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채만식문학상 부활돼야
최근 민예총 사무총장과 공동대표,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한 신경림 시인은 친일과 월북이 문학성 평가의 잣대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친일을 했다고 미당 서정주의 작품을 폄훼한다면 과거 정지용을 월북 시인이라고 매도했던 것과 다른 게 뭐냐”고 말한 것이다.
그 말은 지난해 중단되었던 채만식 문학상 부활과 관련, 다시 논란이 일고 있는 요즘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논란의 핵심은 군산시와 채만식 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채만식 문학상을 재개하려는 방침에 대해 ‘친일청산을 위한 전북시민연대’가 “친일작가 채만식을 기리는 어떤 문학상도 시행되어선 안된다”고 반대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 교과서를 통해 채만식 소설을 학생들에게 직접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서 언론에 보도되는 논란은 매우 곤혹스럽다. 현재 고교 국어(상)와 18종의 문학교과서에 실려 있는 채만식의 소설은 장편 ‘태평천하’와 단편 ‘논 이야기’ ‘치숙’ 등이다.
그 정도 수록이라면 전국 모든 고교의 교사들은 채만식 가르치기에서 난처함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역사다. 요컨대 교과서에 실릴 정도라면 현대문학에서 업적과 친일행각 모두를 알려주고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민단체의 문학상 및 기념사업 중단 촉구는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원조와 아류, 경중의 차이야 있겠지만 일제침략기에 죽지 않고 살아 남았다는 자체가 친일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면 살아남은 죄, 침묵한 죄 역시 아무렇지 않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친일파 청산에 실패한 부끄러운 역사를 이어왔다. 친일파를 끌어안은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 받아들였다. 일본군 장교 출신의 박정희가 사실상 두 번째 대통령이 되는 걸 알면서도 내버려둔 채 18년이나 ‘친일’이란 단어조차 꺼내지 못하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경상북도 구미에는 지금도 ‘박정희 체육관’이 있다. 오랜 기간 동족을 독재라는 질곡의 늪에 빠뜨린 독재자이며 문인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친일의 일본군 장교 출신 박정희의 이름은 그렇듯 건재하다. 그런데 유독 채만식만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공산주의가 좋다며 스스로 월북하여 김일성 정권에서 부수상까지 지낸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이 불티나게 팔리고, 그를 기리는 문학제가 성대히 펼쳐지는 세상이다. ‘지용문학상’ ‘백석문학상’ 등이 지자체나 유력 출판사에 의해 운영·시상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메밀 꽃 필 무렵’의 작가 이효석은 친일행적에도 불구하고 해당 자치단체에서 기념축제를 대대적으로 열어 관광 상품화하고 있다. 메밀꽃밭 재현, 생가탐방, 초·중·고 일반부의 전국백일장, 이효석 문학상 시상 등이 그것이다.
만약 채만식 문학상이 폐지되려면 먼저 교과서에 실린 작품의 삭제부터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만큼 채만식이 친일작가라는 객관적 검증과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고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교과서를 통해 전국의 학생, 그러니까 국민이 그 문학성과 작가의 존재를 알게 되는 마당에 유독 채만식 문학상만 폐지하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주장을 위한 주장’일 뿐이다. 채만식 문학상은 시상되어야 한다.
– 문학평론가·전주공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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