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재산환수특별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
을사오적 이근택의 친형이자 일제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은 친일파인 이근호의 손자가 조부의 땅을 되찾겠다고 지방자치단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낸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친일파 후손들의 ‘조상땅 찾기’ 소송은 이번 일만이 아니다. 이완용 후손의 소송에 이어, 송병준 후손과 이재극의 손자며느리가 조상 땅을 반환해 달라는 소송을 진행하여 땅을 찾아간 사례도 있고, 재판이 진행중인 경우도 있다.
정부수립 뒤 오늘에 이르기까지 민족을 팔고 나라를 판 친일 인물들을 법적으로 처단하지 못하고 친일인물들이 오히려 법의 이름으로 보호받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의 제정으로 친일 민족반역자를 역사법정에서 심판할 수 있는 인적 청산의 토대는 이제 마련됐다. 그러나 물적 토대를 이루고 있는 친일재산의 문제는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의 개정과 아울러 가칭 ‘친일재산환수특별법’ 의 제정이 시급하다.
친일파 후손들은 헌법상의 재산권과 소급입법 금지원칙 등을 자신들의 방패막이로 악용하고 있다. 친일세력들이 자신들의 보호막으로 내세우는 법리들은 정상적인 사회상태에서 적용되는 법원칙으로 친일반민족행위 등에는 적용될 수 없다.
첫째, 매국의 대가로 형성·취득한 친일재산이 헌법상 재산권의 객체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법통을 계승하고”라고 명시하고 있다. 현행 헌법 전문의 ‘상해임시정부 법통 계승’의 명문화는 일제 식민지배에 협력한 친일세력과 지배수단이 된 법체계를 부정하고 임시정부의 건국정신과 이념을 계승한다는 것이다. 특히, 임시정부 건국정신의 토대가 된 ‘대한민국 건국강령’은 건국 후 식민시대의 인적·물적 청산의 기본원칙을 규정하였다. 따라서 1948년 제헌헌법의 재산권 규정에 친일의 대가로 취득한 반민족행위자의 친일재산은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현행 헌법상의 재산권 규정에서 보호되는 재산권 속에도 반민족행위자의 재산권은 포함되지 않는다.
둘째, 친일재산환수특별법 제정이 ‘소급 입법’에 해당하는가 여부다. 현행 헌법 제13조 제2항은 소급입법에 의한 참정권과 재산권 박탈을 금지하고 있다. ‘실정법 지상주의자’들은 헌법의 소급입법 금지원칙을 깰 경우 법적 안정성을 흔들어 사회불안을 조성할 수 있고 국민화합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친일재산 환수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꺼려한다. 그러나 반민족행위로 취득·형성된 친일재산 환수문제는 단순히 형식논리적인 법리로 다룰 수 있는 성질의 사안이 아니다. 반민족행위의 대가로 취득·형성한 재산의 보호에 정상적인 사회상태의 법률질서의 적용을 요구하는 것은 헌법정신과 국민들의 정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다.
현행 헌법 제23조 제2항은 재산권 행사의 사회적 의무성을 규정하고 있다. 재산권 행사의 사회적 의무는 재산권의 악용 또는 남용으로 인한 사회공동체 질서의 파괴를 방지하고 사회정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매국의 대가로 취득·형성한 재산은 정당한 방법으로 취득한 사유재산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친일재산의 재산권을 주장하고 행사하는 것은 재산권의 남용으로 사회공동체 질서를 파괴하는 것이다.
‘친일재산환수특별법’ 제정은 친일 후손들의 재산권 보장이라는 법적 안정성을 물리치고도 남을 만큼 월등히 중대한 공익, 요컨대 민족정기의 회복과 사회정의 실현을 추구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친일재산환수특별법 제정이 현행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소급입법에 의한 재산권 박탈 금지조항에 위배되지 않는 것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이제라도 친일재산환수특별법을 제정하여 ‘민족정기’와 ‘사회정의’를 바로세워야 할 것이다.
이철호/한영대 교수·법학
http://www.hani.co.kr/section-001005000/home01.html


![img-top-introduce[1]](/wp-content/uploads/2016/02/img-top-news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