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아이는 이렇게 성장했다
소설가 김하기, ‘아버지’ 모델 일제 강점기 성장사 ‘식민지 소년’ 펴내
소설 ‘완전한 만남’의 작가 김하기(49)가 일제 강점기 어린아이의 성장사를 다룬 소설책을 냈다. ‘식민지
소년'(청년사/8천800원). ‘복사꽃 그 자리’ 이후 5년 만에 내놓은 소설이다.
천방지축이던 식민지 소년 김덕경의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성장소설이다.
주인공 김덕경은 지난해 폐암으로 돌아가신 김하기의 아버지. 병상에서 아버지가 구술한 내용을 바탕으로 소설을 만들었다. 사실상 부자 간의 합작품인 셈. 발가벗긴 채 아이들 앞에서 한 시간 동안 벌 서는 장면, 소치기 감자산굿 황새알훔치기 같은 재미난 놀이, 길거리서 우연히 주운 돈으로 책을 사서 공부에 매진하게 된 사연도 아버지가 들려줬던 이야기들이다. 고향 천전리 마을의 풍경도 그래서 사실적이다.
가슴 아린 작가의 가족사도 드러난다. 일본군 위안부에 끌려가지 않으려고 얼굴도 모르는 낯선 사내에게 시집을 갔다가 영도다리에 몸을 던진 고모의 이야기도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작가는 “아버지로부터 비로소 이야기를 듣고서야 고모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가슴 아픈 가족사가 알알이 박혀 있지만, 작가의 목소리는 많이 순화됐다.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 기왕의 작품들이 어느 정도 목소리를 크게 냈다면 여기선 목소리를 높여야 할 부분에서도 목소리를 낮췄다. 언뜻언뜻 묻어놓았을 뿐이다.
작가는 “황민화정책과 일제 강점기 억압적인 교육정책을 어린이의 성장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보여주려 했다”고 말했다.
한글을 간신히 깨친 덕경이가 마음 잡고 학교에 갔더니 일본어만 쓰게 해 낭패를 봤다는 식으로 일제의 잔혹했던 국어 말살정책도 아이의 눈으로 순화돼 그려졌다. 덕경이가 기르던 배냇소(배냇소는 남의 집 송아지를 큰 소로 키워주는 대신 그 소가 새끼를 낳으면 낳은 송아지를 가지는 것)가 새끼를 낳으면서 소설이 끝나는데, 작가는 해방의 의미 역시 구체적인 아이의 시선으로 묘사했다.
장날 약장수의 묘기를 보러 갔다가 우연히 일본 사무라이 역할을 맡았던 덕경이가 78살의 노인이 돼 그때를 회상하는 장면에서야 작가는 하고 싶은 말을 털어놓는다. ‘약장수가 내 몸에 걸쳐준 하오리는 너무 컸고, 머리에 들씌워준 일본 삿갓은 머리를 짓누르며 세상을 캄캄하게 했다. 일제 강점기란 이와 같이 우리 몸에 맞지 않은 옷이었으며 우리 시야를 가려 드넓은 세상을 보지 못하게 한 일본 삿갓 같았다.’
동화적인 내용이어서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작가는 “그동안 사회변혁에 이바지하겠다는 의식이 있었지만 최근엔 인간 내면의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휴머니즘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3·8선과 휴전선, 두 번의 분단으로 두 번에 걸쳐 가족이 해체되는 이야기를 철길을 통해 풀어내는 ‘철길 위에 핀 코스모스’를 쓰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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