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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야스쿠니 참배할까 -연합뉴스(06.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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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아베 시대> ④ 야스쿠니 참배할까 
 

 
(도쿄=연합뉴스) 이홍기 특파원 = “갔다고도, 안갔다고도, 간다고도, 안간다고도, 말할 생각이 없다.”

자민당 총재로 선출돼 차기 총리가 사실상 확정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관방장관은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관한 질문에 항상 이런 식의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4월 비밀리에 야스쿠니를 다녀왔던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도 함구하고 있다.

야스쿠니 문제에 대한 그의 이같은 애매한 태도는 한국,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배려라는 분석이다. 가부간의 확실한 답변을 피함으로써 총리 취임후 한.중 양국 정부에 그동안 중단됐던 정상회담을 재개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실제 한.중 양국 정부는 아베 정권 출범후 정상회담 재개를 위해 일본측과 물밑에서 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중 양국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일지는 불투명하지만,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전에라도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

야스쿠니 문제는 주변국과의 정상회담을 단절시킨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그러나 아베 총재의 역사인식에 관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설사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두고두고 주변국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하는 요인이 될 공산이 크다.

아베 총재의 역사인식은 보수.우익의 논리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과거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의 피해를 당한 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과거사에 관한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거슬린다. 일국의 지도자가 그런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이 ‘군국주의 부활’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는 지난 1995년 전후 50주년을 맞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가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 사과를 표명했던 역사적인 ‘무라야마 담화’에 대해서도 인정을 못하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총재선거 과정에서 집중 추궁을 당하자 마지못해 “담화의 정신은 이어받는다”며 궁지를 모면하기도 했다.

과거 아시아 각국에 엄청난 피해를 안겨준 침략 전쟁에 대해서도 ‘잘못’이라는 말을 하지않고 있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들로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역사는 역사가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심지어는 중국과의 1972년 국교정상화 협상 때 중국 정부가 일본 전쟁 지도자와 일반 국민을 분리, 전쟁배상 청구권을 포기했던 중요한 사실에 대해서도 아베 총재는 “그런 문서가 남아있지 않다” “회담장에 없었기 때문에 알 수 없다”는 등의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그의 이같은 역사인식은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安信介) 전총리의 영향이 적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시 전총리는 군국주의 시절 상공대신과 군수차관을 지내며 태평양전쟁 최일선에서 활약했고 그 때문에 패전 뒤 A급 전범으로 단죄받았으나 전격적으로 석방돼 총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서도 ‘마음의 문제’로 나라를 위해 숨진 사람들에게 추도의 뜻을 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로 옹호했다.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가 가라고 해서 가고, 가지말라고 해서 가지않을 일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아베 총재는 총리 취임후 당분간은 한.중 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야스쿠니 참배를 자제하겠지만, 그의 근본적인 역사인식이 바뀌지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는 국내적 상황 변화에 따라 참배를 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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