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친일재산 국가귀속 결정과 친일언론
친일재산 국가귀속 결정이 최근 내려졌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친일반민족행위자 9명이 일제에 의해 소유권을 인정받은 토지를 국가에 귀속토록 결정했다. 해방 이후 최초로 본격적인 친일 청산이 시작된 것이다. 이 위원회가 역사적인 첫 걸음을 내딛는 것을 보면서 언론의 친일 범죄에 대한 청산 작업이 가까워 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돌이켜 보면, 일제 치하에서 친일 언론의 반민족적 폐해는 자심했다. 일제는 3·1운동 뒤 한국인에게 신문 발행을 허가하는 조치 등을 취했다. 이는 당시 팽배한 반일의식을 탄압일변도로 봉쇄하는 대신 그것을 신문에 발산시킴으로써 폭발을 방지하려는 술책이었다. 또한 3·1운동 뒤 나타난 지하신문의 위력을 줄이고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같은 일제의 한반도 점령정책에 동원된 국내의 지주, 토호, 매판 자본가들에 의해 조선·동아일보 등이 등장했다.
조선·동아일보는 출범 당시부터 합법지로 살아남기 위해 체제언론의 기능을 수행했다. 이들 신문은 일제로부터 독립을 실현한다는 근본적 문제에 대한 기사나 논평은 외면했다. 대신 일제의 구체적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제도언론적 차선책만을 앞세웠다. 이 신문들은 외세로부터 독립이라는 민중의 정치적 요구에 침묵하면서 일제 총독부 통치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에서의 비판 언론 역할을 한 것에 불과했다. 그것은 기능적으로 일제의 한반도 강점에 협력한 반민족적 언론행위다.
만주사변이 발생한 1931년부터 일제의 언론 통제가 강화되면서 한반도에서 발행된 모든 신문은 총독부 기관지와 다름없게 된다. 어느 신문도 일제의 통치정책을 비판하지 못했다. 1936년 중일전쟁 이후 조선·동아일보의 일제에 대한 ‘언론보국’은 경쟁적으로 심화되었다. 징용과 징병, 신사참배 등을 통한 내선일체 정책의 실천에 앞장섰다.
친일 행각을 벌였던 이들 신문들은 해방 이후 ‘민족지’라는 해괴한 이름으로 마치 독립운동을 한 것인 양 거짓을 일삼았다. 하지만 지난 2005년 발표된 친일인명사전에 사주 등의 흉한 정체가 공식화되었다. 방응모 전 조선일보 사주와 김성수 동아일보 창업자,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 등이 전쟁협력과 친일단체 가입 등의 이유로 친일인사에 포함된 것이다.
조선일보의 경우 창간 이념으로 내세운 ‘신문명 진보주의’는 조선총독부의 문화통치 이데올로기다. 태생부터 ‘친일신문’으로 출발한 것이다. 방응모 사장은 중일전쟁 이후 생겨난 각종 친일단체에 참여하여 일제통치와 군국주의를 찬양했다.
그는 1938년 총독부가 결성한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연맹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 단체는 조선문예회, 조선방송협회 등 59개 단체와 김활란, 김성수 등 개인 56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하여 일제의 황민화 정책과 전시체제 구축을 적극 홍보한 단체다. 방 사장은 백관수 동아일보 사장 등과 함께 총독부가 결성한 제2차 전선순회시국강연반에 동참해 ‘조선명사 59인 각도 순회강연’을 다니며 일제의 침략전쟁에 한민족의 동참을 호소했다. 방 사장은 조선일보가 폐간된 뒤 월간지 조광을 확대 개편하여 1944년 8월까지 발행하면서 광적인 친일언론에 앞장섰다.
이번에 내려진 친일파 재산 국가귀속 결정은 외국의 과거사 바로잡기와 유사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중국 등은 반역행위 청산과정에서 재산 몰수를 병행했다. 프랑스는 종전 이후 1948년 연말까지 7037명의 부역자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리고 재산을 빼앗았다. 중국에선 친일 혐의로 1만4932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전재산을 몰수당했다. 거기에는 언론인, 은행가들도 끼여있었다.
언론을 통한 반민족 행위는 민족정기를 흐리게 만들고 그 폐해도 오래간다. 우리의 아픈 경험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과거 청산을 하지 않은 대가가 얼마나 지독했는지 우리는 60여 년을 뼈아프게 체험했다. 일제치하에서 범죄를 저지른 언론들은 더 늦기 전에 어두운 과거를 청산해야 한다. 역사의 심판은 결코 생략되는 법이 없다는 진리 앞에서 옷깃을 여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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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친일재산 국가귀속 결정과 친일언론-미디어오늘(07.05.10)
By 민족문제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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