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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청산 막기 위해 독립기념관까지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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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9월 1일자 1면에서 <새 독립기념관장 인선 갈등>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5일자로 임기가 만료되는 독립기념관장을 놓고 유관 단체들이 갈등을 빗고 있다고 크게 보도했다. 그러면서 독립유공자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 마치 독립운동단체 전체가 새 관장 후보를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비추었다. 또한 9월 2일자 신문에서는 독립기념관의 상급 부서인 문화관광부가 관장 인선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이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관장 후보 인선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전체 독립운동관련 단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적지 않은 독립운동 유관단체들이 독립기념관 경영상의 문제점을 지적해 오던 터였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이러한 전후 사정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조선일보는 새 독립기념관장에 그토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일까.


물론 조선일보의 지적대로 독립기념관장 자리를 놓고 “독립유공자나 그 후손을 임명하라”는 요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동안의 관례대로 독립유공자의 후손들이 관장을 맡아온 독립기념관이 전시물의 부실화, 연구인력의 부족, 전문 경영 마인드의 부족, 해묵은 내부 구성원들간의 갈등 등등의 문제들로 인해 제 기능을 다 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 역시 이미 오래 된 사실이다. 그래서 올해 광복절을 전후해서도 이러한 독립기념관의 문제점들이 다시 한번 언론매체를 통해 지적되기도 한 것이다. 이것을 모를 리 없는 조선일보가 왜 하필 이번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놓고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일까. 그 속셈을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난 해 일제시대 때 사용했던 윤전기가 독립기념관 전시공간에서 철거되면서 자존심이 상한 조선일보가 아니었던가. 그런 조선일보가 그동안 친일청산에 누구보다도 앞장 선 김삼웅 교수의 독립기념관장 선임을 반가워할 리 만무하다.


작년에 윤전기가 철거되었을 때 조선일보는 광복절 특집으로 <국민 발길 돌리는 독립기념관>이라는 기사를 비중 있게 게재한 적이 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개관 첫해에는 무려 660만 명이 몰렸”지만 “그 뒤로는 매년 100만 명 선에 머물고 있다”면서 “특히 20·30대 젊은 관람객의 모습은 기념관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나마도 학생들의 수학여행이나 방학숙제를 위한 단체 관람이 없다면 기념관은 문을 닫을 판이다”라며 극히 부정적으로 독립기념관의 현 상황을 보도했다. 이토록 독립기념관의 운영 실태를 비판적으로 조명했던 것이 바로 조선일보다. 따라서 조선일보가 상식적인 신문이라면 새 독립기념관장이 그동안의 관례를 벗고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올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야 마땅하다. 특히 이번 독립기념관장 공개 모집은 독립기념관 개관 17년 만에 처음이며, 이는 지난 4월 정부가 ‘낙하산 인사’를 없애기 위한 기관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산하기관 88곳에 독립기념관이 포함된 데 따른 것이기도 하지 않은가. 이와 관련 독립기념관장 추천위원이기도 한 윤경빈 독립기념관 이사장은 공모를 앞둔 지난 8월 초 “독립운동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하고 있는 분이면 독립유공자 후손이 아니어도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자신들의 과거 친일행위가 드러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김 교수의 독립기념관장 선임을 막기 위한 왜곡 보도를 일삼은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칭 ‘1등신문’이 친일 청산을 가로막아왔기 때문에 독립기념관 내 전시관에는 아직도 친일인사가 애국지사로 미화된 채 버젓이 전시되어 있는 실정이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독립기념관을 우리 현대사를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기관으로 거듭 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더불어 지난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검토되었다가 개관이 무산된 친일역사관의 설치를 다시 한번 적극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 점에서 친일 청산에 앞장 선 관장 후보를 흔드는 조선일보의 작태는 중단되어야 마땅하다. 그것이야말로 조선일보의 지적대로 해마다 격감하는 관람객 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이다.


<아래는 독립기념관의 문제점을 지적한 조선일보 2003년 8월 15일자 기사> 



* 이 글을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에서 매주 발행하는 <주간 안티조선>에 게재한 것을 조금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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