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돋보기]미디어 윤리 눈감는 홍보회사
미 하원이 26일 ‘군 위안부 강제동원 비난 결의안’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자민당 의원, 교수, 언론인 등 일본인 44명이 워싱턴 포스트 14일자의 한 면을 털어 게재한 반박 광고문 ‘사실(THE FACTS)’이 화제에 오르고 있습니다. 국내 언론에 16일 보도된 이 광고문은 4월 말 비난 결의안 지지자들이 낸 ‘위안부에 대한 진실’이라는 광고문에 대한 왜곡된 반론입니다.
광고문은 제목을 영어 대문자로 ‘THE FACTS’라고 큼지막하게 쓴 다음 ‘FACT 1’에서 ‘FACT 5’에 이르는 5개 항목을 설정해 그들의 주장을 담고 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일본 정부는 미 하원이 위안부 비난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액을 주고 로비스트를 동원했으며, 지난 달엔 홍보회사도 고용했다고 합니다. 이 광고는 홍보회사의 첫 작품이며, 로비스트와 홍보회사가 고용됐으니 향후 막후 공작은 물론 공개적 활동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된 바와 같이, 광고문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모집에 개입하지 않았다”거나 “위안부들이 장교나 장군들보다 많은 수입을 올렸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이 광고문은 생존 위안부들이 강제로 연행됐음을 증언하고 있고, 돈을 거의 지급받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는데도, 이런 사실에는 눈과 귀를 막았습니다(서현주 동북아역사재단연구위원). 광고문은 일본 정부의 개입을 공식인정한 1993년의 ‘고노 담화’도 부인하는 비양심적 내용입니다.
필자는 이번 사건에서 “홍보회사가 고용됐다”는 대목에 유의하고 있습니다. 홍보회사란 “돈을 받고 고객이 원하는 대로 홍보를 해 주는 회사”입니다. 홍보회사들은 가끔은 돈 벌이를 위해 ‘미디어 윤리’를 저버리고 고객이 원하는 대로 홍보해 주기도 합니다. 이들은 배후에서 여론을 움직이거나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더글러스 켈너(Douglas Kellner) 미 UCLA 교수의 ‘다시 본 걸프전 TV전쟁(The Persian Gulf TV War Revisited, 2004)’이라는 글을 보면, 미국 홍보회사인 ‘힐앤놀튼(Hill & Knowlton)’이 1차 걸프전(1990~91년)을 전후해 이라크에 대한 미국인의 적대감을 고조시키기 위해(미 국민의 전쟁 찬성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잘 설명돼 있습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후 아버지 부시 행정부가 사담 후세인을 ‘제2의 히틀러’ 등으로 부르면서 ‘후세인 악마화’를 강화하는 가운데 힐앤놀튼은 1990년 10월 한 익명의 쿠웨이트 10대 소녀를 미 하원 인권소위에서 증언하도록 했습니다. 쿠웨이트 정부에서 돈을 받은 이 회사는 소녀에게 눈물을 흘리면서 “이라크군이 병원 인큐베이터에 든 쿠웨이트 아이들을 내동댕이쳤다”고 말하도록 시켰습니다. ‘이라크군의 잔학성’을 얘기한 이 소녀의 증언은 그후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 댄 퀘일 부통령, 노먼 슈워츠코프 장군 등의 연설에 매우 빈번히 인용됐습니다. 소녀의 증언은 미 의회의 이라크전 찬성 결의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됩니다.
1차 걸프전이 종료된 뒤 잡지 하퍼스(Harper’s)의 발행인 존 매카서는 뉴욕타임스의 1992년 1월6일자 기고문을 통해 “그 소녀는 주미 쿠웨이트 대사의 딸이었고, 힐앤놀튼이 소녀에게 거짓 증언을 하도록 가르쳤다”고 폭로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회사의 사장 크레이그 풀러는 부시가 부통령이었을 때 비서실장이었습니다. 풀러는 미 행정부를 떠나서도 부시의 개전 분위기 조성 방침에 일조하면서 돈벌이를 했던 것입니다. 미국 언론은 ‘소녀의 눈물어린 증언’의 배후에 홍보회사가 있었음을 몰랐을 것입니다. 어쨌든 미국 언론은 홍보측에 이용당했고 부시 행정부의 전쟁 여론 몰이를 검증하지 못했습니다.
2003년 2차 걸프전 초기에 드러난 ‘제시카 린치 일병의 구출’ 보도도 언론이 홍보에 보기좋게 이용당한 사례입니다. 미군 홍보관계자들은 “미 여군 린치 일병이 총을 쏘며 끝까지 영웅적 투쟁을 벌이다 포로로 잡혔고, 이후 극적으로 구출됐다”고 과장해 전달했습니다. 기자들은 “이런 멋진 영웅담이 있나!”하며 사실 확인 없이 받아 쓴 결과 과잉보도와 오보를 했던 것입니다.
언론인들은 흔히 “보도 매체가 의제를 설정해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도의 배경에는 수시로 홍보회사(홍보인)들이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감에 쫓기는 언론이 홍보 측의 모든 것을 다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언론은 (정부나 막후세력의 주문을 받은) 홍보 측의 정보를 검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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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돋보기]미디어 윤리 눈감는 홍보회사-경향신문(07.06.24)
By 민족문제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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