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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웅 칼럼]아! ‘화려한 휴가’-내일신문(07.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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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웅 칼럼]아! ‘화려한 휴가’



영화 ‘화려한 휴가’가 계속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가 개봉무렵부터 화제가 됐던 것은 광주민주항쟁 발생 4반세기만에 ‘광주’를 다룬 최초의 대중예술이란 점에서였다. ‘모래시계’등에서 한두 번 간접적으로 다룬 일은 있으나 ‘광주’를 정면으로 다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때문이었다. 한국 현대사에서 6·25전쟁 이후 가장 비극이라 할 광주민주항쟁이 그동안 한번도 대중예술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진 일이 없었다는 것 자체가 ‘광주’의 비극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폭동’이 ‘사태’로 ‘사태’가 다시 ‘민주항쟁’으로 바뀌었고 ‘망월동묘지’가 ‘국립묘지’로 승격됐음에도 ‘광주’는 여전히 ‘광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가해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전히 잘살고 있는데 피해자들은 아직도 ‘광주’를 말하는데 주저주저하고 있다.



하나의 진실을 정반대로 봐


둘째로는 이 영화가 예상을 깨고 공전의 히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휴가’는 개봉 5주째인 23일 현재 625만을 끌어모으는 근래 보기드문 ‘대박’을 터뜨리고 있다.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이래 역사물로서는 최대의 관객동원 기록을 세우고 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관객수 1000만을 돌파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특이한 점은 광주민주항쟁을 아는 40대 이상의 장·노년층 뿐 아니라 20대의 젊은 세대도 많이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셋째로는 이 영화가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의 시각이 정반대여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의 영화를 두고 지역따라 이념따라 개인 성향따라 확연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광주’보다 더 비극적인 현실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대부분 자기가 보고 싶은 현실만 보려고 한다”는 말이 있다. 하나의 ‘광주’를 두고도 서로간 보고싶은 부분만 보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형상을 정반대로 보는 경우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초기 때다. 같은 사무실의 한 사람이 아침 사무실에 들어서며 대뜸 “000은 걸음걸이마저 왜 그렇게 촌스러운지 원. 이제 삼류국가 됐어”하는 것이었다. 며칠 후 어떤 모임에 갔더니 한 친구가 “노무현 대통령은 걸음걸이가 참 멋있어, 아주 당당해 보여”했다. 재미있지 않은가.

‘화려한 휴가’에 대해 시비를 하고 나선 사람들의 논지는 왜 어두운 과거사를 자꾸 들추는 영화를 만드느냐는 것이다. 미래지향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아주 그럴싸하게 들린다. 그러나 그들은 누가 왜 어두운 역사를 만들었는가는 말하지 않는다. 해방후 대한민국에서는 단 한사람도 친일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친일 청산작업이 진행중인 것이다. 200여명이 무참히 죽고 수많은 사람들이 행방불명상태인 ‘광주’의 발포 책임자 하나 밝혀지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영화가 철저히 대통령선거 기획용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제작자에게 물어보지 않아서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개봉시기는 적절치 못했다. 제작의도가 순수했다면 오이밭에서는 구두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말도 참고 했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이 영화를 보고 광주와 역사와 현재를 고민하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고 했다. 처음부터 치고 때리고 쏘는 판타지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사람은 영화나 보고 그런 평을 썼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영화를 보며 눈물을 펑펑 쏟아낸 사람들, 같은 영화를 두 번 세 번 본 사람들이 이 말을 전해 들으면 감상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이 영화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한 사람은 “광주항쟁 등 우리가 역사를 다시 공부하는 이유는, 아무리 거대한 권력이라도 역사적 진실만은 덮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실을 배우기 위해서다. 지금 ‘화려한 휴가’의 모든 심각한 문제점을 권력이 덮고 있다. 정말로 ‘화려한 휴가’의 제작진들은 역사를 다루면서 역사의 두려움을 알지 못하는가”하고 반문하며 글을 끝맺고 있다. 이 말은 바로 이 영화의 제작진이 이 평자에게 해야 할 말인 것이다. 논리의 작희, 진실의 왜곡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면 글을 쓴다는 일이 어찌 웃음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적반하장적 역사관


영화를 만든 김지훈 감독의 말이 매우 함축적이다. “5·18의 진실에 관하여 이미 용서를 할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마음을 비우고 용서하려 합니다. 그런데 용서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 용서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는데 더 큰 비극이 있습니다. … 비열한 자들의 비판에 우리는 귀 기울일 필요가 없습니다.”

 – 본지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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