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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 前일본총리 “위안부 강제동원 끝난 논쟁”-경향신문(0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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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야마 前일본총리 “위안부 강제동원 끝난 논쟁”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83) 전 일본총리는 “옛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동원은 틀림없는 일이며, 일본 정부는 이에 분명한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말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위안부 인식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무라야마 전총리는 19일 오후 도쿄의 아시아여성기금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옛 일본군이 개입했는지의 논쟁은 이미 결론이 난 문제로,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무라야마 전총리가 해외 언론의 인터뷰에 응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무라야마 전총리는 사회당(현 사민당) 출신 정치인으로 1994년 자민·사회·신당 사키가케 3당 연립정권 발족시 총리직에 오른 뒤 95년 8월 일제의 침략전쟁을 인정하고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또 총리 재임시 위안부의 강제연행을 인정하고 사죄한 93년의 ‘고노(河野)담화’ 후속조치로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들었다. 퇴임 뒤인 2000년부터는 직접 기금의 이사장직을 맡아 옛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보상 작업을 주도해왔다. 다음은 일문일답.

-일본 정부가 각의에서 옛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인하는 공식 문서를 채택했다.

“일본군이 위안소를 만들어 운영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위안부 연행에 옛 일본군이 관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93년의 고노담화는 각종 조사를 통해 이들 사실을 확인한 뒤 나온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사죄했고, 그것도 도덕적으로 충분하지 못하다고 여겨 위안부에게 보상하기 위한 아시아여성기금을 만든 것이다.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이다.”

-아베 총리는 관헌이 집에 들어가 강제로 끌고간 적은 없다며 ‘협의의 강제성’은 부인하면서도 고노담화는 계승한다고 말한다. 아베 총리의 역사인식을 어떻게 봐야 하나.

“광의라면 책임이 있고, 협의라면 책임이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광의와 협의의 강제성 모두를 인정해야 한다. 그같은 표현은 이해하기 어렵고, 불필요하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발언으로 적절치 않았다. 다만 아베 총리의 전체적인 역사인식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베 총리는 취임 전 야스쿠니(靖國) 참배를 적극 옹호하고 고노담화, 무라야마담화에도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취임 후에는 이들 담화의 계승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기존 역사인식으로는 국민들의 이해를 얻기도, 이웃 국가와의 관계 개선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뒤집으면 일본의 정치지도자가 되려면 잘못된 인식을 갖고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인식은 다음 총리가 누가 되든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자민당내에는 고노담화 수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과거 전쟁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했던 10여년전의 정치상황과는 달라 보인다. 우경화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

“고노담화, 무라야마담화를 발표했을 때도 이에 반대한 목소리가 있었다. 당시에도 자민당 우파 의원들은 물론 학계에서 ‘과거의 전쟁은 자존 자위를 위한 것이었으며 사죄는 필요없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이를 누르고 일본 정부의 이름으로 담화가 나왔다. 무엇이 옳은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자민당내에 과거 전쟁을 정당화하는 의견이 있고, 이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세대 교체가 진행되면서 과거를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일본 사회가 이들의 주장을 통용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국민들 대다수는 과거의 전쟁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믿고 있다.”

-일본 일부에서는 한국은 늘 사죄만 요구한다고 볼멘소리를 하는데….

“야스쿠니 참배나 교과서 등의 문제가 없으면 주변국에서 그런 얘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근본 책임은 일본에 있다. 정치권에서 주변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해주면서 생긴 일이다. 일본은 이런 것들을 극복해야 한다.”

-미국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을 어떻게 보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다만 위안부 결의안을 제출하기 전에 과거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반성하고 사죄했으며, 역대 총리들이 여성기금을 통해 그들에게 사죄의 편지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들을 미리 살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다.”

-여성기금의 활동이 3월말로 끝난다. 한국에서는 여성기금의 활동이 일본정부의 책임회피 수단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한국 내의 분위기를 이해한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위로금 거부로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기금의 활동을 현실적 측면에서 이해해줬으면 한다. 정부간 보상문제는 샌프란시스코조약, 2국간 조약 등으로 해결됐다는 게 일본의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위안부에 대한 도덕적인 책임을 지기 위한 최소한의 방편이었다. 기금이 위안부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그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생각이었다. 3월말 기금이 해산된 뒤에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디지털기념관을 만들 계획이다. 이 기념관이 위안부 문제를 오래 기억하고 아시아 각국민과 일본인 사이에 화해를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도쿄|박용채특파원〉


▷ 무라야마 도미이치는 누구?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83) 전 일본 총리는 1994년 6월 사회당 출신으로는 두번째로 총리에 오른 인물. 93년 출범한 반자민당 연립세력인 호소카와 모리히로 정권이 8개월 만에 무너진 뒤 자민당과 사회당, 신당 사키가케가 새롭게 연립을 구성해 당시 사회당 위원장이던 무라야마를 총리로 옹립했다. 이후 96년까지 총리로 재직했다. 그는 특히 95년 8월15일 일본 패전 50년을 맞아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특별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에는 “국가정책의 잘못에 의해 일본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리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의 주민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주었으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이를 반성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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