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내년 기념사업 예산안 9억여원 편성, 이원수 작사-홍난파 작곡… 시의회 상임위 3일 계수조정

경남 창원특례시가 내년에 예산 9억여 원을 들여 친일행적이 있는 작사‧작곡가가 만든 동요 ‘고향의 봄’과 관련해 창작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다.
창원시는 2026년 1~12월 사이 ‘고향의 봄 창작 100주년 기념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관련 예산 8억 9300만 원을 편성해 창원시의회에 넘겼다. 창원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는 지난 1일 이 사업을 포함한 예산안을 심의했고, 3일 계수 조정 절차를 거칠 예정이다.
새해 예산안은 앞으로 창원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와 본회의 심의 과정을 거쳐 확정된다.
창원시가 낸 기념사업 계획서를 보면, 기존에 해오던 창작예술제, 천주산 진달래축제, 창작기념행사, 시민어울림 음악회, 어린이날 기념행사, 창작동요제에다 신규로 ‘기념 선포식'(1400만 원), 기획창작 뮤지컬 공연(변경, 3500만 원 증액, 2억 2500만 원), 중동 꽃동산 조성(미정), 공모전‧특별기획전(3600만 원), 콘텐츠 창작 공모전(미정), 온라인 합창제 ‘망향의 노래'(4000만 원), 고향의 봄 사업 홍보(8000만 원)을 하고, 창원세계아동문학축전(3년 격년, 1615만 원 증액, 2억 6025만 원)을 진행한다.
앞서 창원시는 지난 11월 4일 “서정동요 ‘고향의 봄’을 시민 공감형 문화자산으로 재조명하기 위해 ‘백 년의 봄, 다시 피어나는 창원’을 비전으로 한 기념사업을 추진한다”라며 “동요 ‘고향의 봄’이 내년 창작 10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기념사업이 추진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창원시는 “‘고향의 봄’ 창작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와 함께, 그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자원으로 확산시키기 위함이다”라며 “‘고향의 봄’이 지닌 서정성과 공동체 정신을 기반으로 콘텐츠 산업 육성을 통해 문화도시 창원의 정체성을 세계로 알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이원수, 1942년 시 ‘지원병을 보내며’ 발표
동요 ‘고향의 봄’은 아동문학가 이원수(1911~1981년)가 15세 되던 1926년에 발표한 동시이고, 홍난파(1897~1941)가 곡을 붙였다. 홍난파는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친일반민족행위자에도 포함돼 있다.
이원수는 민족문제연구소가 편찬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돼 있다. 이원수는 일제강점기 때 내선일체에 관한 여러 글을 썼다. 이원수는 1942년 조선금융연합조직회의 기관지인 <반도의 빛>에 학도병 지원을 찬양하는 “지원병을 보내며”라는 시를 발표했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원병 형님들이 떠나는 날은 / 거리마다 국가가 펄럭거리고 / 소리 높히 군가가 울렷습니다 // 정거장, 밀리는 사람들 틈에서 / 손붓처 경례하며 차에 올으는 / 씩씩한 그 얼골, 웃는 그 얼골, / 움직이는 기차에 기를 흔들어 / 허리 굽은 할머니도 기를 흔들어 / ‘반자이’ 소리는 하늘에 찻네 // 나라를 위하야 목숨 내놋코 / 전장으로 가시려는 형님들이여 / 부대부대 큰 공을 세워주시오. / 우리도 자라서, 어서 자라서 / 소원의 군인이 되겟습니다. / 굿센 일본 병정이 되겟습니다.”
창원에서는 이원수 관련 행사를 할 때마다 논란이 되고 있다. 창원시가 2011년에 ‘이원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했을 때 시민단체들이 ‘친일작가 이원수 기념사업 저지 창원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이원수 기념사업 지원 반대”와 함께 ‘고향의봄 도서관 폐쇄’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경상남도교육연수원이 2017년 3월 ‘꽃대궐 차린 동네’라는 제목으로 ‘제14회 예술의 향기와 만나는 이원수 아카이브전’을 열다가 시민단체의 지적을 받고 같은 해 4월에 중단하기도 했다.
“친일행위자 작품 따서 행사 열고 예산 쓰는 것은 부적절”
창원시가 이번에 ‘고향의 봄’ 창작 1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하자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영만 열린사회희망연대 고문은 “일제강점기 때 이원수가 쓴 글은 그 내용이 매우 심각하다. 일제의 강요에 의해 썼다고만 볼 수 없다”라며 “‘고향의 봄’을 내세우고 있지만, 행사를 열다보면 그 노래를 작사·작곡한 사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관련 사업 추진을 중단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김 고문은 “특히 동요는 어린이들한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작사·작곡가 모두 친일행적이 뚜렷하다. 어린이들한테 반민족행위를 하더라도 글만 잘 쓰고 곡만 잘 지으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라며 “해방 80년이 지났지만 독재자가 나오는 것은 친일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지성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은 “친일행위를 한 사람이 남긴 작품을 따서 행사를 열고 더군다나 예산을 쓰는 것은 부적절하고 교육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문순규 창원시의원은 “‘고향의 봄’ 관련해 소소한 행사를 그동안 보조사업으로 지원을 해왔는데, 내년에 대대적으로 하겠다고 한다. ‘고향의 봄’ 창작 100주년 기념사업을 하려면 사회적으로 숙의과정을 거쳤어야 했다”라며 “‘고향의 봄’이라고 하지만 행사를 하다보면 이원수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작품과 작가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기념사업 관련 예산을 다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창원시의회 문화도시위원회 소속 박해정 의원은 “관련 사업이 여러 개로 흩어져 예산안이 올라왔다. 계수조정 과정에서 전년도 사업에 대비해 과다하게 편성됐는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창원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고향의 봄’ 창작 100주년 기념사업 속에는 기존에 해오던 사업도 들어 있고, 신규 사업도 있다. 창원세계아동문학축전은 조례에 따라 3년마다 열기로 돼 있는데 마침 내년이 당해 연도가 돼 잡아 놓은 것”이라며 “‘고향의 봄’은 국민뿐만 아니라 해외 동포들도 좋아하는 음악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까 창작 100주년을 맞아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윤성효 기자
<2025-12-02> 오마이뉴스


![img-top-introduce[1]](/wp-content/uploads/2016/02/img-top-news1.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