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학계 “뉴라이트 강만길 비판 대꾸할 가치 없다”
한홍구 “역사학자의 사실근거 주장을 친북이라 몰아붙이다니…”

▲ 역사비평 가을호(좌)와 시대정신 가을호(우)
친일 반민족 행위자 재산을 환수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한나라당 의원 9명의 반대 속에서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던 날 보수언론들 사이에서는 뉴라이트의 진보 학자 실명 비판이 화제가 됐다.
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조직위원장이 뉴라이트 진영이 펴내는 ‘시대정신’ 가을호를 통해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를 “민중의 저버린 민족사학자” “전근대적 폭력자의 어용 노릇”이라고 정면 비판하고 나선 것.
강 교수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으로 지난달 18일에는 ‘친일파’ 인사의 재산을 국고로 환수하기 위한 범정부기구인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했다.
보수진영에서는 그동안 진보가 보수를 공격하던 과거 양상에서 보수가 ‘도발적 문제제기’로 진보를 공격하는 양상으로 이념논쟁이 전개되고 있다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최 위원장의 ‘친일 세력 실체는 없다’는 주장은 친일 재산환수 특별법과 맞물려 눈길을 끈다.
최홍재 “강만길, 전근대적 폭력자인 김정일의 어용교수”
최 위원장은 <시대정신>에 기고한 ‘민중을 저버린 민족사학자 강만길 교수’에서 “조선총독부 시기의 친일은 너무도 애매하고 해방과 대한민국 건설과 발전사에서 확인 가능한 범주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다”며 “변론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친일파로 몰아 그 자손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준다는 것은 무도하다”고 주장했다.
지주, 자산계급, 종교인은 사회주의를 반대한 것이지, 일본으로의 복귀를 주장하거나 그렇게 되도록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냉전세력, 분단세력과 관련해서도 최 위원장은 “1945년부터 지금까지 한반도 전체에 분단세력은 없었다”며 “이승만과 김일성은 적극적인 통일세력이고 선건설후통일을 주장하는 박정희는 ‘단계적 통일론자’라고 할 수 있지, 그 누구도 분단세력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그는 “국제 냉전선으로 휴전선이 오버랩되었기 때문에 국제적인 의미에서 냉전을 얘기할 수 있겠지만 한반도의 남과 북에는 국제적인 냉전세력이 실존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 최 위원장은 “선생의 눈에는 이미 동포들은 사라지고 김정일과 그 체제의 전승만이 있을 뿐이다”며 “김정일의 어용학자로 국제사회의 심판대에 굳이 서려는 선생의 모습이 안타까워 견디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 최홍재 자유주의연대 조직위원장이 <시대
정신>을 통해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를 “민
중의 저버린 민족사학자” “전근대적 폭력자의
어용 노릇”이라고 실명 비판하고 나섰다.
사진은 강만길 교수(자료사진).
ⓒ 데일리서프라이즈
“북한은 항일독립세력이 세운 나라이고, 남한은 친일파가 미국을 등에 업고 세운나라라는 전제, 그래서 남한의 친일파들은 끊임없이 분단과 냉전을 주도했다는 전제, 북한 정권은 평화통일을 갈망했다는 전제, 이 잘못된 전제의 결과 선생은 지금 대한민국의 성취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으며, 도움을 애타게 갈망하는 북녘 동포들의 호소를 조롱하게 되었다”
이같이 강 교수의 역사관을 정리한 최 위원장은 “근대적 통일국가로서의 발전과 정반대로 전근대적 폭력자의 어용 노릇을 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을 거론하지 않은 것을 독재와 인권말살 부역과 연결시켜 비판론을 펼쳤다.
한편 <시대정신>은 향후 ‘우리 시대의 진보적 지식인’ 연재를 통해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 한완상 대한적십자사 총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최장집 고려대 교수 등 주요 진보 지식인에 대한 실명 비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진보진영 “정치적 공세 강해, 대꾸할 가치가 있나”
이러한 뉴라이트 진영의 강 교수 실명 비판에 대해 학계나 진보진영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반응이다.
조선, 동아, 중앙, 문화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뉴라이트의 진보학자 실명비판을 대서특필하며 관련 기사와 칼럼을 연이어 보도했지만 한겨레, 경향 등 진보언론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일보만이 30일 <지식인 비판 공방 치열하되 금도 있게> 제하의 칼럼을 내보냈다.
본보가 최 의원장의 강만길 교수 비판과 관련해 여러 학자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대꾸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반응이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데일리서프라이즈와의 전화통화에서 “제대로 논쟁을 펼치려면 논리에 맞는 주장을 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개는 짖어라 우리는 간다고 해야지 어떻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친일의 실체가 없다’는 최홍재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역사학자가 사실에 근거해서 역사를 기술한 것인데, 친북이라고 몰아붙인다면 역사를 아예 지우라는 이야기다”고 비판했다.
신주백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박사도 본보와의 통화에서 “학문적인 논쟁이 아니라 다분히 정쟁으로 이용당할 수 있다”며 본보의 기고문 청탁을 정중히 거절했다. 또 다른 진보학계의 모 교수도 “논쟁 자체가 안 된다”며 “공격을 위해 억지 논리를 만들어낸 것에 불과한데 대꾸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가운데 강만길 교수가 편집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역사비평>은 이번 가을호에서 뉴라이트와 관련한 특집을 마련했다.
<긴급진단 : ‘뉴라이트’의 역사인식과 현실인식을 비판한다>에서 역사비평은 뉴라이트의 역사인식과 현실인식으로 나누어 비판했다. 역사인식 측면에 대해서는 신주백(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 박사가 <교과서포럼의 역사인식 비판 –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비판에 대한 반론>에서 뉴라이트단체인 교과서포럼을 분석했다.
뉴라이트의 현실인식 측면에 대해서는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가 <뉴라이트운동의 현실인식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 조명했다.
이번 뉴라이트의 진보학자 비판이 학문 영역에서 본격적인 이념 논쟁보다는 도발적 문제제기로 정치적 공세의 측면이 큰 만큼 <역사비평>의 특집 중 뉴라이트운동의 현실 인식의 문제점과 한계를 짚어낸 정 교수의 글을 살펴보자.
“현실 이념·세력에 대한 과도한 이분화·단순화 일색”

▲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역사비평>을
통해 뉴라이트가 현실의 이념과 세력에 대
한 과도한 이분화와 단순화로 비판하고 있
다고 지적했다(자료사진). ⓒ 2006 데일리
서프라이즈 김세옥 기자
노무현 정부의 실정과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되는 보수세력의 권력상실의 지속, 북미관계 악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등으로 최근 급성장한 뉴라이트운동은 정 교수가 짚어낸 것처럼 보수세력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권위주의와 부패 측면에서 ‘올드라이트’와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부분적일 뿐 뉴라이트운동이 추구하는 가치는 사회적 약자보다 강자, 즉 기득권세력의 이익옹호와 이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뉴라이트운동은 가장 우선적인 가치로 자유주의를 들고 있는데 이는 정치적인 자유주의 보다는 시장경제 중심의 경제적 자유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렇게 이해되는 자유민주주의란 평등, 특히 경제적 평등의 요소가 약화된 매우 협애한 민주주의가 아닐 수 없었다”며 “그럼에도 뉴라이트운동은 자유주의 또는 경제적 자유주의 지향만이 21세기 한국 사회의 선진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고, 그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적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외면하거나 공동체 자유주의 정도의 치유책만을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적 자유주의에 대한 강조는 민주세력과 민주정부에 대한 ‘좌파’ 규정으로 이어졌다. 뉴라이트운동은 1980년대 민주화운동세력이 좌파세력으로 변질됐고 노무현의 참여정부 역시 분배나 평등정책에 집착하기 때문에 ‘좌파정권’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국제관도 “한국 사회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미․일 등 자본주의 선진국과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발전을 기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미․일과의 관계 속에서 발전해왔던 한국 근현대 역사를 자주와 자립의 민족주의적 기준에 바탕하여 해석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역사인식이며, 향후 한국사회의 발전 또한 민족주의가 아니라 국제주의를 통해서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극단적인 폐쇄주의의 민족주의적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북한체제는 가능성이 없는 사회로 뉴라이트운동은 대북 강경정책과 북한정권에 대한 강력한 외부 압박을 주장한다.
더 나아가 그들은 자주의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남북화해와 협력정책을 추진하는 남한의 민주세력이나 민주정부를 ‘친북좌파’ 세력 또는 ‘친북좌파’ 정권으로 규정하고 있다.
“북한·남한 민주·보수세력 모두 수구세력, 자신들만 선진 민주화세력”
이렇게 뉴라이트운동의 현실인식을 진단한 정 교수는 “현실의 이념과 세력에 대한 과도한 이분화 속에서, 자신과 다른 세력에 대해서는 과도한 단순화를 통해 이를 비판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짚어나갔다.
수구와 미래라는 이분법적인 기준으로 자신을 제외한 모든 세력을 일괄적으로 수구세력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는 것. 뉴라이트운동에게 북한과 남한의 민주세력, 보수세력은 단지 수구세력일 뿐이며 자신들만이 미래의 발전과 선진화의 보장자라는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가 매우 협소하게 정의되고 있다며 정 교수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만 강조하고 경제적 평등의 사회주의적 요소를 수용하는 부분은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협소한 인식은 과거 민주화운동의 경험과 결부되어 민주세력을 ‘좌파세력’으로, 민주정부를 ‘좌파정부’로 주장하는 데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과거 민주화운동의 부분적인 경험을 통해 현재 민주세력의 대다수를 ‘좌파세력’으로 규정하는 뉴라이트운동의 주장은 사실의 지나친 단순화이자 과장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뉴라이트의 국제관에 대해서도 강 교수는 “한국의 근현대사속에서 대한민국은 미․일 중심 국제질서의 피해자인 동시에 그 수혜자이기도 했다”며 “그러나 뉴라이트운동은 전자의 측면은 일방적으로 무시하면서 후자의 측면만 일방적으로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미․일에 대한 사대주의적 추종주의의 모습을 자주 드러낸다”며 정 교수는 “민주정부의 남북관계 개선노력을 시대착오적인 민족 자주노선의 추구라고 비판하는 한편, 북한체제에 대한 자신들의 비판과 공격은 북한의 인권문제를 들어 정당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위주의와 부패를 이유로 올드라이트와 차별화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 교수는 “분단상황에서 항상 유리했던 안보문제와 경제성장의 과거 업적을 내세울 수 있는 경제문제를 중시한 반면 자신들의 이익에 불리한 민주주의 문제를 경시한 보수세력과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국내외 정세로 뉴라이트 현상은 지속될 것이지만 지속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정 교수는 올드라이트에 흡수될 가능성과 뉴라이트 진영 내부의 ‘정치적 엽관주의’를 들었다.
“제17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또한 뉴라이트를 흡수해 자신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올드라이트가 뉴라이트운동의 흡수에 소극적일 이유는 없다”는 것.
또한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올드라이트와의 연대에 대해 유연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뉴라이트운동이 현실의 정치에 참여하지 않고 우파의 사상운동, 우파의 시민운동만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만일 뉴라이트운동이 올드라이트에 흡수된다면, 그런 상황에서도 그것이 계속 뉴라이트라 불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계성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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