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고교 한국사 채택 결과에 대한 민족문제연구소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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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한국사 채택 결과에 대한 민족문제연구소 논평


권력의 역사 농단을 막은 상식의 승리



오늘 전북 전주 상산고가 채택을 철회하고 경기 파주 한민고가 재검토에 들어감에 따라, 그간 논란을 불러일으켜 왔던 교학사 고교 한국사교과서는 사실상 그 생명을 다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사필귀정의 결과이지만 다른 한편 놀라운 반전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교과서 검정과 선정을 둘러싸고 권력과 정치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개입한 사례는 독재정권 하에서도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8월 국사편찬위원회가 함량 미달의 교학사 교과서를 무리하게 검정 통과시킨 이후 지금까지 교육부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이 책을 교육현장에 보급하기 위해 각종 특혜와 편법을 서슴지 않아왔다.

이에 대해 관련 시민단체와 학계는 이 책의 역사인식도 큰 문제지만 교과서로서 기본을 갖추지 않은 근본적인 결함이 있다고 누차 지적해 왔다.

첫째, 수백 건에 이르는 황당한 사실오류와 수천 건에 이르는 문장 오류, 과도한 인터넷 인용 등에서 보이는 비전문성
둘째, 짜깁기 전재 등 가위와 풀만으로 만들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최소한의 금도도 지키지 않은 비도덕성
셋째, 식민지배 미화와 일제피해 축소, 독립운동 폄하와 친일세력 비호, 독재찬양과 민주화운동 왜곡, 시대착오적 냉전적 사고와 대결구도 조장 등 반민족 반민주성
넷째, 친재벌 반노동적 경제지상주의 전파 다섯째, 정치적 중립성을 외면한 편파적 서술 등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는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총체적인 부실과 비뚤어진 역사인식으로 범벅이 된 수준 이하의 누더기 책임이 다양한 경로로 여러 차례 입증되었다. 그런데도 국사편찬위원회는 헌법정신과의 일치, 교육의 중립성 유지, 지적 재산권 존중이라는 검정기준을 무시하고 누가 봐도 문제투성이인 이 책을 통과시켰으며, 교육부는 자체 규정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정체불명의 심의기구를 급조하여 끝없이 수정을 허용함으로써 검정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탈법을 자행했다.

교학사와 저자들의 염치를 모르는 방약무인함과 무소불위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교육부의 만용과 새누리당의 역성 뒤에 더 거대한 권력이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다행히 오늘의 결과는 권력조차도 역사를 농단할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를 재확인시켜 주었다. 전국의 학생 학부모 교사 동문들이 나서 역사와 교육에 대한 권력의 부당한 개입을 저지하는 쾌거를 이루어냈다. 정치권력이 역사를 오염시키는 비정상적 행태를 역사정의의 이름으로 정상으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교육부와 교학사 관계자, 새누리당, 수구언론들은 일말의 반성도 없이 오히려 마녀사냥이니 협박이니 하면서, 교육주체들의 정당한 권리 행사인 자발적인 불채택운동을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다. 채택을 철회한 학교에 대해 특별조사에 착수한 교육부나 법적 대응까지 검토한다는 관계자들이나 후안무치하기는 마찬가지다. 적반하장도 분수가 있는 법 언제까지 국민을 우롱하고 협박할 작정인가.

교육부와 재단과 교장,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 어느 쪽이 갑질을 했는지 대다수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 이 와중에도 또 다시 사실을 호도하려 하지 말고 교학사와 저자를 비롯한 뉴라이트 세력, 이를 비호한 교육부와 새누리당 등 정치권력, 여론조작에 몰두하고 있는 언론권력들은 국민적 심판에 승복하고 자중하길 권고한다.

무엇보다 사회와 교육현장에 커다란 혼란을 자초한 교육부장관은 이번 교과서파동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마땅하다.
거듭 말하지만 권력이 역사에 개입해 좋은 결말을 본적이 없다는 고금의 엄연한 진리를 외면하지 말기를 엄중히 경고해 둔다.


2014. 1. 6.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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