의 명콤비.
2001년 ‘배장화…’를 끝으로 정 작가가 신작을 내놓지 않은 탓에 6년 동안 콤비플레이를 중단했던 두 사람이 다시 보여줄 앙상블에 기대가 모아진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공식 초청작.
무대 이태섭, 조명 신호, 음악 강은구, 안무 김윤진, 의상 김우성, 소품 우지숙, 분장 백지영, 디자인 장완규, 조연출 김수희 유한철, 출연 이승훈 서영화 지영란 이남희 김성표 이기돈 하지혜 등.
2-3만원. ☎02-765-5476.


![img-top-introduce[1]](/wp-content/uploads/2016/02/img-top-news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