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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06.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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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원로학자의 ‘역사 화해는 가능한가’> 
 

 
아라이 신이치 교수 저서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지난해 11월 도쿄에서 열린 ‘을사조약 강요 100년’ 심포지엄에서 을사조약이 국제법상으로 무효임을 입증하는 새로운 사료가 제시됐다.


주한 미국공사인 에드윈 모건이 미국 국무장관에게 보낸 공식 문서로, 을사조약 체결 과정에서 한국 각료들의 행동을 일본군이 제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한 문서다.


모건은 “그때 각료들에게 물리적 폭력이 휘둘러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정말로 자유의지로 행동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기록으로 남겼다.


또 하나는 조약 체결 당시 주한 일본군 사령관이었던 하세가와 요시미치가 고종과 대신들을 강제로 위협해 체결을 억지로 성립시켰던 정황을 스스로 기록한 문건이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떨며 큰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었다”는 내용이다.


이들 사료를 제시한 사람은 현재 스루가타이(駿河臺) 대학 명예교수이자 일본의 ‘전쟁책임자료센터’ 소장인 아라이 신이치(荒井信一·80)다.


그는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하는 시민운동계의 대표적 지식인으로 일본 내에서 자국의 전쟁 책임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나아가 조선인 강제연행과 일본군 위안부 등과 관련된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보수파를 정면으로 비판한 양심적 원로 역사학자로 꼽힌다.


저서 ‘역사 화해는 가능한가’에서 그는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역사 청산의 문제를 한중일 3국의 시야에서 유럽,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등 근대 식민지 병합과 제2차 세계대전 당사국들의 움직임이라는 폭넓은 시야에서 바라본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계 미국인을 강제 억류하거나 수용, 이주시켜 인권을 침해한 사실에 대해 대통령과 의회가 사죄하고 보상했다. 네덜란드는 과거 인도네시아를 식민 지배했을 때 벌어진 전쟁에 대해 사죄했다.


하지만 일본은 어떠한가. 무라야마 전 총리는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과한다”는 내용을 발표했지만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되풀이 됐고 한일 간 역사 왜곡 논란은 끊임 없이 벌어지고 있다.


저자는 “정치가는 화해를 위해 진심 어린 표현으로 생생하게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마음으로 통하는 말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과거사 청산과 역사의 화해를 위해서는 일본의 정치지도자가 과거 극복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려는 강한 정치 의사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는 또한 역사 문제 해결을 위해 동아시아 공동 역사 역사 교재 편찬과 진상 규명,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보상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동아시아 역사 문제의 해법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었다.


미래M&B. 김태웅 옮김. 344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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