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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교수 “주체적인 삶을 디자인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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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민용 기자


 


“우리 사회 곳곳에 급조된 산업화로 인해 문화적 병폐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유행과  욕망이 지배하는 소비사회에서  주체성이 회복되지 않으면 영원히 행복하지 못할 거예요. 치유점을 찾아야 하는데 저는 적어도  디자인이 해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소비문명의 씨를 뿌린 이들로부터 해독제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죠.”
 






서울대 미대 초창기 원로 교수들의  친일행적을  거론했다는 이유로 괘씸죄에 걸려  6년이 넘는 인고의 세월을 보낸 김민수 서울대 미대 교수(46). 2005년 원직복직한 이후 연구와 수업에만 몰두해온 그가 최근 ‘필로디자인’(그린비)이라는 책을 내고 대중의 곁으로 돌아왔다.

“올해 들어서야 리듬이 회복되는 것  같아요. 2년전 복직했지만  손해배상, 명예훼손 등 소송이 걸려 있었는데 지난해 승소하면서 명예도 회복하고 금전적 보상도 이뤄졌습니다.  여전히 누구도 저에게 미안하단 말은 안하고 있지만요.” 김교수가 씁쓸하게 웃었다.

“복직할 당시에  학생들 사이에 약간의 긴장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지금은 수업을 하면서 많이 좋아졌지요.” 김교수는 ‘디자인사’ ‘디자인과 문화’ ‘현대디자인론’ 등 5개의 강의를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필로디자인’은 그가 천막농성을 하고 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무학점 강의를 하던 무렵 시작된 기획이다.  자신의 철학에  따라 디자인 작업을 하며 시대를 바꿔나간 디자이너 22명을 조명했다. 그러나 그가 조명한 디자이너는 그저 제품의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한  디자인을 만들어낸 이들이 아니다. 미술공예운동을 통해 예술의 대중화를 부르짖은 윌리엄 모리스에서부터  독일의 디자인학교 바우하우스의 창립자 발터 그로피우스, 중국의 사상가이자 문인 루쉰, 식민지 조선의 천재시인 이상, 건축가 조성룡, 일본의 북디자이너 스기우라 고헤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이 포함돼 있다.









 


“루쉰은 디자인을 철학적 사상에 근거해 살펴보자고 한 인물이죠. 북디자인, 편집디자인의 측면에서 전통을 어떻게 현대의 삶 속에 담을 것인가를 고민한 인물이죠. 상해 목판화운동을 통해 내용과 형식을 일치시키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고요. 이상은 모더니즘 시인으로 바라보지만 근대를 초극한 그의 시는 건축이나 디자인 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많습니다. 이상의 미학은 이탈리아 미래파나 러시아 구성주의, 라슬로 모호이-너지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거든요. 저는 이 책에서 디자인의 주체인 사람에 대한 철학과 내적인 논리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는  디자인은 인문학적 성찰과 과학기술의  테크놀로지, 예술적  창조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디자이너나  디자이너 지망생뿐 아니라 일반인들 역시 디자인을 통해 삶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려 한 디자이너들의 삶과 철학을  엿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현대인들이  창의적이지 않고  삶 자체에  대한 주관이 없기 때문에  소비의 욕망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죠. 디자이너의 삶과 철학을 이해함으로써  수동적인 성향에서  벗어나 주체적이고 자율적인 소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경향신문, 0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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