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서 열린 ‘남인수가요제’가 공분을 사고 있다. 남인수기념사업회가 진주시로부터 ‘일반 음악회’ 명목으로 남강야외무대를 대관 받아 행사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진주시는 이를 위법으로 보고 주최 측을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행정 위반을 넘어, 공공 자산이 친일 인물을 기리는 데 사용된 심각한 역사 인식의 부재를 드러낸다.
친일 청산은 과거사 정리이자 민주주의 회복의 출발점이다. 식민지 지배에 협력하고 독립운동을 탄압한 반민족 행위자들을 단죄하는 일은 해방 이후 국가 정체성을 세우는 첫 과제였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은 반민특위를 해체하며 그 과제를 무너뜨렸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나서야 노무현 정부가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을 제정했고,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되면서 비로소 친일 인물의 실상이 공론화됐다.
윤경로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은 발간사에서 역사가 언제나 권력자의 편이라는 자조적 인식이 확산하는 현실을 우려했다. 친일 역사 청산 책임을 외면한 대가는 교과서 역사 왜곡,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지연, 친일 인물 미화 현상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역사 앞에서 책임을 미루는 순간, 사회는 진실 대신 편 가르기로 갈라지고 민주주의 토대마저 흔들리게 된다.
진주시는 남인수기념사업회의 요청에 따라 ‘남인수’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 조건으로 대관을 허가했지만, 주최 측은 이를 어기고 ‘남인수 가요제’를 강행했다. 이미 지난해와 올해도 진주시는 같은 이유로 대관을 불허했으나, 사업회는 장소를 옮겨 행사를 열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집요하게 기념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음악 행사가 아니라, 역사적 책임을 부정하고 친일 인물을 미화하려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주시는 이번 사건을 엄정히 조치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와 자치단체는 공공 자산을 이용한 친일 인물 추모나 미화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 역사를 잊은 사회에 민주주의는 뿌리내릴 수 없다. 공공의 공간은 친일 미화의 무대가 아니라, 역사 정의를 세우고 잇는 장소여야 한다.
<2025-11-10> 경남도민일보
☞기사원문: [사설] 공공자산으로 친일 미화, 다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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