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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모은 1억 기부한 김군자 할머니-세계일보(0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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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모은 1억 기부한 김군자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모진 고통을 겪은 김군자(80) 할머니는 2000년과 지난 7월 두 차례 5000만원씩 1억원의 전 재산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 할머니는 “모든 것을 내놓으니 오히려 부자가 됐다”고 뿌듯해 한다.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안식처인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김 할머니를 만나 근황을 들었다.

나도 젊었을 적에 악착같이 돈을 쥐고 놓지 않았어. 내 고통이 모두 가난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나이가 들다보니 문득 ‘돈이 없어 나처럼 고생하는 사람이 더는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 뭐야. 그래서 돈을 다 내놓았어. 신기하게도 가진 걸 놓아버리니까 마음도 넉넉해지고 손자들도 생기더라고.

평생 모은 재산을 내놓으면서 정말 고민 한번 안 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게야. 사실 어렵게 번 거야. 광복이 되고 스무 살에 고국으로 돌아왔는데, 살려고 이것저것 안 해 본 일이 없어.

요즘 들어 돈을 내놓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그새 손자손녀가 55명이나 생겼는걸.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편지도 보내오고, 찾아와서 “할머니, 할머니” 하면서 손도 잡아주고 어깨도 주물러 줘. 얼마나 살맛 나는지 몰라.

다들 참 잘됐어. 그림에 소질이 있는 한 아이는 전문대에서 디자인을 배우고 야간대학에 편입해 컴퓨터그래픽도 공부했대. 혼자 돈 벌고 공부하며 참 열심히 하더니 수석 졸업했잖아. 지금은 취직해서 잘살아.

다른 애는 요리를 잘하는데 저번에 편지를 보니까 일류 요리사로 호텔에서 일한대.

애들이 잘됐다는 소식 들으면 너무 좋아. 이제는 자나깨나 그 애들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

지난번 여름 땐 식은땀이 계속 날 정도로 몸이 아파 ‘이젠 저세상으로 가는구나’라는 생각에 5000만원을 재단에 냈어.

너무 늦게 깨달은 거지만, 죽는 날까지 나누면서 살고 싶어. 낭비하지 말고 조금 아껴서 다른 사람 도와주면서 이승을 훌훌 떠나고 싶어.

그래도 죽기 전에 ‘욕심’이 하나 있지. 내 청춘을 짓밟고 이 땅을 무참히 유린한 일본의 사과를 받았으면 여한이 없겠어. 15년 넘게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모임을 가졌는데도 꿈쩍도 하지 않고 있어. 이제 몇 명 남지 않은 할머니들이 모두 저세상으로 떠나기 전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반성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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