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마루호의 재일 한국인들>
(캄차카<러시아> 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 일본 요코하마를 출항해 홋카이도와 러시아 캄차카 등을 항해하는 2007 피스&그린보트에선 25일 한국과 일본의 청소년들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젊음 하나로 뜨거운 우정을 나누고 있다.
배 위 어느 곳이든 테이블과 앉을 자리만 있으면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이 둘러앉아 짧은 일본어와 한국어를 섞어 써가며 대화를 나누기 바쁘다.
일본측 게스트로 참여한 그룹 KP와 DJ KOH, 김창행씨는 최근 선상에서 의미있는 자리를 가졌다. 재일 한국인 문제라는 민감한 문제를 당사자들이 “우리 얘기를 해보겠다”며 대화의 장으로 직접 들고 나왔다.
KP는 한국사람(Korean People)의 머릿글자를 따온 그룹으로 2002년 결성돼 지금까지 3장의 앨범을 냈으며 일본 전역을 돌며 공연을 하고 있다.
KP 멤버 리윤(Liyoon,26)은 12살 때까지 자신이 한국인인줄도 모르고 자랐다고 한다. 소풍 때 어머니가 김밥을 싸줘도 “이게 스시(일본식 김밥)인가 보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가족 누구도 그의 뿌리가 한국임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12살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한국말을 쓰는 친척들이 대거 장례를 치르기 위해 일본으로 왔고 리윤은 그제서야 자신이 한국인임을 알았다. 혹독한 혼란을 겪은 리윤은 그 때 일로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가라는 정말로 중요한 문제를 말할 수 없는 사회”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리윤은 5년 전쯤 일본 국적을 선택하고 한국계 일본인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꿨다.
KP는 2006년 일본 전역을 돌며 공연할 당시 재일 한국인의 정체성을 그린 가네시로 카즈키(金城一紀) 원작 `GO’를 연극으로 상연하기도 했다.
DJ KOH(25)는 성이 황(黃)씨다. 그가 살던 야마구치현의 마을에선 `코’라는 성을 지닌 가정이 자신의 집밖에 없어 금방 한국인임이 드러났다.
DJ KOH는 “할아버지가 한국인임을 숨기려했던 반면 아버지는 한국인의 정신을 잃지 말라고 당부하는 등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가르침이 달랐다”고 전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일본 군복을 입고 있는 사진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할아버지는 일본군에서 한인을 통솔하는 일을 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그런 집안의 과거를 극복하기 위해 유독 한국인임을 강조했던 것 같다”고 했다.
우토로 출신으로 올해 3번째 피스&그린보트에 오른 세계 저글링 챔피언인 김창행씨는 초등학교 시절 경험을 털어놨다.
선생님이 그를 괴롭히는 일본인 학생들에게 “조선인에게 돌을 던지면 안돼”라고 꾸짖는 것을 김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람에게 돌을 던지면 안돼”가 아니라 “조선인에게 돌을 던지면 안돼”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조선인은 가엾고 불쌍한 존재라는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재일 한국인으로서 겪은 정체성의 혼란을 지금은 모두 극복한 듯했다. 선상에서 어느 누구보다 자신있게 자신의 뜻을 전하고 자신을 `한국인 3세’, `한국계 일본인’으로 떳떳하게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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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07.07.25)
By 민족문제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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