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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 중시하는 기독교, 과거사는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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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굿닷컴 이영주 기자


 



▲ 사진은 작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 사전 편찬위원들이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친일인명사전 수록 인물 1차 명단을 발표하는 모습(우측에서 세 번째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장인 한성대 윤경로 총장) ©연합


 


7일,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편찬을 이적행위로 본 보수시민단체는 민족문제연구소와 사전 편찬자들이 입은 명예훼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와, 친일인명사전 편찬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008년 발간을 목표로 준비 중인 친일인명사전에는 기독교의 친일 인물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일 청산’은 한국교계가 ‘1907년 평양대각성운동’을 다시 희망한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친일인명사전’ 작업 탄력을 받을 전망 


2003년 말부터 ‘친일인명사전’ 편찬 작업을 시작했으나 그동안 보수시민단체들의 반대 시위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민족문제연구소의 사전 편찬 작업이 힘을 받게됐다.

왜냐하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는 7일 “특정 단체를 이적단체로 공격하는 경우 그 단체는 반사회세력으로 몰려 사회적 명성ㆍ평판이 크게 훼손된다”며 “피고들(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 등 보수시민ㆍ언론단체 대표들)은 연대해 원고들에게 6천5백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은 “일부 보수시민단체가 연구소를 이적단체로 몰아세우고 물리적 방법까지 동원해 더 이상 연구 활동을 진행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법원의 판결로 사전 편찬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념적ㆍ정치적 의도가 배제된 학술단체일 뿐”이라며 “연구소의 활동목적은 친일문화 청산작업을 통해 우리 과거사를 바로 세우는데 있다”고 강조했다.


질곡의 역사, 반면교사로 삼는 균형 잡힌 역사교육 시급해 


민족문제연구소는 친일파 연구의 거두 고(故) 임종국 선생의 유지를 계승한 이들이 1991년에 세운 ‘반민족문제연구소’를 모체로 현재까지 과거사 바로 세우기 운동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

‘친일인명사전’ 편찬 사업은 국회가 연구소 예산을 삭감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으나 국민들의 자발적 모금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는 사업이다.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장인 한성대학교 윤경로 총장은 “작년에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편찬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7억여원을 모금해 연구소에 보내줬다”며 “이로 인해 편찬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고 지난해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제1차 명단 3,090명을 발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해방 후부터 현재까지 한국은 다사다난한 질곡의 역사를 거치면서 숨가쁘게 현재까지 달려왔다”며 “친일청산은 민족사의 숙원이었음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에 와서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사 청산의 열기가 드높은 한편엔 여전히 국론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 것도 우리 근현대사가 그만큼 질곡을 겪어왔다는 반증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지나온 과거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성숙한 태도를 가지면 현재와 같은 소모적인 사회분열도 줄어들 수 있다”며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준엄한 경구를 기억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랑스러운 역사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과거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균형 잡힌 역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는 “중고등학교 때 편향된 역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대학생이 돼 숨겨진 역사를 알게 됐을 때 사회를 불신하고 기성세대에 반발하게 된다”며 “과거사 정리는 교육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 자랑스러운 역사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과거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균형 잡힌 역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민족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역사의 빛과 그림자’전) ©연합


 


‘회개’를 외치는 기독교, ‘친일 청산’해야


2007년, ‘평양대각성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부흥’을 기대하는 기독교계는 더욱 과거사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제1차 명단에는 당시 교단 총회장과 지도급 인사였던 목사들 48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그 가운데는 그동안 민족주의자로 알려진 남천우ㆍ유형기ㆍ홍병성 같은 인물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많은 기독인이 일제 치하 항일운동에 앞장선 것으로 가르칠 뿐, 현재까지 교단차원에서 공개적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통절히 회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경로 총장은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준비하며 각 교단이 ‘회개’를 외치면서도 ‘친일 청산’은 언급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그리스도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방학진 사무국장도 “기독교가 ‘영생’을 말하는 종교인데 불과 50년 전 일을 덮어두려는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기독교는 ‘회개’와 ‘죄의 고백’을 중시하는 종교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과거사 정리는 교단에 ‘새로운 출발’을 제공하고 선교에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윤경로 총장은 “지나간 과거사를 끄집어냄으로써 오히려 선교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그리스도 정신에 부합한 행동을 보임으로 선교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교계가 의인인 척하는 모습이 오히려 선교를 방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교회 조이제 목사도 ‘친일인명사전 수록자 명단 발표를 보고’라는 글에서 “친일 인물 발표는 오히려 한국기독교의 새 날을 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독교에 남아 있는 친일 부분을 청산해야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바른 한국 기독교사를 세워나가기 위해 교단을 초월해 과거사를 정리하고 성도들에게도 한국 기독교의 과실을 알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김승태 연구실장은 “현재 한국교회는 일본이 과거사를 왜곡하는 것처럼 교회사를 왜곡하고 있다”며 “한국 기독교가 일제시대 항일운동에 기여한 사실만을 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독교가 항일운동과 민주화, 산업화, 통일운동에 크게 기여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부끄러운 역사도 있다”며 “‘공’과 ‘실’을 분명히 정리하고 잘못된 부분은 철저히 회개해 앞으로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방 후 한국 교회 내 ‘친일 청산’과 쇄신 운동의 움직임이 전혀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해방 후, 감옥에서 살아남은 신사참배 반대자들은 신사참배한 교회 지도자들에게 철저한 회개를 요청하며 교회 쇄신운동을 시도했다. 이들은 ‘영적인 교회가 건전한 발전을 이루고 한국 교회가 새로 시작하기 위해서는 공개적인 회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교회 지도자들은 ‘죄의 문제는 하나님 앞에서 개인적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공개적인 ‘죄’의 고백을 거부했다. 이로 인해 교회는 내분을 맞이했고 고신이라는 새로운 교단이 떨어져 나오는 등 진통과 분열을 겪었다.

최근에는 개인이 신사참배를 공개적으로 회개하는 일이 있었다. 1992년 영락교회 원로 목사이던 고(故) 한경직 목사는 “저는 하나님 앞에서, 여러분 앞에서 죄인이며 신사참배도 한 사람입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죄’를 고백했다. 당시 그의 고백은 친일 행적을 침묵으로 일관한 한국 교계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2002년에는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가 평화통일남북공동기도 주일을 맞아 자신의 조부인 고(故) 조승제 목사의 친일 행적을 열거하며 ‘교회와 민족 앞에 저지른 죄를 고백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조승제 목사는 1943년 일본기독교조선장로교단이라는 어용교단 창설에 협력했고 해방 후 한신대학교 이사장과 장로교 총회장을 역임했다. 그의 이름도 친일인명사전 수록 예정자 제1차 명단에 올라 있다.

교단 차원에서는 2005년에 기독교대한복음교회가 초대 감독을 지낸 최태용 목사의 친일 행적을 고백하고 ‘회개’한다고 밝혔었다.<구굿닷컴, 06.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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