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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마 유치환 친일행적, 미당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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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원 기자 /
dada@dominilbo.com










협력과 저항-청마 유치환의 친일작품과 활동’강연

자발성과 반복성, 그리고 내적 논리. 원광대 김재용(44·사진) 교수는 친일이냐 아니냐를 나누는 주요 잣대로 이 세 가지를 들었다. 물론 각각의 조건에는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2년 전 문학계 친일인사 42명을 뽑는 작업에서 청마 유치환을 넣지 않은 것은 바로 이 근거자료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확인되지 않은 친일 혐의 인사 15명중에 청마는 끼어 있었다.

이후 방대한 작업이 있었다. 청마의 경우, 지금까지 친일 문제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작품 <수>보다 친일 빛깔이 확연한 <전야>와 <북두성>의 존재가 부각됐다. 하얼빈 협화회에 소속돼 있었다는 정황증거도 포착됐다. 자발성과 반복성이 확인된 것이다.

김 교수는 청마의 친일에 대한 내적 논리가 미당 서정주와 유사하며, 이들의 논리는 대단히 철학적이고 공고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문학사측으로는 ‘생명파’, 시기별로 볼 때 ‘2차 친일’로 묶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근대 초극론·대동아공영권서 생명의 의미 찾아

1차 친일은 1937년 이전 일본의 무소불위에 스스로 내선일체를 부르짖고 나선 ‘차별극복’형 인사들이 포함된다. 우리 스스로 일본, 일본인이 됨으로써 차별을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아시아 정세를 파악한 자신의 절망감을 문학계 전반에 설파했다. 자발적인 것이다.

2차 친일은 1940년 6월 나치에 의한 파리 함락 이후의 양상이다. 지식인들은 비단 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 정세에 대한 절망에 부딪혔다. 유럽은 독일을 중심으로, 아시아는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가 재편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휩싸인 지식인들은 서양과 근대를 극복하기 위해, 새 질서를 추구하기 위해 동양의 발견, 근대의 초극이라는 일본 교토학파의 논리에 빠져든다. 대동아공영권과 태평양 전쟁의 명분,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짓밟는 상황을 급기야 ‘진보’고 ‘해방’이라고 착각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2차 친일은 대단히 철학적이며 매우 적극적인 형태의 협력이다.

청마는 1940년 가솔을 거느리고 통영을 떠나 5년 가까이 만주 하얼빈 문명의 자국이 없는 초야에 머물며 2차 친일의 내적 논리에 기운다. 철학적으로는 근대 초극론, 정치적으로는 대동아공영권에서 ‘생명’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이렇듯 청마의 친일은 뚜렷하고 또 자발적이었다. 김 교수는 지난 2일 오후 7시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서 열린 ‘협력과 저항-청마 유치환의 친일작품과 활동’이라는 주제강연에서 이같이 결론 내렸다.

‘하얼빈협화회’소속 정황 증거…자발성도 확인

덧붙여 이 시점에서 더욱 강조돼야 할 것은 친일보다는 저항문학이며, 실제로 친일하지 않은 문인이 친일한 문인보다 5~6배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침묵하거나 우회적으로 작품을 남긴 문인, 아예 망명한 문인들의 숫자가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학 교과서와 관련 서적들은 오로지 윤동주와 이육사만 언급해 왔다. 친일하지 않은 문인을 적게 드러냄으로써 ‘시기가 시기인지라 대부분 친일할 수밖에 없었다’라거나 ‘무서워서,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친일했다’는 정조를 확산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문학을 전공한 나조차도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근대문학사, 특히 저항문학사는 지극히 가난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항문학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연구하지 않은 것이었다. 당시 문인 중에 5분의 1이 나머지 5분의 4를 덮은 것뿐이다. 이렇게 찬란하고 풍요로운 저항의 역사를 어느 나라의 근대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우리는 이 저항의 전통을 뿌듯해하고 또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친일협력에 대한 비판은 단지 민족주의의 발로여서는 곤란하다. 19세기와 20세기 세계를 휩쓴 식민주의와 제국주의를 반성하는 차원이어야 한다. 제국주의는 인류 모두의 적이며, 인류가 하나되는 데 커다란 걸림돌이다. 협력과 저항이라는 주제는 아시아 전체가 고민해야 할 과제다”고 마무리했다.




* 경남도민일보는 언론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신문입니다.
기사게재일자 : 200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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