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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청산 58년 만에 ‘가시적 성과’-세계일보(0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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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청산 58년 만에 ‘가시적 성과’
9명 재산 환수…인원ㆍ자료 부족으로 못찾은 재산 더 많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2일 친일파 9명의 재산에 대해 국가 귀속 결정을 내림으로써 1949년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가 와해된 지 58년 만에 친일청산 작업이 처음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하지만 친일파의 친일 행적에 비해 환수액이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조사 인력과 관련 자료 부족 등으로 당초 지목된 친일파 452명의 재산을 환수하는 데는 적잖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친일청산 가시적 성과=‘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 귀속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지난해 7월 발족한 위원회는 처음으로 친일재산 환수 결정을 내렸다.

조선총독부 관보와 반민족행위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보고서 등을 참조해 친일반민족 행위자 452명과 이들의 후손이 가진 친일재산을 조사해 온 위원회는 현장조사, 관계자 진술 청취, 자료수집을 통해 친일행위로 취득한 재산임을 입증해 국가 귀속 결정을 내렸다.

지금까지 을사조약·한일합병조약 등 관여자, 그 공으로 작위를 받은 자, 일제의 귀족의원이나 중의원,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여자 등이 반민족 행위를 통해 축적한 부를 후손에게 물려줬는데도 반세기가 지나도록 아무런 민·형사상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부분적이나마 단죄가 이뤄지게 됐다.

위원회는 이날 “친일재산 국가 귀속은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는 과업이자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미래세대를 위한 역사적 교훈”이라고 평가했다.

◆환수재산은 고작 36억=친일재산 환수라는 성과를 내긴 했지만 대표적 친일파 이완용과 송병준 등이 일제 때 모은 재산에 비하면 이날 환수가 결정된 재산은 예상에 크게 못 미친다.

친일파 9명에 대해 환수 결정이 내려진 토지는 총 25만4906㎡로 공시지가로 36억원에 그치고 있다.

이들은 일제의 토지조사 사업과 임야조사 사업 당시 3994만6266㎡의 땅을 소유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환수당한 토지는 전체의 0.64%에 불과하다.

특히 이완용·병길 부자는 일제강점기에 토지와 임야를 합쳐 모두 1572만9167㎡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귀속된 이들의 토지는 1만4912㎡로 0.09%에 머물고 있다.

또 이완용은 한일합병의 공으로 일본 정부로부터 은사공채 15만원(현재 금값 기준 30억원)을 받았고, 1910년대 보유 면적이 확인된 땅이 여의도의 1.9배에 달했지만 일제강점기 초기에 모두 처분했다.

◆입증 어려움과 친일 후손 반발 가능성=위원회는 친일파 452명의 재산을 낱낱이 찾아내 환수한다는 계획이지만 적지 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위원회는 4년 한시기구(2년 연장 가능)이고 조사 인원이 부족하다는 점과 친일재산을 추적하는 단서가 될 관련 공문서가 온존하지 않는다는 게 친일파 재산 환수 작업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재산 환수 대상이 된 후손들의 반발도 문제다. 친일파 9명 중 고희경과 조중응 등 2명의 후손은 지난해 말 위원회의 조사 개시 결정에 반발해 이의신청을 냈지만 기각당한 바 있다.

또 이번 환수 결정으로 일부 친일파의 후손들은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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