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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할 무형자산 민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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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최근 몇 년 동안에 우리의 역사의식을 일깨우는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2001년에는 일본교과서의 한국사왜곡사건이 있고 당시 한국의 언론기관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민은 매우 흥분해 일제가 강점 36년간을 반성하기는커녕 한 술 더 떠서 36년간의 식민통치를 정당화한다고 했다. 2003년부터 본격화된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도 고구려사를 한국의 고대사에서 제거하고 그들의 역사로 탈취하려는 사건이었다. 올 2005년에 다시 대두되고 있는 일본 교과서의 한국사 왜곡사건은 ‘독도영유권 문제’와 상승작용을 하면서 다시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한편 내부적으로도 역사의식을 일깨우는 사건들이 있다. 정치권에서 논란되고 있는 친일진상규명 작업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을 그 하나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련의 과거사 청산 문제도 우리의 역사의식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시적이고 냄비 끓듯 해서는 곤란



이런 사건들을 접하면서 몇 가지 안타까움이 있다. 국내의 과거사 청산문제는 물론 우리 내부의 자각과 자성(自省)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일본의 역사왜곡과 중국의 역사탈취와 관련해서 일어난 것은 외부의 충격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외부의 충격에 의해서 한국인의 역사의식이 발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외부의 충격 없이는 역사의식이 발동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럴 경우 외부의 충격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런 역사의식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역설이 성립될 수도 있고 외분의 충격이 사라지만 거기에 바탕한 역사의식도 소멸될 수밖에 없다는 것도 가정할 수 있다. 이것은 매우 안타까운 사실이다.

이와 관련, 얼마 전 일본을 방문했을 때에 한국대사관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난다. 금년 4월에 발표될 일본교과서의 검정과 관련하여 혹시나 또 4년 전의 그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서 일본의 분위기가 어떤가를 물었다. 그 때 대사관 당국자가 전하는 내용은 일본의 교과서 검정결과가 발표되면 한국에서는 ‘한 달쯤 떠들다가 잠잠하겠지’ 하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그 분위기를 전했다. 이말은 결국 한국 사회의 일시적이고 냄비가 끓는 듯한 저간의 여론을 비꼬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일본 교과서의 한국사 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결론은 ‘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로 귀결됐다 그러나 그 결론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은 거의 실행되지 않았다. 국사교육을 제도적으로 강화하자면 교과과정을 바꾸고 시간수를 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교과과정을 바꾸고 시간수를 조정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다른 과목과의 이해관계가 상충되어 결국 좌절해 버리고 만다. 국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명분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막상 강화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바꾸는 것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고 때로는 국사교육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심지어는 과목이기주의로 매도되어 버리기도 한다.

대학생들의 국사교육 강화를 위한 방안은 수능시험에서 국사를 강화하거나 대학의 교과과정에서 국사를 교양필수 과목으로 하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이상적인 방법이라고는 할 수 없다. 국가의 간성이 될 사람들이니까 어떻게 하든 역사의식을 키워야 할 책임은 있다.



공직자부터 왜곡 대처 공감대 형성을




공직자의 역사의식을 어떻게 고양할 것인가 하는 것도 숙제다. 꼭 역사와 관련있는 부처라거나 역사를 다루는 부처가 아니라 하더라도 공직자는 한국사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을 갖고 있어야 한다. 적어도 오늘날 국제간의 역사분쟁의 원인과 배경, 그 중요한 내용과 앞으로의 추이 등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웃의 역사왜곡에 대해서 국가운영의 중심을 잡고 있는 공직자들이 먼저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범정부적인 대처의 첩경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런 단계에서라야만 정책의 일관성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공직자가 역사의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 예로 조선시대의 공직자들이 상소할 때에 남긴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조선시대의 공직자들은 모든 상소나 정책을 입안할 경우 대부분 역사적 타당성을 설명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가령 자기의 상소나 건의하는 사업이 왜 필요한가, 그것이 얼마나 백성을 위하고 역사에 부합한 것인가, 이런 사업이 앞으로 역사에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 등을 역사적 근거를 찾아서 개진하고 있다. 그리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논리적 근거도 역사적 사실과 교훈에서 찾으려고 했다.

역사는 민족사인 경우, 온 민족이 공유해야 할 총체적이고 무형적인 자산이다. 자산이라면 이의 보존을 위해서 그리고 이 자산의 증식을 위해서 일정한 투자가 꼭 필요하다.

세계를 향해 우리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높이면, 국가 이미지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점차 세계화되고 있는 한국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굉장한 효과를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  이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요, 투자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역사에 대한 예산(투자)은 도로 하나 놓는 데에 소요되는 비용정도도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역사를 좋은 자산으로, 고품격의 상품으로 제시하기 위해서도 역사에 대한 투자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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